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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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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작은 길에서 새로운 풍경을 보라


체험마을·걷기·축제 여행… 현지인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작은 배려’ 국내 공정여행
등록 2009-03-23 14:38 수정 2020-05-02 04:25
천연염료 염색하기 체험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직접 물들인 천으로 멋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체험학습 참가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지적 성장의 기회가 된다.

천연염료 염색하기 체험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직접 물들인 천으로 멋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체험학습 참가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지적 성장의 기회가 된다.

해외와 달리 언어 소통이 자유로운 국내에서 공정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공정한 여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정여행은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이 잘못됐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여행 방법에 대한 ‘개선’이자, 또 다른 여행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항상 공정여행을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여행을 제안하는 배경에는 다 함께 잘사는 사회, 다양한 사람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고민이 깔려 있다. 대자본이 세운 대형 숙박시설과 리조트, 음식점 등을 이용하지 말자는 게 그곳들이 망하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그곳들도 지역경제의 귀중한 한 축이다. 그런데 그곳들은 이미 영업을 잘하고 있으므로 좀더 깊숙한 마음으로 여행지의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더 신선하고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공정여행하는 법을 몇 가지 제안해본다.

생태적 삶을 돌아보라: 농·산·어촌 ‘체험마을’ 여행

몇 해 전부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농·산·어촌 ‘체험마을 여행’을 제일 먼저 추천한다. 체험마을은 그 마을 사람들과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었다. 일부를 제외하면, 마을 대다수가 참여하는 공동체가 주체가 된다. 마을 체험으로 인한 수익도 비교적 고르게 분배된다.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를 오랫동안 지켜온 현지인들에게 여행 경비가 그대로 들어간다. 공정한 여행 경비의 흐름이라는 측면과 정확히 맞는다.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현지 문화와 풍습을 체험해본다는 공정여행의 원칙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체험마을에서는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경우가 많다. 도시민들에게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생태적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체험마을에서는 그 지역의 로컬푸드(그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와 슬로푸드(패스트푸드의 상대 개념으로 오랜 조리과정과 숙성과정을 거치는 음식), 더 나아가서는 유기 농산물 음식을 접할 수 있다. 탐방객들이 마을에서 접하는 음식과 구매하는 농림수산물은 건강한 삶에 도움을 준다. 바른 먹을거리와 유통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도 된다.

체험마을로 여행을 가고자 할 때 주의할 사항이 하나 있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체험마을의 경우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가족 단위 참가나 개인적 참가는 어렵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 정보나 여행책의 안내만 믿지 말고, 사전에 마을 담당자와 직접 통화할 필요가 있다.

마을 사람들과 인사하세요: 걷기 여행

요즘 제주도의 작은 마을길을 걷는 여행객이 많아졌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든 ‘올레길’ 덕분이다. 올레란 작은 샛깃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다. 집에서 마을로 나가는 길, 마을의 작은 길에서 큰 길까지 나가는 길…. 큰 길에서 보이는 풍경과 작은 길의 풍경은 다르다. 작은 길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집들은 담장이 낮거나 없다. 올레 옆에는 들과 산과 냇물이 있다. 텃밭과 농장이 있다.

올레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이다. 올레에서는 마주 오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말을 건네도 자연스럽다. 짧게 잠시 지나치는 시간이지만, 그곳 사람들과의 작은 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보자.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마을의 역사와 풍습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걷기 여행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아닐까.

걷기 여행에서는 소비 역시 착해질 수밖에 없다. 마을 길을 걷다가 점심 먹으러 택시 타고 시내를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길 위에서 잘 곳을 찾고, 먹을거리를 찾는 것이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토속’을 찾아서: 축제와 민속공연 여행

마을이나 지자체의 축제와 민속공연을 찾는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이다. 지역별 축제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모든 축제가 그 지역의 특색대로 알차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지자체간 경쟁으로 날림공사처럼 만들어진 축제도 있다. 전시성 행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간의 평을 참조하고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잘 모아보면 즐거운 공정여행을 만들 수 있다. 축제에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공연과 놀이, 먹을거리, 특산물 판매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여행지의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크다.

