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엘턴 존의 첫 내한공연이 있던 날. 무대가 차려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선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다행히 공연 시작 때는 비가 멎었지만, 공연이 중반을 넘어설 즈음 부슬비가 다시 흩뿌리기 시작했다. 몇몇 관객이 일어나 비를 피하면서 동요가 일었다. 순간, 엘턴 존이 뮤지컬 영화 주제가 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웅성이던 사람들 얼굴에 곧 미소가 번졌고, 이후 굵어진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굳게 지켰다.
1999년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트래비스가 무대에서 (왜 항상 나한테만 비가 내리나요?) 첫 소절을 부르자 화창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함박웃음과 함께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이 사건은 다음날 신문과 텔레비전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이 노래는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곡이 실린 (1999)는 브릿 어워드에서 최고 앨범상을 받았다.
트래비스가 3월1일 단독 내한공연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선 그날 비가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공연이 펼쳐지는 올림픽홀에는 지붕이 있다는 사실이다. 설혹 비가 와도 공연장은 절대 비에 젖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거 왠지 김 빠진다. 지붕이 쩌억 갈라져 별빛을 조명 삼아 춤추는 ‘뚜껑 나이트’도 있다는데, 비가 오면 지붕이 열리는 ‘뚜껑 공연장’은 어디 없나?
서정민 한겨레 대중문화팀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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