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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OTL - 조국의 선언] 땀난다, 집회·시위의 자유

등록 2008-06-13 00:00 수정 2020-05-03 04:25

▣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연일 전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촛불문화제’처럼 일정한 공간에 이루어지는 다수인의 모임이 ‘집회’이고, 이 집회가 움직이면 ‘시위’가 된다. 각종 국제 인권규범과 한국 헌법이 이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와 비교할 때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약자들의 표현의 자유이다. 즉, 자신의 의사를 TV, 신문, 책 등을 통해 표현할 능력이나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집회와 시위에 의존해야 하기에, 이 자유는 시끄럽고 소란하고 거칠고 땀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집회와 시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떼법’이라는 말을 우리 사전에서 지워버리자” “집회·시위로 인한 손실이 연간 12조원이다”라고 역설했다. 집회와 시위가 이루어지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는 않고, 이 표현의 자유를 ‘떼’를 지어 ‘떼’를 쓰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마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로 인한 손실액의 근거도 의문이거니와, 이러한 발상에서는 강경 진압이라는 ‘5공식’ 방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자체가 ‘불법 집회·시위’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 법상 집회와 시위는 신고를 하면 가능하지만,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재벌기업 등 사회적 강자들의 악의적 사전 신고를 허용함으로써 약자의 집회와 시위를 막고 있다. 그리고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도 경찰관서장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는 사유가 넓다. 예컨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조처가 남발되고 있다.
집회와 시위는 민주화를 이룬 동력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는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적 약자의 의사 전달을 보장하는 핵심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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