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 속에 협상을 벌여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세력 하마스가 2023년 11월22일 마침내 가자지구에서 일시적으로 전투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테러를 빌미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때려대기 시작한 지 47일 만이다.
11월23일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나흘간 지속될 교전 중단 기간에 하마스는 붙잡아간 이스라엘 인질 5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이스라엘 쪽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양쪽은 교전 중단 기간에 식량·의약품·연료 등 구호물품 반입과 피란민의 이동 자유 보장 등에도 합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성명을 내어 “인질 10명이 추가로 풀려날 때마다, 교전 중단 기간도 하루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전 중단이 발표된 11월22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중심가에 자리한 알시파병원 앞에 구급차가 기다랗게 줄을 섰다. 다치고 병든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 등 190명을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시키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 속에 가자지구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알시파병원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쪽은 “구급차 행렬은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르는 검문소에서 멈춰 이스라엘군의 검문검색을 받아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20시간 남짓이 걸렸다. 다치고 병든 환자들의 목숨이 위태로웠다”고 전했다. 운영이 중단된 알시파병원에는 지금도 환자와 의료진 등 250여 명이 머물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 자리한 인도네시아병원에서도 전날 환자와 의료진 등 500여 명이 남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군은 밤 11시께 병원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병원 주변에서 주검 60여 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집계한 최신 자료를 보면, 11월22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모두 1만4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약 6천 명이 어린이, 4천 명이 여성이다. 가자지구 인구 약 210만 명 가운데 170만 명가량이 폭격과 전투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다. 가자지구 북부는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됐다.
피란처도 전쟁터다. 이스라엘군은 11월15일부터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 곳곳에 “지금 당장 집에서 나와 지정된 대피 장소로 이동하라”는 경고 전단을 뿌리고 있다. 전단지 살포는 이스라엘~가자지구 접경인 알카라라, 쿠자, 바니수하일라, 아바산 등 4개 지역에 집중됐다.
같은 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말을 따 “지상군 작전은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에서 공히 펼쳐진다. 하마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공격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부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 가자지구 전역이 사람이 더는 살 수 없는 땅이 돼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걸 노리는 건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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