상설·비상설 민속공연이나 토속신앙 의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주 지역민과 여행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전남 진도의 토요 민속공연이나 경기 안성의 바우덕이 공연 등은 민속공연을 상설화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살랑살랑 얼굴을 간질이는 봄바람이 유혹하는 계절이 됐다. 일상탈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기왕 여행을 계획한다면 공정여행 권장사항 몇 가지(상자기사 참조)만 더 고민해보자. 착한 여행의 요소가 더해진 여행이 새봄 당신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글·사진 최정규 여행작가·국제민주연대 회원




여행 정보 어디서 구하지?
클릭여행부터 떠나요



국내 공정여행을 위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체험마을에 대한 가장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은 농촌진흥청이다. 농촌진흥청 누리집의 농촌전통테마마을(www.go2vil.org) 코너에 들어가면 정보가 ‘대박’이다. 테마마을은 볼거리, 먹을거리, 쉴거리, 체험거리, 놀거리, 알거리, 살거리 등 7가지 주제로 특화돼 있다. 테마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지역에 따라서도 접근할 수 있다.
산촌 코너에 소개된 강원 고성 소똥령 마을을 잠시 보자. 소똥령 마을은 진부령 계곡으로 가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할 수 있는 일들을 보자. 산나물 꺾기, 물레방아 찧기, 우차(牛車) 타기, 천렵, 다슬기·우렁이 잡기, 모깃불 쬐기, 산버섯 채취, 무말랭이 만들기…. 먹을거리는 어떤가. 봄에는 곰취·참나물·고사리·더덕·산도라지, 가을에는 송이·밤버섯·능이버섯·곰버섯·싸리버섯 등 각종 산버섯과 산나물이 지천이란다.
지역축제 정보를 얻고 싶으면 문화체육관광부(www.mct.go.kr)로 가면 된다. 누리집의 문화마당 코너에는 전국의 축제 정보가 총정리돼 있다. 월별·지역별 축제를 볼 수 있다. 전체 일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파일도 있다.
제주 올레길 정보는 제주올레(www.jejuolle.org)에서 얻으면 된다. 제주 지역의 올레뿐만 아니라, 각지의 올레길 정보도 있다. 올레 여행은 걷기 여행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걷기 여행’을 입력하면 관련 카페와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를 원하시는가? 절집에서 잠시 마음을 비우고 싶으신가? 전통사찰관광종합정보 누리집(www.koreatemple.net)을 방문하면 된다. 불교를 중심으로 한 테마여행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사찰 주변 마을의 전통축제와 여행 정보도 꼼꼼히 정리돼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국내 공정여행 가이드
장날에 들러보자


1. 여행 지역에서는 작은 규모의 숙소를 이용해보자. 민박집도 좋고, 여관도 좋다. 날씨만 따뜻하다면 텐트에서의 1박은 어떨까.
2. 여행 지역의 특색이 잘 배어 있는 체험거리를 찾아보자. 전남 보성에서는 녹차밭을, 전북 부안에서는 갯벌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사전 조사는 필수.
3. 지역 특산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재료로 무슨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실제 음식을 먹어보자. 경북 봉화에서는 송이버섯요리를, 제주에서는 ‘몸국’을 먹어보자.
4. 여행 지역의 주산품을 현지 재래시장에서 사보자. 장날에 들르면 더 좋다. 전남 무안에서는 양파, 충북 단양에서는 마늘…. 지역 주산품은 가격도 싸다.
5. 지역 축제를 잘 이용해보자. 민속공연 정보도 미리 챙겨보면 좋다. 전남 진도에 가면 토요 민속공연을 꼭 봐야 하는 것처럼.
6. 요즘 각지의 농·산·어촌에는 외지인들을 위한 체험마을이 많다. 체험마을에서의 하루는 시골의 삶에 대한 동경을 풀어주는 훌륭한 경험이다.
7. 버스·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자. 기차를 이용한 1박2일 여행 상품도 많다.
8. 국내에서도 덜 알려진 곳들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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