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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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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기대, 당연한 실망

그땐 어땠을까? ⑩ 2003년
등록 2013-12-07 13:56 수정 2020-05-03 04:27
2003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과 참여정부의 첫걸음을 둘러싼 뉴스로 가득 찬 한 해였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03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과 참여정부의 첫걸음을 둘러싼 뉴스로 가득 찬 한 해였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기대는 곧 혼란과 실망으로 이어졌다. 에 남아 있는 2003년은 그렇게 알싸했다. ‘당당한 승리’로 표현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곧바로 이어진 대북 송금 논란, 이라크 전쟁, 청계고가도로 철거와 송두율 교수의 귀국, 그리고 노 대통령의 재신임 논란까지…. 2003년은 롤러코스터처럼 숨가쁘게 요동쳤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라크·요르단 등 전운 현장 전해</font></font>

“지금 그 이름을 연호하는 우리의 마음이 변해 당신을 미워하거나 욕하지 않게 당신 스스로 우리를 지켜주는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2003년을 함께 열어봅니다.”(제440호 ‘세상보기’) 손을 흔들고 있는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으로 첫 장을 장식한 새해 첫 호에는 변화를 향한 기대가 가득했다. 2003년의 시작에는 평화를 향한 기대도 있었다. 의 한국군 베트남 양민학살 사건 보도 뒤, 독자 성금으로 베트남 푸옌성에 ‘한-베 평화공원’이 완공됐다. 추첨으로 뽑힌 독자 대표가 현지를 찾아 공원이 문을 연 소식을 전했다. 제442호에는 베트남 어린이들이 써내려간 시·그림을 담은 ‘한국-베트남 어린이 문예대회’를 지면에 중계했다. “나는 두 나라 모두에게 소망해/ 한국과 베트남/ 영원토록 좋은 친구이기를/ 짙은 형제애로 물들기를”(1등상 레꽁찌 ‘나는 평화를 사랑해‘)

그러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참여정부의 불안한 출발은 보수언론의 대통령 흔들기로 이어졌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벌인 이라크 전쟁의 불똥은 국내로 옮겨붙었다. 제444호 표지(‘왜 이라크인가’)를 시작으로 제476호 표지(‘파병은 미친 짓이다’·사진) 등을 통해 이라크 전쟁의 이면을 다루는 지면이 이어졌다. 기자의 요르단 암만의 현지 르포(제452호), 세계적 종군기자인 피터 아넷의 이라크 바그다드 통신(제478호) 등을 통해 전운이 감도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도 애썼다.

2003년은 중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이어지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풍부했다. 하와이 이민 한국인의 100년을 돌아보는 기획(제441호)과 베트남 현지에서 이뤄지는 한국 남성들의 매매혼 문제를 다룬 중매업체 잠입 취재(제450호), 평양 현지 르포(제477호), 오래전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인도네시아 아체의 양민 학살(제466호) 등 의 시선은 곳곳으로 향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지독한 복선처럼 점지된 ‘1위’ </font></font>

변화를 향한 사회적 열망은 새로운 트렌드로 표현됐다. ‘나쁜 여자’의 등장을 알리는 기사(제444호)와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제466호), 그리고 ‘아이 낳지 않을 권리’를 제기하는 기획(제453호)은 2003년의 에너지를 설명하고 있다. 요동치던 정치·사회 기사 사이에서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 인터뷰 연재도 빛났다. 명계남·김창완·윤도현·백지영 등 당대의 스타가 지금보다 젊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본격적인 여성 정치인 시대를 예견하며 제464호 표지에서는 여론조사 분석으로 ‘여성 대통령감’을 점지했다. 1위는 ‘브랜드파워’를 인정받은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이 차지했다. 뭔가, 지독한 복선처럼 말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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