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번역돼 나온 와 해설서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누구나 제목과 줄거리 정도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읽지는 않은 책을 대충 ‘고전’이라 부른다. 앙트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의 는 그런 측면에서 ‘고전 아닌 고전’으로 부를 만하다. 얼핏 단순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스케치와 동화처럼 읽히는 은 줄거리, 사춘기를 전후로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본 기억이 있기 마련인 탓이다. 만약 아직까지 읽어보지 않았다면? 글쎄…, 기회는 언제고 있는 법이다.
애틋한 상념을 자극하는 유려한 문체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가 새로 번역돼 나왔다. 동시에 출간된, 옮긴이가 쓴 란 해설서는 ‘추억의 세계’로 떠나는 나침반으로 삼을 만하다. 책장을 펼쳐 들면, 한동안 잊고 지내온 ‘촉촉한 감수성’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걸 느낄 수 있다.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얼핏 어른을 위한 우화쯤으로 읽히는 는 신화처럼 살다 전설처럼 가버린 생텍쥐페리의 삶만큼 숱한 화제와 기록을 남겼다.영어와 프랑스어로 처음 나온 이 책은 지난 60여 년 세월 동안 무려 160개 나라 말로 옮겨져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로 번역돼 나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1개 공식언어 가운데 하나인 줄루족 언어로 처음 옮겨져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초판이 발행된 이래 출판된 모든 판본을 다 합치면 약 8천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 이 책에 대해 출판사 쪽은 “저작권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의 번역본과 해적판 등 집계되지 않은 많은 판본들과 판매 기록을 보탠다면 1억 부를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1946년 이래 프랑스에서 판매된 부수만 1100만 부에 이른다. 단일 책으로는 최고의 기록이라는데, 를 독점 출판하고 있는 갈리마르는 지금도 매년 평균 35만 부를 찍어낸단다.
“밤이 되거든 별들을 쳐다봐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가리켜 보일 수가 없어. 하지만 오히려 잘됐어. 아저씨에게 내 별은 많은 별들 중 어느 하나일 테니까. 그럼 아저씨는 어느 별을 바라보든 하나같이 다 즐거울 거야. 그 별들은 모두 다 아저씨에겐 친구일 거야.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그러니까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되는 거야!”
옮긴이의 표현대로 ‘프랑스 현대문학사에서 고독한 예외’로 평가받는 이 책을 생텍쥐페리가 착상하고 써낸 곳은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완성된 책 초판이 1943년 3월 출간된 것도 파리가 아니라 뉴욕이었고, 영어판이 먼저 나온 뒤 프랑스어판이 나중에 나왔다는 점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게다. 프랑스에서 가 출간된 것은 미국 쪽 출판사와의 저작권 시비가 해결된 뒤인 1945년 11월이라는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인쇄용지 품귀 현상으로 실제 독자들의 손에 이 작은 책이 쥐어쥔 것은 1946년 4월에 이르러서였단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떠들썩하게 발간 60돌 기념행사를 연 것도 이때를 기점으로 삼았다는 게 옮긴이의 설명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민주 “기소하면 된다” 국힘 “석방하라”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단독] 서부지법, 윤석열 구속심사 전 경찰에 ‘보호요청’ 했었다
경호처,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합창 경찰에 30만원씩 격려금
“윤석열 신속 처벌”…국책연구기관서도 첫 시국선언
서부지법 폭동 군중의 증오는 만들어진 것이다 [박현 칼럼]
법원, ‘한동훈 독직폭행 무죄’ 정진웅 검사 정직 취소 판결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검찰, 윤석열 구속기간 연장 재신청…“가능하나 결과 장담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