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클리프의 <아이 캔 시 클리얼리 나우>
봅슬레이가 달린다. 가속이 붙을수록 세지는 중력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드디어 결승선 통과. ‘마의 1분’ 벽을 깼다. 먼저 울음을 터뜨린 이는 부상으로 빠진 정형돈이다. 같은 처지의 전진도 눈시울을 붉힌다. 봅슬레이에서 내린 박명수·정준하·유재석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물을 쏟는다. 눈물은 전이된다. 문화방송 을 보던 나는 티슈를 뽑아들었다.
기억은 영화 을 본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눈이라곤 눈곱만큼도 볼 수 없는 나라 자메이카의 국기가 붙은 봅슬레이가 믿기 어려운 속도로 달린다. 이대로라면 우승을 넘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빌린 고물 봅슬레이가 막판에 말썽을 부리며 뒤집어진다. 간신히 일어선 네 사내는 봅슬레이를 어깨에 이고 결승선을 통과한다. 관중들의 박수가 터지기 시작한 순간, 내 가슴도 터져나갈 듯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다시 현실화됐다. 훈련장은커녕 봅슬레이 하나 없던 우리 국가대표팀이 지난해 1월 아메리카컵 대회에서 47만원 주고 빌린 낡은 봅슬레이로 동메달을 딴 것이다.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의 주제가 (1993). 조니 내시의 1972년 곡을 자메이카 레게 가수 지미 클리프가 리메이크했다. 원곡보다 지미 클리프 버전이 더 끌리는 건, 영화의 감동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마친 모든 이들과 이 음악을 나누고 싶다.
서정민 한겨레 대중문화팀 기자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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