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1989년 유엔총회는 18살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괄하는 ‘아동’의 의견 존중, 보호, 생존과 발달, 차별 금지 등을 위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고, 한국 정부는 이 협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 협약의 정신에 비춰본 한국 아동의 상황은 암울하다.
협약 제31조는 “모든 아동은 적절한 휴식과 여가 생활을 즐기며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한다. 우리 사회의 제도교육하에서 아동이 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고등학교에서 ‘0교시’와 ‘야자’가 부활해 학생들은 아침 7시 반에서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 이것도 모자라 밤 10시 하교 이후에도 사설학원에 가야 하는 학생이 많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도 하교 이후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각종 학원을 전전하고는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 아이들이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라고 절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자기 자식을 ‘승자’로 만들기 위해 학교와 학원에 ‘감금’시키고 있는 우리 어른 모두는 ‘아동학대’의 공범이며, 이를 조장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은 ‘제도적 아동학대국’이다. 물론 다른 ‘선진국’에서도 입시경쟁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나라의 웬만한 공립학교에서는 교과과정 밖에서 각종 여가·운동·취미활동이 사실상 의무화돼 있으며, 이 활동이 입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시 준비를 하더라도 오케스트라 연주 연습 또는 축구 연습은 빼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아이들로부터 휴식도 여가도 문화활동의 기회도 원천적으로 박탈하면서 계속 ‘고문’을 해야 하는가. 오늘 하루라도 우리 아이들 잠 좀 재우고, 집 밖에서 뛰어놀게 하고, 집에서 천천히 밥 먹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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