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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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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를 아프게 한 건 늘 위

‘이명박근혜’ 완성으로 결국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던 2012년
권력 향방 좇으며 현장과 사람들 곁에 머문 <한겨레21>
등록 2014-02-11 17:49 수정 2020-05-03 04:27
2012년 1월31일 밤,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농성장에 내걸린 해고자들의 얼굴 그림 위로 눈이 쌓였다.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 변한 것은 없었다.박승화

2012년 1월31일 밤,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농성장에 내걸린 해고자들의 얼굴 그림 위로 눈이 쌓였다.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 변한 것은 없었다.박승화

‘희망’은 ‘잿더미’가 되었다.

10·26 재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사이버테러 사건에 이어 2012년 정초부터 불거진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폭로’는,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가진 이 당의 4월 총선 전망에 짙은 안개를 드리웠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집권 여당에 2012년은 두려운 해였다.

시선이 아래로만 향할 수 없는 이유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박근혜 의원은 2월13일 한나라당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뒤 치른 총선에서 승리했다. 여세를 몰아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대중이 원하는 정책으로 대선용 분칠도 했다. 결과는 당신이 아는 바와 같다. 변한 것은 없었다. ‘이명박근혜’가 그렇게 완성됐다.

2012년 정치의 계절, 은 권력의 향방을 좇으면서도 한국 사회가 눈길을 줘야 할 현장과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제897호(2월13일) 표지이야기(‘쌍용차 1000일의 고독,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에서는 정리해고 1천 일을 맞은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얼음텐트’를 찾아 함께 밤을 지새우며 그들의 한숨과 분노를 들었다. 영하 15℃의 강추위에도 장기투쟁장을 순례하는 ‘희망뚜벅이’들과 동행하면서 몸으로 부르는 봄을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고통은 늘 완료되지 않는다. 지면 개편을 한 제900호(3월5일) 표지이야기(‘3300일의 악몽’)는 참사 9주년을 맞아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는 대구지하철 부상자들의 트라우마를 담았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잠 못 자고 헛것을 보는 사람들. 그들에게 상처는 온전히 당사자와 가족의 몫이었다.

아래를 아프게 하는 건 늘 위였다. 우리의 시선이 아래로만 향할 수 없는 이유다. 제909호(5월7일) 표지이야기(‘돈의 맛에 빠진 병원’)와 제913호(6월4일) 표지이야기(‘돈 먹고 병 주는 건강검진’)는 오늘날 다시 진행되는 의료상업화의 현실을 기자가 직접 환자로 뛰어들어 그렸다. 제902호(3월19일) 표지이야기(‘우리 회사 敵은 회장님?’)에선 기업의 리스크가 된 한국 재벌 총수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짚었고, 제896호(2월6일) 표지이야기(‘사법부를 쏘다’)는 영화 열풍을 통해 강자에겐 관대하고 약자에겐 막 대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깨알 같은 재미 선사한 기자 칼럼의 해

과도한 오해와 과분한 지지를 받는 문제적 인물에 대한 분석도 의 몫이었다. 제898호(2월20일) 표지이야기(‘문제적 인간 진중권의 전쟁’)는 모든 사안에 대해 발언하면서 묵묵히 싸움꾼의 길을 걸어가는 희귀한 지식인 진중권을 집중 해부했고, 제908호(4월30일) 표지이야기(‘장하준, 너는 누구냐?’)는 가장 잘 팔리면서도 가장 논쟁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의 경제사상을 비판적으로 검증했다.

의 2012년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 기자 칼럼의 해이기도 했다. X보다 되레 와잎에 대한 궁금증을 분만한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를 비롯해 ‘입만 살아가지고’ ‘이거, 어디 갔어’ 등은 무겁고 어두운 현실을 건너는 독자들에게 건넨 기자들의 깨방정 위로였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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