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는 초등학교 때 짝꿍이었다. 특별히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평범한 소녀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괴롭혀도 속으로 삭이며 뒤에서 조용히 훌쩍댔다. 미선이는 그런 아이였다.
첫 앨범 (1998)을 내고 2년여 뒤 사라진 밴드 ‘미선이’도 처음엔 내 짝꿍 미선이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다른 밴드들이 인디 열풍을 타고 서울 홍익대 앞에서 기세등등할 때, 미선이는 신림동의 한 클럽에서 조용히 첫 연주를 했다. 그들의 음악은 독특했다. 포크에 가까운 서정적인 음악과 모던록에 랩을 얹은 실험적인 곡이 공존했다. 서서히 팬들과 평단의 주목을 끌게 된 미선이는 해체 뒤 더 유명해졌다. 미선이의 조윤석은 뒤에 ‘루시드폴’이라는 1인 프로젝트 밴드로 활동한다.
그 미선이가 부활했다. 10월17일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무대에서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조윤석과 미국서 회사 다니던 김정현·이준관이 뭉쳤다. 에서 랩을 맡았던 친구는 불의의 사고로 ‘두 번째 세상’으로 가버린 터라, 그의 동생이 대신 랩을 했다.연주가 끝난 뒤 조윤석은 “나 오늘 너무 힘들다”며 북받친 감정을 삼켰다.
공연을 마치고 일상으로 흩어진 미선이를 또 볼 수 있을까?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조윤석은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 “내년 초 돌아오는데, 다음엔 저도 모르겠어요.”
참, 몇 년 전 동창회에서 만난 미선이에게 난 진심으로 사과했다. 괴롭힌 거 미안하다고. 미선이는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서정민 기자 블로그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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