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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헛소리를 들으면 말이 안 나온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다가 때를 놓치게 된다. 쌍욕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그 래서 뭐하나.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둘러대는 것은 의미 없다. 그냥 쌍욕할 타이밍을 놓친 거다. 젠장. 10 년 전엔 안 그랬다. 개소리를 들으면 바로 물어버렸다. 이제는 쌍욕 이 담긴 전자우편이 오면 그냥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달관했다기보 다 핸디가 빠진 거다.
완장질은 스스로를 객관화할 능력이 없는 이들의 특징이다. 자기가 모시는 사람의 능력과 자신의 능력을 착각한 불쌍한 이들이 스스로 완장을 찬다. 기자들도 그렇다. 힘있는 출입처에 다니거나 돈 많은 이 들을 만나다보면 저절로 목이 뻣뻣해진다. 몇 년 전 집에 도둑이 들 었다. 알뜰하게 털어갔다. 출입처 기자실에서 ‘경찰이 못 잡을 것 같 다’며 푸념을 늘어놓고 있는데, 타사 선배가 자기 경험을 얘기해줬다. 집에 도둑이 들자 역시 신고를 했다. 기자 신분을 슬쩍 밝혔다. 며칠 뒤 도둑을 잡았다며 연락이 왔단다. 경찰서에 갔더니 우리 집 물건도 아닌데 자꾸 경찰이 그 집에서 훔친 물건이라며 떠안기더란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솔직히 살짝 부러웠다.
전설 같은 얘기가 있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한 언론사 기자가 여름 휴가지를 물색했다나. 그러 다 민간인 출입이 어려운 어느 섬 군 휴양지에 가족을 데리고 갔단다. 군 헬기가 지원됐다. 이미 수영복 차림에 바람 넣은 튜브까지 허리에 두른 아이를 앞세워 헬기에서 내렸단다. 헬기장 앞에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군악대가 팡파르를 울리기 시작했다. 플래 카드에는 ‘누구누구 기자님 가족 환영’이라고 쓰여 있었다나. 이 이야 기가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참 그렇다. 다 완장질이다.
샛노란 완장들마저 고개 숙이게 만드는, 진정한 완장을 정치부에 와 서 경험했다. 경악할 만한 완장질이었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잘나 가는 인사를 보좌하는 이가 있었다. 첫인상은 괜찮아 보였다. 잘나 가는 인사, 첫인상 그럴듯했던 보좌관, 기자들 몇이서 저녁을 했다. 이틀 뒤 술자리에서 나왔던 잘나가는 인사의 말을 토대로 기사로 썼 다. 그날 밤 10시가 넘어 완장 보좌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완장질의 전설이 시작됐다.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를 기사로 쓰는 인간이 어디 있나”(그럼 뭘 쓰 나), “왜 나한테 기사 쓰기 전에 전화 안 했나”(당신이 한 말도 아니잖 아), “내일 언론중재 걸 테니 각오해라”(그러든가), “한겨레 너희들은 안 된다고 했지. 너도 마찬가지다”(뭔 개소리), “새누리당 다른 의원 들한테 네 얘기 하겠다. 앞으로 취재 못하게 만들겠다”(당신 재주로 퍽이나).
괄호 안에 든 말을 그때 해야 했다. 젠장. 그런데 개소리도 반려견 수 준이면 귀엽다고 할 텐데, 이건 광견병 수준이었다. 이런 수준의 인간도 있구나, 말이 퍽 막혔다. 진정 몰아일체의 완장질이었다. 정말 유가 갑이다. 육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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