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26~27일 서울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3국의 동상이몽이 여과 없이 드러난 자리였다. 북한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5월26일 열린 중-일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두 차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출 문제를 거론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철폐를 요구했다. 서로 할 말은 한 셈이다.
같은 날 열린 한-일 회담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양국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라인야후 사태를 “중대한 보안 유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할 때 내세우는 근거도 “중대한 보안 유출”이다. 한-중 회담에선 북핵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피하고, 경제·인적 교류 등 실질 협력 문제에 집중했다.
회의 개최에 앞서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란 문구가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모두 38개 항목으로 발표된 공동선언 35번 항목에 문구가 있기는 한데, 중국(역내 평화와 안정)과 일본(납치자 문제)과 함께 한국의 입장을 담는 식으로 언급됐을 뿐이다.
그럼에도 북쪽은 발끈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5월27일 담화를 내어 공동선언의 ‘비핵화’ 문구를 두고 “난폭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남쪽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난폭한 내정 간섭’은 미국 등이 홍콩·대만·신장 문제를 언급할 때 중국 쪽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실제 북쪽은 담화에서 “누구든지 비핵화를 설교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침탈하려 든다면 (…) 가장 엄중한 주권침해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쪽도, 중국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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