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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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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1년 내내 울었다

⑯ 2009년 용산 참사, 노무현, 김대중, 쌍용차 폭력 진압 등 죽음 짙은 2009년
죽음 뒤 거대한 폭력 고발하며 자본주의 이후 묻다
등록 2014-01-18 14:31 수정 2020-05-03 04:27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망루농성을 벌이던 남일당 건물에 2009년 1월20일 새벽 경찰이 강제 진압을 벌이면서 망루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김명진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망루농성을 벌이던 남일당 건물에 2009년 1월20일 새벽 경찰이 강제 진압을 벌이면서 망루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김명진

2009년은 죽음이 짙었다. 거대한 폭력이 죽음 뒤에 있었다. 한반도는 1년 내내 울었다. 창간 15돌을 맞은 의 눈가도 마르지 못했다.

새해의 태양이 떠오르자마자 서울 용산의 울음(1월20일)이 터졌다. 태양만큼 시뻘건 불길 속에서 철거민들이 타오를 때 ‘비열한 거리’(제746호 표지이야기) 용산은 집 없는 자의 저항을 국가가 ‘폭도’로 낙인찍어 멸절시키는 야만의 현장이었다. 제748호 표지이야기 ‘단독확인 용산 커넥션’은 자영업 대란의 폐허 위에서 국가 폭력과 손잡고 억울한 죽음을 양산한 구청-조폭-재벌건설사-재개발조합의 끈끈한 사각동맹을 폭로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그들의 죽음은 죽음의 이유조차 증발해버린 오늘을 만나 더욱 속 끓는 울음을 울고 있다. 죽음의 발단인 용산 개발은 뿌리부터 잘렸고, 비명이 채 가시지 않은 남일당은 고작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코레일은 개발사업 실패가 낳은 경영난의 책임을 철도노동자들에게 떠넘겨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내몰았다. 살인 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는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부활하며 용산 유족들의 분노를 불렀다.

연쇄적 죽음의 서막이 열리다

겨울의 시린 눈물은 여름 초입부터 뜨거운 울음이 됐다.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위 아래로 스스로 몸을 던졌고(5월23일), 그의 죽음 앞에 오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뒤를 따랐다(8월18일). 은 두 번의 추모 특별판을 만들어 그들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눈물과 분노를 기록했다. 역류하는 시대는 더 많은 죽음을 요구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5월21일)과 사 쪽의 압박 및 경찰의 토끼몰이 진압은 이후 꼬리를 물고 찾아올 연쇄적 죽음의 서막을 열었다.

누군가 죽어갈 때 무엇인가는 태어나고 있었다. 7월22일 한나라당의 언론법 날치기 처리는 신문과 방송 간의 칸막이를 제거하며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잉태시켰다. 제771호는 표지 제목을 ‘민주주의의 조종, 그 너머엔 조·중·동’이라고 뽑았다. 그해 신년호(제742호) 첫 표지도 종편의 위협을 다룬 기사(‘종편 채널 초대받은 조·중·동의 야심’)였다. 그때 김보협 당시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장은 ‘2008년 겨울을 후회 않으리’란 기고글에서 이렇게 썼다.

“사주들이 원하는 대로 지면을 만들고 돈을 주고 독자를 사는 신문들이, 부정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고 정치권을 주무르는 재벌들이 ‘방송 뉴스’를 장악하게 된다면, 그들은 시민들의 생각을 지배하려 들지도 모른다.” 재앙은 창조자의 책임일까, 수혜자의 책임일까. 방송사 사장 물갈이와 종편 4개 선정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언론 장악에서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현 대통령이다.

노동 OTL, 착한 소비 등 기획 풍성

자본주의의 참상도 통곡을 불렀다. 2008년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해를 넘기며 자영업자 붕괴(제744호 ‘자장면의 눈물 청바지의 한숨’)를 낳았고, ‘30대 여성 표적 실업’(제754호)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제753호 표지이야기 ‘자본주의 이후’는 칼 폴라니의 ‘호혜평등의 경제’를 빌려 세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길을 물었다. 제745호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를 시작으로 착한 소비와 사회적 기업, 녹색기술, 공동체에서 해법을 탐구하는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 시리즈도 내놓았다. 노동인권 탐사보도 ‘노동 OTL’(제778호부터 연재)과 ‘손바닥문학상’ 첫 수상작(제786호)을 탄생시킨 것도 이해였다.

2014년의 은 어떤 길을 제시할 것인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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