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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떼죽음’ 석호에 법인격 부여 “자연의 권리 인정한 세계 첫 결정”

등록 2025-02-22 10:08 수정 2025-02-23 16:42
2021년 10월7일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시민들이 마르 메노르 석호를 지키자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10.07 REUTERS

2021년 10월7일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시민들이 마르 메노르 석호를 지키자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10.07 REUTERS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석호(바다와 분리돼 생긴 호수)에 법인격을 부여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구법센터’(Earth Law Center)에 따르면, 스페인 헌재는 2024년 11월 마르 메노르(Mar Menor) 석호에 법인격을 부여한 스페인 법률이 위헌이라며 극우 정당 복스(Vox)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 복스 쪽의 청구를 기각하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인기 휴양지였던 마르 메노르 석호는 개발 등의 영향으로 수십 년 동안 점차 오염돼왔다. 특히 2021년엔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에 의회는 2022년 9월 마르 메노르 석호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마르 메노르 석호와 그 유역의 법인격 인정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유럽 최초로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한 이 법률은 석호의 보호권과 보존권, 복원권과 함께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진화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법안 전문에선 법이 도입된 이유에 대해 “지난 25년 동안 중요한 규제 수치와 수단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적 보호 시스템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석호는 단순히 보호, 회복,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환경적, 문화적, 영적 주체로서 분리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복스는 2023년 1월 스페인 헌법이 오직 인간만을 위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전통적 대응 방식이 석호의 악화를 막는 데 실패했다”며 “법안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고, 환경이 현재와 미래 세대의 복지에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보호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려는 국제적 운동의 흐름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률센터 소장)는 “자연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국외 생태법인 사례를 아주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사례로 봐왔다”며 “유럽에서 자연적 실체에 법인격을 부여한 최초의 법률에 대해 헌재가 합헌성을 인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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