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현재 학생에 대한 체벌은 ‘사랑의 매’라고 옹호되면서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권리협약 제37조는 “잔혹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금지하고 있으며,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1996년과 2003년 “모든 형태의 체벌을 명백하게 금지할 것”을 권고했고, 올해 한국에 대한 유엔의 ‘인권상황정기검토’(UPR)에서도 같은 지적이 있었다.
현행법과 판례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체벌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먼저 교육 현장에서 학생이 체벌을 받는 주요 이유로는 성적 불량이 있다. 그러나 학습능력이 체벌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지 극히 의문이다. 성적이 나쁜 학생의 능력 계발은 매가 아니라 그 학생의 소질과 수준에 맞는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무단 지각·결석, 조퇴, 수업 소란, 복장·두발 상태 불량, 흡연, 불량 물품 소지 등도 주요한 체벌의 사유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벌점 부과, 수업 참석 배제, 방과후 반성문 작성 등의 지도방식이 포기된다면 학교를 학교라 부를 수 없다. 물적·인적 제약 속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들의 어려움을 인정하지만, 학생 통제가 학생 인권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한편 체벌은 도구나 교사의 신체를 사용해 학생의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는 ‘직접 체벌’과 팔굽혀펴기, 오리걸음 등 ‘얼차려’를 시키는 ‘간접 체벌’이 있다. 이 중 ‘직접 체벌’이 특히 문제다. 이는 학생에게 중대한 정신적 충격과 인격적 모멸감을 주며, 학생의 반응에 따라 교사가 흥분할 가능성과 그에 따라 체벌이 과도하게 진행될 위험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실제 ‘직접 체벌’로 학생이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주먹질, 발길질, 몽둥이가 난무하는 학교가 어찌 학교란 말인가. “때려야 사람 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은 가정과 사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며, 이는 모두의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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