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스 부자의 <훈토스 파라 셈프레>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은 건, 일병 계급장을 갓 달았을 때였다. “형, 아버지가…, 백혈병이래.” 전화선을 타고 온 동생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1년여 뒤, 이번엔 긴급한 연락을 받고 휴가를 나왔다. 병석에서 지독히도 깡마른 아버지께 병장 계급장을 보여드렸다. 그날 밤, 아버지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셨다.
그들은 모두 10월9일에 태어났다. 아버지 베보 발데스는 1918년생, 아들 추초 발데스는 1941년생. 베보는 1940년대부터 쿠바 재즈를 대표해온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다. 그는 1960년 홀로 조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쿠바에서 아버지의 밴드를 이어받은 추초는 거물급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1978년 추초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다. 베보가 스웨덴에서 날아왔다. 18년 만의 해후였다.
베보는 오랜 유럽 망명 생활을 하다 2000년 세계 음악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80대의 나이에 그래미상을 두 차례나 받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07년 스페인의 한 스튜디오에서 부자는 각자 피아노를 앞에 두고 마주 보았다. 그렇게 녹음한 앨범이 최근 국내 발매된 (영원히 함께)다. 이어폰 왼쪽에선 추초의 피아노가, 오른쪽에선 베보의 피아노가 춤춘다. 부자 간 교감의 한가운데에 선 느낌, 따스하고 포근하다.
그러고 보니 난 아버지와 뭔가를 같이 해본 기억이 없다. 먼 훗날, 하늘에서 다시 만난다면 뭘 같이 해볼까? 생전에 좋아하시던 테니스부터 배워둬야겠다.
서정민 한겨레 대중문화팀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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