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한다. 임기 중에라도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방송규제기관이 추천하고 여야가 지명한 인사들이 방송 관련 위원회를 장악한다. 결과는 뻔하다. 공영방송이 권력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하 ) 4월호가 머리기사로 올린 프랑스의 상황이다. 한국방송·문화방송 두 공영방송 노동조합의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와 경제의 힘 관계에 따라 행정부는 무수한 편법을 동원해가면서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가난한 노동자만 옥죄는 지도층
이번 4·11 총선 결과를 놓고 가슴 먹먹해하는 독자들이라면, 언론인 올리비에 시랑이 기고한 ‘미시시피에서 불거진 미국 사회의 분열’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미시시피주가 왜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지를 살피다 보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의문을 한 꺼풀 걷을 수 있다. 이를테면 조합원 70만 명에 이르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시시피주에 없는 이유를, 현지 닛산공장에 다니는 한 노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임금은 시간당 12달러다. UAW가 있는 오하이오주나 미시간주 노동자들의 절반 수준이다.
“UAW요? 잘 몰라요. 제가 아는 건 그 사람들이 여기서 별로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점입니다. 저한테 12달러면 웬디스에서 받던 8달러보다 한결 나아진 겁니다. 패스트푸드 사업은 완전 썩었어요. 제가 닛산에 있는 한, 전 만족합니다.”
특파원이 전하는 ‘베트남에서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도 심정적 울림이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베트남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가는 20% 이상 치솟았고, 경제는 성장을 멈췄다. 대졸자 취업률이 60% 수준까지 떨어졌고, 그럴수록 젊은이들은 ‘스펙 쌓기’에 혈안이 돼간다. 교수마저 ‘이익’을 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베트남이 “값싼 노동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 채, 안일한 지도층이 저임 노동을 기반으로 성장의 기계를 돌려대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의 지적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저술노동자’를 자처하는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는 최근 자신과 를 함께 쓴 경제학자 우석훈씨의 일방적 ‘절판 선언’을 정면으로 비판한 기고문을 썼는데 흥미를 끈다. 그는 “‘이 책을 읽었는데 왜 너희는 행동하지 않느냐’는 식의 태도는 터무니없는 자기 과신이거나 책에 대한 과대평가에 불과하다”며 “환상은 대의될 수 없으며, 기성세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청년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총선 직후 한때 불거진 ‘20대 책임론’ 혹은 ‘20대 개새끼론’에 대한 박씨의 지적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프레카리아트의 정치가 필요하다
“예전에 당연시됐던 정규직 일자리가 오히려 예외적 일자리가 되면서, 인턴과 아르바이트가 보편적 일자리가 되는 전도 현상이 벌어졌다. 이것이 바로 불안노동의 전면화다. ‘프레카리아트’(비정규·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신 무산계급)는 ‘신자유주의 이후 시대의 보편계급’인 것이다. 다수의 청년이 프레카리아트다. 세대모순은 계급모순의 표면효과다. 청년세대의 정치가 아닌, 프레카리아트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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