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나왔다. 이름도 별난 국카스텐.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어란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팔던 만화경과 달리 옛날 중국식 만화경에선 불꽃놀이 상이 보였다고 한다. 국카스텐 1집을 들으면, 영화 1편 도입부에 나오는 간달프의 폭죽이 떠오른다. 살아 있는 용처럼 꿈틀거리며 호빗 마을을 휩쓸던, 마법과도 같은 그 불꽃. 고음으로 내지르는 샤우팅 창법과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기타 솔로가 일합을 겨루는 배틀. 음울한 마이너 선율과 쿵작거리는 스카펑크 리듬의 기묘한 조합. 뱀처럼 흐느적거리다 용처럼 웅비하는 게 바로 국카스텐의 음악이다.
여러 공연으로 진작부터 유명세를 탄 이들의 1집은 나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음악에는 다들 흡족해했는데, 문제는 CD 케이스였다. 마분지로 접은 딱지, 딱 그 꼴이다. 딱지를 펼치면, CD와 12장의 종이카드가 버스에서 손잡이를 안 잡고 서 있는 승객처럼 건들거린다. 카드 앞장에는 기묘한 그림과 사진이, 뒷장에는 12곡의 노랫말이 제각각 박혀 있다. 미대 출신인 하현우(보컬·기타)가 음반사 사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한 디자인이다.
구매자들은 “딱지를 펼치니 원상복구가 안 된다”며 당황스러워했다. 불만이 쏟아지자 사장은 추가 제작 때 하드 케이스로 바꾸기로 했다. 카드도 사라진다. 현재 초도분 1500장은 품절된 상태. 그러고 보니 이거 희귀본이 되겠다. 입이 삐죽 나왔던 분들, 나중에 희희낙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도 잘 챙겨놔야지.
서정민 한겨레 대중문화팀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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