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사회대개혁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장시민과 함께 하는 정책토론마당’에서 시민들이 산불 진화 종합 대책에 대한 의견을 적고 있다. 한 시민 제공
국무총리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가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산림청 중심 산불 진화 체계를 소방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핵심 개혁 과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대개혁위는 소나무 단순림 중심의 숲 가꾸기와 무분별한 임도(임산도로) 확장 등의 산림 정책이 산불 대형화의 원인이라고 보고 관련 정책 중단도 제안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사회대개혁위원회 4분과 기후·평화·역사 긴급 실행 과제 세부 자료 - 2026년 봄철 대형산불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종합 대책’ 보고서는 2026년 3월10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국민보고대회’ 기후분과 발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형 산불의 원인을 기후위기와 강풍 등 자연 현상으로 보고 장비 확충 중심 대응책을 내놓아 왔다. 그러나 한겨레21 취재 결과, 이번 보고서는 산불을 자연재해가 아닌 산림정책 실패에 따른 ‘관재’(官災) 가능성으로 진단하고 대응 체계 전반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대개혁위는 특히 산림청 중심 산불 대응 체계가 초기 진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지상 진화 인력은 약 1만 명(산림청 1405명·지방자치단체 8199명) 수준인데 평균 연령이 70대에 가까운 단기 계약직이 많아 전문 대응 체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제1557호 참조) 이 때문에 산림청은 헬기 중심 진화에 의존해 왔지만 이 역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2026년 1월27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3대였던 야간 진화용 헬기가 2대 더 도입됐음에도 산불 진화 현자에 투입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조종사 훈련이 안 돼 있다”는 산림청 보고를 받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 같은 대응 체계 문제는 2025년 경북 산불에서도 드러났다. 27명이 숨진 ‘2025년 3월 경북 산불’ 당시 첫 사흘간 해당 지역에는 초속 3m 미만의 미풍이 불었지만 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2026년 2월25일 불교환경연대·안동환경운동연합 등의 민간 조사에서 확인됐다.
사회대개혁위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청을 중심으로 한 산불 초기 진화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소방청이 중심이 되면 소방공무원 6만7천여 명과 의용소방대 9만2천 명 등 약 16만 명의 인력을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현재 산불 신고도 대부분 119로 접수된 뒤 산림청으로 전달되는 구조다.
관련 입법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화재’ 정의에 산불을 명시적으로 포함해 산불을 소방의 법정 대응 대상으로 규정하고 △소방당국의 지휘·책임과 초동 대응 권한을 강화하며 △예방(산림청)·진화(소방)·대피(지자체) 등 역할 분담을 체계화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2025년 9월 발의했다.

2025년 3월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제공
사회대개혁위는 기존 산림 정책이 산불 대형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산불 피해 면적은 1990년대 1398㏊에서 2020~2025년 2만3188㏊로 약 16배 늘었다. 건조한 기후와 강풍 등 자연 조건만으로 이런 증가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대개혁위는 특히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산림 정책들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숲 가꾸기’ 사업이다. 가로·세로 20m 구역에 소나무 12그루만 남기고 수분을 많이 머금은 활엽수 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정책이 오히려 산불 피해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일자리 창출 및 경제적 이익을 명분으로 1996년부터 2023년까지 시행된 숲 가꾸기 면적은 734만5천㏊로 한국 전체 산림면적(684만㏊)보다도 많다.
앞서 한겨레21도 2025년 3월 경북·경남 산불 취재를 통해 송진 등 기름 성분이 많은 침엽수 단순림이 비화(불똥이 숲 꼭대기로 이동해 바람을 타고 넓게 퍼지는 현상)를 촉진해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제1557호 참조)
실제로 2023년 3월 발생한 지리산 대성골 산불에 대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의 민간조사에서는 피해 121㏊ 가운데 92%가 초본층만 태운 낮은 강도 피해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지리산 대성골의 복잡한 숲 식생 구조가 산불 확산을 억제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점에서 비슷한 기후대를 가진 일본과의 차이도 주목된다. 일본의 산불 발생 건수는 연간 약 4천 건(1990년대 중반)에서 1200여 건(2021~2023년)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일본의 ㏊당 나무 축적도는 한국의 1.27배로 숲이 더 빽빽하고 울창하다. 한국 산림청은 나무를 ‘탈 연료’로만 보고 더 많이 솎아베야 산불이 덜 날 것이라고 가정한다. 해마다 4천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숲 가꾸기를 확대해가는 이유다. 반면, 숲 가꾸기가 숲을 건조하게 할 뿐아니라 떨기나무나 덩굴 식물 제거로 인해 산불이 숲 꼭대기로 번져(수관화) 불똥이 멀리까지 날아가게(비화) 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에는 귀를 닫아왔다.
아울러 최근 6년간 약 5천㎞ 신설된 숲속 임도가 산불 발생 시 바람길과 산소 공급 통로가 되고,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훈증더미가 ‘불폭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국립공원공단이 2023년 3월 비슷한 시기 산불이 발생한 경남 하동과 합천을 분석한 ‘지리산 하동 산불 발생지 생태계 피해·위험 모니터링’ 보고서(2025년 4월 발간)를 보면 임도 밀도에 따라 피해 양상이 크게 달랐다. 숲 꼭대기가 전부 불에 탄 ‘매우 심각’ 단계의 피해 비율은 임도가 촘촘하게 형성된 합천(2.3㎞)이 18.15%(32.75㏊)였던 반면, 임도가 설치되지 않은 국립공원 지역인 하동은 2.27%(3.61㏊)에 그쳤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이 높고 활엽수림이 주를 이루는 숲일수록 산불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결론 내렸다.
사회대개혁위는 산불 원인과 산림사업의 영향을 검증할 독립적인 범정부 조사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사회대개혁위는 12·3 비상계엄 이후 사회 제도 개혁 과제를 시민 참여 방식으로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이번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되는 정책 제안은 향후 정부와 국회 정책 논의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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