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료 염색하기 체험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직접 물들인 천으로 멋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체험학습 참가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지적 성장의 기회가 된다.
해외와 달리 언어 소통이 자유로운 국내에서 공정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공정한 여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정여행은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이 잘못됐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여행 방법에 대한 ‘개선’이자, 또 다른 여행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항상 공정여행을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여행을 제안하는 배경에는 다 함께 잘사는 사회, 다양한 사람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고민이 깔려 있다. 대자본이 세운 대형 숙박시설과 리조트, 음식점 등을 이용하지 말자는 게 그곳들이 망하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그곳들도 지역경제의 귀중한 한 축이다. 그런데 그곳들은 이미 영업을 잘하고 있으므로 좀더 깊숙한 마음으로 여행지의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더 신선하고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공정여행하는 법을 몇 가지 제안해본다.
몇 해 전부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농·산·어촌 ‘체험마을 여행’을 제일 먼저 추천한다. 체험마을은 그 마을 사람들과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었다. 일부를 제외하면, 마을 대다수가 참여하는 공동체가 주체가 된다. 마을 체험으로 인한 수익도 비교적 고르게 분배된다.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를 오랫동안 지켜온 현지인들에게 여행 경비가 그대로 들어간다. 공정한 여행 경비의 흐름이라는 측면과 정확히 맞는다.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현지 문화와 풍습을 체험해본다는 공정여행의 원칙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체험마을에서는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경우가 많다. 도시민들에게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생태적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체험마을에서는 그 지역의 로컬푸드(그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와 슬로푸드(패스트푸드의 상대 개념으로 오랜 조리과정과 숙성과정을 거치는 음식), 더 나아가서는 유기 농산물 음식을 접할 수 있다. 탐방객들이 마을에서 접하는 음식과 구매하는 농림수산물은 건강한 삶에 도움을 준다. 바른 먹을거리와 유통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도 된다.
체험마을로 여행을 가고자 할 때 주의할 사항이 하나 있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체험마을의 경우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가족 단위 참가나 개인적 참가는 어렵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 정보나 여행책의 안내만 믿지 말고, 사전에 마을 담당자와 직접 통화할 필요가 있다.
요즘 제주도의 작은 마을길을 걷는 여행객이 많아졌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든 ‘올레길’ 덕분이다. 올레란 작은 샛깃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다. 집에서 마을로 나가는 길, 마을의 작은 길에서 큰 길까지 나가는 길…. 큰 길에서 보이는 풍경과 작은 길의 풍경은 다르다. 작은 길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집들은 담장이 낮거나 없다. 올레 옆에는 들과 산과 냇물이 있다. 텃밭과 농장이 있다.
올레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이다. 올레에서는 마주 오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말을 건네도 자연스럽다. 짧게 잠시 지나치는 시간이지만, 그곳 사람들과의 작은 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보자.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마을의 역사와 풍습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걷기 여행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아닐까.
걷기 여행에서는 소비 역시 착해질 수밖에 없다. 마을 길을 걷다가 점심 먹으러 택시 타고 시내를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길 위에서 잘 곳을 찾고, 먹을거리를 찾는 것이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마을이나 지자체의 축제와 민속공연을 찾는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이다. 지역별 축제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모든 축제가 그 지역의 특색대로 알차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지자체간 경쟁으로 날림공사처럼 만들어진 축제도 있다. 전시성 행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간의 평을 참조하고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잘 모아보면 즐거운 공정여행을 만들 수 있다. 축제에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공연과 놀이, 먹을거리, 특산물 판매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여행지의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크다.
상설·비상설 민속공연이나 토속신앙 의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주 지역민과 여행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전남 진도의 토요 민속공연이나 경기 안성의 바우덕이 공연 등은 민속공연을 상설화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살랑살랑 얼굴을 간질이는 봄바람이 유혹하는 계절이 됐다. 일상탈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기왕 여행을 계획한다면 공정여행 권장사항 몇 가지(상자기사 참조)만 더 고민해보자. 착한 여행의 요소가 더해진 여행이 새봄 당신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글·사진 최정규 여행작가·국제민주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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