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라찌’ 신공 펼치기지상은 아직 멀었는데 차들은 가파른 언덕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멀리 한 점, 지상의 빛이 보였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빛나는 곳에는 돈을 받고 나를 지상으로 보내줄 여인이 있었다. 백화점 주차장 입구의 바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차들은 무심히 움직였지만...2013-09-13 17:47
국정조사와 도둑놈 사이 몇 해 전 일이다. 이건 뭐, 그냥, 제대로 털어갔다. 다용도실 방범창을 뜯고 들어온 그는, 그만 창문 바로 앞에 서 있던 스테인리스 수납장을 쓰러뜨렸다. 꽤나 큰 소리가 났을 것이다. 놀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뒤, 예의도 없이 신발을 신은 채 곧장 안방으로 내달렸...2013-08-29 14:34
수습기자들이여 진격하라!겨울, 여의도는 참 추웠다. 그 매서운 추위도, 며칠째 감지 못해 떡진 머리를 한 수습기자의 진격을 막지 못했다. 난 누구? 여기는 어디? 이런 주체적 질문은 수습에게 호사였다. 시키면 한다. 가라면 간다. 까라면 깐다. 자라면 잔다. (폭탄) 말라면 만다. 나는 ‘진...2013-08-14 17:30
인간의 얼굴을 한 만화자본 시대매주 어떤 놈이 교실에서 동을 떠서 00원씩 모았다. 암묵적으로 200원을 낸 놈이 소유권을 가지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200원을 내 는 놈은 언제나 200원을 냈는데, 자본의 본원적 축적에 성공한 놈 이 분명했다. 대신 소지품 검사에 걸릴 위험부담은 200원을 낸 자...2013-08-02 18:14
정말 유가 갑이다, 육갑워낙 헛소리를 들으면 말이 안 나온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다가 때를 놓치게 된다. 쌍욕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그 래서 뭐하나.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둘러대는 것은 의미 없다. 그냥 쌍욕할 타이밍을 놓친 거다. 젠...2013-07-04 10:33
캠핑을 하며 영화를 즐기다 외캠핑을 하며 영화를 즐기다 ‘즐거운 관객’을 모토로 한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7월 18~29일 경기도 부천 일대에서 열린다. ‘즐거 운 관객’을 모토로 한 올해 영화제의 상영작 은 총 230편(장편 135편, 단편 95편)...2013-07-03 17:35
나에게 남은 요만큼의 인내심MSX라고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을 풍미한 8비트 퍼스널 컴퓨터 규격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얼라들이 가지고 노는 말 하는 뽀로로 전화기도 8비트는 넘을 것이다. 어쨌든, 그때는 대단했 다. MSX 규격을 적용한 컴퓨터들이 출시됐는데, 우리 집에는 ...2013-06-19 14:51
소외되지 않은 노동의 결정체유리병을 준비한다. 맥주병은 조금 크지만 소주병이 없다면 대용으 로 괜찮다. 날라리 대학이라 외제 맥주병이 많이 나오냐고 했다. 그 럼 니들은 깨지지도 않는 막걸리통으로 만들든가. 어쨌든 밀러 맥주 병이 잘 깨지고 좋았다. 역시 미제였다. 두루마리 휴지의 종이심을 뺀 ...2013-05-24 17:14
‘오렌지 담배’와 ‘폭탄 담배’록을 사랑하던 친구 영대가 귤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 하나만 달랑 들고 산속 암자로 들어간 게 1990년대 어느 겨울이었다. 골초였던지 라 담배 한 보루 사들고 갔을 법한데, 법전에 집중하겠다며 그 좋아 하던 담배까지 끊겠다고 했다. 장하다. 몇 달 뒤 나타난 영대는 맛...2013-05-11 16:04
‘잔디전’과 ‘이물질 소주’술 없는 축제라니요. 요즘 대동제 기간을 앞두고 몇몇 대학에서 술 없는 축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참으로 건전해지는 세상이다. 천막 치고, 라면 박스로 술상 만들고, 1학년들은 호객하고, 음식 좀 한다고 설치는 것들은 전을 부치고, 시장에서 끊어온 순대에 대충 당면 ...2013-04-26 20:09
잘 있거라, 내 것 아닌 잉어들아갈길을 찾아 국자 위에서 버둥거리는 물방개를 본 일이 있는가. 좋은 경품 놔두고 ‘꽝’만을 찾아다니는 쇠대야 안의 물방개. 나는 꽝이 아 니라 잉어를 타고 싶다. 그랬다. 국민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앞에는 이런저런 유혹이 많았다. 특히 물방개의 유혹은 강렬했다. 이름도 ...2013-04-12 17:30
이제는 사라진 저렴한 매수혹시 ‘김남일 어디 갔어’라며, 시대를 걱정하는 눈 밝은 독자가 있으 실까봐 한 말씀 올린다. 김남일은 을 떠나 로 자 리를 옮겼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디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 김 남일은 언제나 여러분 마음속에 있으니까요(저에게 언론중재를 걸 겠다고 하셨던 분만...2013-03-29 18:34
월장하던 그 기세 어디 가고사위는 캄캄했다. 간혹 흐린 달빛이 괴괴한 그림자를 남겼다. 밖에서 보는 담은 넘을 만했다. 대궐로 월장하는 자객의 심정으로 기왓장에 두 손을 올렸다. 올라오는 취기는 역성혁명이라도 할 기세였다. 멀리 서 경비원이 비추는 전등 불빛이 점멸했다.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2013-03-02 12:35
나의 아바타여, 안녕~“이상한 의무감에서, 그리고 불행하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계속 보고 있는, 그러나 갈수록 볼 게 없어져서 20~30분 이면 다 보고 마는 한겨레신문을 좀더 오래 쥐고 있을 수 있도록 일조 하거라.” 프리챌(www.freechal.com)에 개설된 ...2013-02-09 17:42
전쟁고아처럼 느껴지겠지만국민학교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비상연락망을 ‘조직’했다. 점조직이 었다. 학교에서는 분단별이었는지, 사는 동네별이었는지 몇 명한테만 대표적으로 연락을 한다. 연락받은 아이는 다음 아이에게 연락하고, 그 아이는 다시 다음 아이에게 연락하는 식이다. ‘선’이 끊기면 얼어...2013-01-25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