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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콩숙이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등록 2009-04-01 14:54 수정 2020-05-03 04:25
‘콩숙이의 일기’

‘콩숙이의 일기’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며 1990년대 초반에 했던 외화 프로그램이나 어린이 시트콤 같은 걸 떠올리다가 ‘콩숙이의 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어디에서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네요. 얼굴도 기억이 안 나지만, 콩숙이 역을 했던 그 어린이가 지금 뭘 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오제원)

→ 90년대 초반,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보는 어린이 프로그램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낼 때죠. ‘스틸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든 어린이 드라마’라는 ‘콩숙이의 일기’를 알 턱이 없습니다. “콩숙이는 뭥미?”를 외치며 오제원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도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콩숙이’ ‘콩순이’ 등으로 검색하니 앵무새, 강아지 등 전혀 상관없는 것들만 나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문화방송에서 방영됐다는 단서를 발견하고 방송사에 문의를 했습니다.

방송사 홍보 담당 한임경씨는 “프로그램에 대한 2~3줄짜리 설명글만 있을 뿐 당시 방영된 비디오테이프 말고는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콩숙이의 일기’가 1991년에 방영된 이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을 연출했던 서정호 PD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콩숙이에 대해 물어보니 당황하시더군요.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콩숙이를 연기했던 아이가 초등학교 4~5학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콩숙이의 진짜 이름과 연락처는 오리무중. ‘콩숙이의 일기’가 인기를 끌면서 책으로도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출판사에 희망을 걸어봤습니다. 책을 출간했던 파랑새출판사의 한 직원은 “남아 있는 책도 없고, 그 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사람도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들려줬습니다.

남은 건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에서 출연자와 제작 스태프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방법뿐이었습니다. 방송사에 자료 열람 신청을 했습니다. 비디오를 보니 큰 노란색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한 콩숙이는 정말 씩씩하고 귀여운 어린이더군요. 지금 봐도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이나 봐도 콩숙이의 진짜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마지막 희망으로 엔딩 크레디트에서 발견한 황정안 작가를 수소문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황 작가는 “콩숙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놀랍다”며 “콩숙이는 1981년생 박선희인데, 지금은 근황도, 연락처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가 들려준 콩숙이에 대한 기억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를 다녔고,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로써 취재는 종결. 제가 확인한 정보는 나이와 이름뿐, 콩숙이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디시인사이드에서 콩숙이를 기억하는 어느 분이 “콩숙이는 81년생으로, 현재는 스위스 유학 중”이라고 2005년에 쓴 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확인할 수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 이 글을 본 콩숙이 또는 콩숙이를 아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남의 궁금증 풀어주려고 취재하다 끝을 보지 못해 답답한 저 좀 살려주시죠, 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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