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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건설 경기 어렵다고 순금 ‘뇌물’ 시도?

티에프 꾸려 서울시 산하기관·구청 공무원 5명에게 전달… 1명 수령 거부, 4명 돌려줬지만 공무원은 ‘금품 전달 시도’ 신고해야
등록 2026-02-05 22:51 수정 2026-02-09 18:27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에서 우수 발주기관 공무원 5명을 선정해 표창패를 수여하겠다는 내부 문서를 한겨레21이 확보했다. 5명의 공무원은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TF)’에서 선정했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에서 우수 발주기관 공무원 5명을 선정해 표창패를 수여하겠다는 내부 문서를 한겨레21이 확보했다. 5명의 공무원은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TF)’에서 선정했다.


 

종합건설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건설협회 서울시회) 임원들이 종합건설사에 우호적인 발주를 준 서울시 산하기관과 구청 간부 5명을 선정해 표창장과 함께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가 뒤늦게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협회 서울시회 ‘부적정 발주 개선 태스크포스(TF∙티에프)’ 소속 임원들이 2025년 12월 초 우수 발주기관 공무원에게 표창패를 수여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시 산하기관 과장급 간부 2명, 서울의 구청 과장급 간부 3명 등의 사무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표창패를 수여하고 부상으로 열쇠 형태의 순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열쇠 형태의 순금은 한 돈이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5년 12월 금 시세는 1돈에 80만원대인데,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가 구입한 열쇠 형태의 순금 결제액은 1개에 100만원은 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회장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취지”

건설협회 서울시회에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가 만들어진 건 2025년 초다. 건설협회 서울시회는 전체 공사를 총괄·관리하는 종합건설사 사장들이 회장 등 임원을 맡아 종합건설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다. 건설협회 서울시회가 표창패와 열쇠 형태의 순금을 건넨 이들은 공사 발주를 할 권한이 있는 부서장들이었다. 최태진 건설협회 서울시회 회장은 2026년 2월2일 한겨레21과 만나 “건설산업이 대단히 어렵다. (특정 공정을 맡아 수행하는) 전문 건설업체들도 로비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를 꾸렸다”며 “개발사업이 거의 없으니까 공공 공사가 발주되는 곳이라도 일거리 확보를 위해 다니자, 이런 취지로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간부급 공무원들에게 표창패와 열쇠 형태의 순금을 준 이유에 대해선 “어떤 대가가 아니라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취지”라며 “뭘 해줘서가 아니라 말에 귀 기울여주고 종합건설사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준 것에 감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돈 정도의 금을 포상으로 준 것이 적절한 행태냐는 질문엔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며 “치명적 실수였지만 바로 (금을) 다 회수했기 때문에 해프닝으로 봐달라”라고 했다.

한겨레21이 파악한 결과, 서울시 산하기관과 구청 간부 5명 가운데 1명은 표창패와 열쇠 형태의 순금을 아예 받지 않았고, 4명은 받았다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 정도 만에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말한 한 간부는 “이름도 잘 모르는 건설협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상을 주길래 일단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금이었다”며 “받을 이유가 없어서 돌려줬다. 왜 이런 것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에서 우수 공무원에게 수여한 표창패.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에서 우수 공무원에게 수여한 표창패.


행동강령, 직무 관련 없어도 금품 수령 안 돼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직무 관련이 없어도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엔 공무원이 직무 관련 여부나 기부나 후원 등 명목과 관계없이 누구로부터도 일체의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공무원이 금품 등을 받았을 경우 행동강령책임관에게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순금을 돌려주지 않은 공무원 4명중 3명은 건설협회 서울시회에서 금품을 주려고 했다는 사실을 소속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 관계자들은 열쇠 형태의 순금이 100만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설협회 서울시회 부회장인 티에프 팀장 ㄱ씨는 한겨레21에 “우리가 부정한 청탁을 한 것도 아니고 단순한 선물을 한 것”이라며 “표창패를 주면서 빈손으로 줄 수 없어 고민하다가 100만원을 넘지 않는 포상 차원으로 준 것”이라고 했다. 티에프의 다른 관계자도 “조그마한 성의를 표시하는 거고 문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 얘기는 달랐다. 장윤미 변호사는 “딱 떨어지는 구체적 현안이 아니더라도 수상자들이 발주 권한을 가진 현직 공무원”이라며 “기본적으로 대가 관계는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100만원(직무관련성이 없을 때 수수할 수 있는 최대 금액) 미만이라고 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한국 법체계가 아니다”라며 “단정하긴 어렵지만 뇌물죄까지 의율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건설협회 서울시회 내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최 회장은 “부적정 발주 개선 티에프에서 공무원을 선정해 표창패를 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품을 주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협회 서울시회 부회장인 티에프 팀장 ㄱ씨는 “위에 다 보고가 올라간 내용이고 (최 회장의) 지시사항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회장도 알고, 감사에게도 보고했다. 카카오톡 대화나 통화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 ㄴ씨는 한겨레21에 “건설협회 서울시회에서는 (금품을 주는 것에) 반대했고, 표창패 정도만 승인했다”며 “그런데 이후 티에프에서 금붙이를 사서 나에게 사진을 보내더라. 금품 제공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 티에프 팀장이) 문제될 게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본회 “익명 신고라 조사 대상 아니다”?

대한건설협회 본회가 일부 건설협회 서울시회 회원들의 관련 감사 청구와 시정 조치 요구 공문이 접수됐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가 한겨레21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감사를 진행한 의혹도 제기된다. 본회 감사실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익명으로 (신고가) 들어온 건은 있는데 관련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 없다”며 “익명으로 들어온 것은 조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한겨레21 취재 이후) 본회에서 탄원이 들어왔으니 (본회) 감사실에 보고 조치하라고 연락받았다”며 “지금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고 (건설협회 서울시회) 감사실에서도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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