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문주의를 선언하는 진화생물학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펴냄, 2만5천원
신의 존재를 의심하라, 인간의 능력을 주목하라! 은 신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인간의 본성과 가치를 탐색하는 문제작이다. 신은 과연 우주를 설계하고 인간을 창조했을까?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창조론은 합리적인 설명의 근거를 잃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창조론은 과학적 합리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지적설계론을 내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키고 있다.
창조론의 허울과 실상
“미국 국민의 62퍼센트가 진화를 믿지 않고 53퍼센트가 지구 나이가 아담의 나이인 6천 살이라고 믿는다.” “미국인들 60퍼센트 이상이 ‘공립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현대 지적 논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리처드 도킨스는 “미국에서는 무신론자가 유대인, 흑인, 동성애자보다도 못한 낮은 지위에 있다!”라고 말한다. 출간과 동시에 과학계와 종교계에 파란을 일으킨 이 책은 생물계의 복잡성이 이미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창조론을 과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적 사례를 통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다.
초자연적 지성이 있다는 신 가설에서부터 신이 만들었다는 태초 우주까지, 창조론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근거로 한 반박 이론을 제시하며 창조론의 허울과 실상을 예리하게 밝힌다.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회귀적 증명과 성 안셀무스의 연역적 논증, 아름다움 논증과 개인적 경험 논증, 성서 논증과 파스칼의 내기 논증 등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여러 논증을 역사적 증거와 과학적 논리를 통해 여지없이 깨부수며, 이들은 잘못된 믿음이 주는 환각이라고 명쾌하게 주장한다.
도킨스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무엇보다도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다. 그동안 종교는 강자에게는 지배 이데올로기였으며, 약자에게는 삶의 위로이자 희망이 되어왔다. 하지만 도킨스는 신이 사라진 이후의 사회가 오히려 더 희망적이라고 역설한다. 잘못된 믿음이 초래한 끊임없는 전쟁과 가난, 아동학대와 동성애자 차별 등 인간의 존엄성이 신 앞에서 무너져간 사례를 꼼꼼히 짚어내면서, 뇌연구 등의 결과들을 통해 인간은 신이 없어도 충분히 도덕적이고 열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의 대안은 인간 그 자체
동물행동학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 과학 전 분야를 두루 섭렵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영국 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엄 촘스키와 움베르트 에코에 이어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뽑힐 정도로 영향력 있는 저술가다. 1976년 첫 출간한 에서 인간(개체)이 유전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도킨스는 이후 30년 동안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인물이 되었고,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 양상을 밝힌 으로 영국 ‘왕립학회 문학상’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문학상’을 받았다.
이 신에 관한 창조론자의 주요 이론을 과학적으로 비판한다면, 은 종교가 없어도 인간의 삶은 충분히 희망적임을 보여준다. 과학과 종교, 철학과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창조론의 이론적 모순과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종교의 악행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미래 사회의 대안은 종교가 아닌 인간 그 자체에 있음을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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