한겨레 박미향 기자
나는 지역적으로는 전국구 대선 후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그 누구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다. 아버지는 일정 때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셨지만 전북 이리(현 익산)에서 자라셨다. 원적도 그곳이다. 어 머니는 경북분이시다. 그러니까 영호남 합작품이 바로 나다. 서울에 서 태어났다. 생긴 것만 봐도 서울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나. 어릴 때 는 전남 여수에서 살았다. 나름 지역 유지의 막내아들이었다. 지역 유 지의 사업이 불씨 하나로 망해 수도권 언저리로 상경했다. 초·중·고 는 경기도에서 나왔다. 경남에서 20개월 정도 군생활을 하다가 대전 으로 부대를 옮겨 나머지 20개월 정도를 근무했다. 이제 어디가 남았 지? 강원도. 아버지는 춘천에서는 공무원으로도 일을 하셨다. 착실한 공무원 표창장도 받았다고 하신다. 그런 상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형 과 누나는 춘천에서 태어났다. 서울·경기·충청·강원·전북·전남·경 북·경남. 나는 어느 지역에 가서도 호남의 아들이요, 영남의 아들이 요, 수도권의 아들이요, 대한민국의 아들 행세를 할 수 있다. 휴전선 이남에서는 거의 완전체에 가깝다. 그래서 이름도 남일(南一)인가.
대학 다닐 때였다. 과 학생회장을 했다. 총학생회장 선거도 아니니 단 독 입후보였다. 그래도 나름 학년별로 강의실도 찾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공약집도 만들고(‘테이블 학생회’라는 이상한 공약이었다), 선거 운동 기간에는 술 마셔도 ‘개’가 안 되려고 노력했다. 학생회장 임기 1 년을 반대표 찍은 여덟 놈을 찾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보냈다. 6명까지 는 찾았던 거 같다.
임기가 끝날 때쯤 ‘학생회 재생산’을 해야 했 다. 후배 한 명을 푹 쑤셨더니 하겠단다. 고 마웠다. 그 후배는 결국 개고생을 했다. 같은 단과대에는 이른바 ‘주사파 학생회’도 있었 다. 그쪽 학생회장과는 정파도, 생각도 달랐 지만 나름 친구처럼 친하게 지냈다. 괜찮은 녀석이었다. 품성이야 뭐. 다만 그쪽 선배들은 이상했다. 왜 그토록 오래 학교에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한 선배가 언젠가 학생식당 근 처에서 말을 걸었다. “저기 가는 외국인이 누군지 아니?” 내 눈에는 다 스티브로 보였다. “CIA야.” 아니, 우리 학교 밥값이라도 미국에 보 고했을까요?
어쨌든 학생회장 임기가 끝나가던 나와 그 친구 단둘이서 학교 근처 술집에 마주 앉았다. 노란 알전구 밑으로 소주잔이 몇 번 부딪쳤다. “남일아,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 나갈 거니?” “아니.” “정말이지?” “어.” 그걸로 끝이었다. 둘만의 담판으로 ‘단일화’는 끝났다. 단일화라기보 다는 그냥 귀찮았다. 그냥 네가 해라, 이 정도. 어쨌든 그 친구는 단과 대 학생회장이 됐고, 신입생들을 ‘장군님’의 품으로 인도하려는 듯했 지만 실패하는 듯했다. 지금은 생각을 고쳐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단일화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준비된 전국구 단일화 후보로 나를 밀어달라. 이런, 대통령 입후보 나이 제한에 2년 정도 걸리네. 출마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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