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얼굴 아내의 신음이 유난히 길고 높았다. 아내 손을 움켜쥔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응애~ 응애~!” 아기 울음소리에 귀가 번뜩 뜨였다.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봤다. 2009년 3월5일 새벽 2시20분, 딸아이가 태어났다. 목구멍에서 뜨거운 게 치밀었다. 눈두덩이 뜨거워...2009-03-19 13:31
아버지와 함께라면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은 건, 일병 계급장을 갓 달았을 때였다. “형, 아버지가…, 백혈병이래.” 전화선을 타고 온 동생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1년여 뒤, 이번엔 긴급한 연락을 받고 휴가를 나왔다. 병석에서 지독히도 깡마른 아버지께 병장 계급장을 보여드렸다. 그날 ...2009-03-12 11:40
‘뚜껑 공연장’은 없나 2004년 엘턴 존의 첫 내한공연이 있던 날. 무대가 차려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선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다행히 공연 시작 때는 비가 멎었지만, 공연이 중반을 넘어설 즈음 부슬비가 다시 흩뿌리기 시작했다. 몇몇 관객이 일어나 비를 피하면서 동요가 일었다. ...2009-03-05 11:25
딱지를 펼치고 희희낙락 물건이 나왔다. 이름도 별난 국카스텐.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어란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팔던 만화경과 달리 옛날 중국식 만화경에선 불꽃놀이 상이 보였다고 한다. 을 들으면, 영화 1편 도입부에 나오는 간달프의 폭죽이 떠오른다. 살아 있는 용처럼 꿈틀거리며 호...2009-02-26 17:08
쿨 러닝 무한도전 봅슬레이가 달린다. 가속이 붙을수록 세지는 중력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드디어 결승선 통과. ‘마의 1분’ 벽을 깼다. 먼저 울음을 터뜨린 이는 부상으로 빠진 정형돈이다. 같은 처지의 전진도 눈시울을 붉힌다. 봅슬레이에서 내린 박명수·정준하·유재석이 누가 먼저랄 것 없...2009-02-18 16:06
죽은 가수의 노래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시간이 지나면 소리는 사라진다. 물론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기도 한다. 음반이다. 이를 통해 음악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힘을 얻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음반 속 음악은 날것 그대로가 아니다. 음악의 생명력은 입과 악기에서 나오는 바로 그 순간 ...2009-02-11 14:50
얼굴색보다 음악 “마이클 잭슨이 흑인 시절 부른 노래들이에요.” 이게 뭔 소리? 의아해하던 내게 그가 불쑥 건넨 CD 표지에서 귀여운 곱슬머리 흑인 꼬마가 씨익 웃고 있다. 흑인음악 레이블 모타운 탄생 50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이다. 그렇지. 애초 그는 이랬었지.내가 처음 만난 마...2009-02-04 15:12
이 노랠 들려주면 폭격 멈출까 신문에서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스페인에서 시위대가 깃발을 불태우는 장면이다. 이스라엘 국기 가운데 ‘다윗의 별’ 대신 나치 독일의 상징인 스바스티카 문양(좌우를 뒤집은 卍)이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민간인 학살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사진 ...2009-01-21 14:34
파업해보니 더 간절히“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 되어 우리 나선다. 승리의 그날까지!” 전국언론노조 총파업 때 목놓아 부른 다. 기자로 취재할 땐 몰랐는데, 직접 파업을 해보니 이 노래만큼 우리 심정을 잘 대변하는 게 없다.민중가요 부흥 시대다. 지난여름 거리를 달궜던...2009-01-16 14:35
10년 뒤엔 그럴 줄 알았지 1999년 말은 두려움과 설렘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밀레니엄 버그’라는 세기말적 묵시록에 대한 두려움과 리셋 버튼을 누르듯 모든 게 새로 시작될 것만 같은 설렘. 그 시절 난 다른 종류의 두려움과 설렘에 몸을 떨었다. 신문사 최종시험 낙방 뒤 절망에 허덕대고 있을 ...2009-01-09 15:13
이지를 뺄 수 있겠습니까 이번 글은, 이를테면, 속편 격이라 하겠다. 전편은 738호의 ‘건스 앤 로지스’ 신보 소개다. 여느 때처럼 글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혹성탈출’님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알게 모르게 건스 앤 로지스의 사운드에서나 작곡에서도 큰 역할을 한 게 이지 스트래들린인데…....2008-12-31 15:55
산울림과 하얀거탑 사이 김창완, 하면 뭘 먼저 떠올리느냐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의 냉혹한 대학병원 부원장이다. 푸근한 이웃 아저씨의 상징 같은 동그란 안경을 벗어던지고 삐딱하게 치켜뜬 눈으로 노려볼 때면, 정말이지, 오싹해진다. 이런...2008-12-18 11:37
할아버지의 <픽스 유> 고인 눈물이 끝내 뺨을 타고 흘렀다. 산소 공급용 호스를 코에 매단 할아버지가 콜드플레이의 를 부를 때였다. 원래는 듀엣으로 준비한 곡이었지만, 파트너 할아버지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세상을 떴다. 홀로 남은 할아버지가 묵직한 중저음으로 부른 노래는 흔들림이 없었다. ...2008-12-11 17:23
17년 만에, 그분이 오신다눈을 의심했다, ‘건스 앤 로지스’가 17년 만에 정규앨범을 낸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아니, 건스 앤 로지스가 아직도 건재했단 말인가! 탁상 달력에 굵은 글씨로 선명하게 새겼다. ‘11월23일: 건스 앤 로지스가 돌아오는 날’.귀는 기억했다, 건스 앤 로지스의 새...2008-12-04 10:50
기묘한 세대 공감 선배는 참 기묘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1969년생 아빠가 2000년생 아들과 함께 차 안에서 카오디오 볼륨을 빵빵하게 올리고 를 따라 부르는 광경이라….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딥 퍼플의 최고 걸작 (1972)에 실린 이 곡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누...2008-11-28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