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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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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7년 ‘동거’의 비애?

의원 10명 배출한 2004년 최대 스타 민주노동당
10년 만에 처참하게 무너진 진보정치 오늘에 <한겨레21>은 책임 없나?
등록 2013-12-14 15:18 수정 2020-05-03 04:27
국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탄핵결의안은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2004년 3월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탄핵의결서를 내고 있는 김기춘 전 국회 법사위원장(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한겨레 김태형

국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탄핵결의안은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2004년 3월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탄핵의결서를 내고 있는 김기춘 전 국회 법사위원장(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한겨레 김태형

낙관은 번번이 빗나갔다. 2004년, 최대 스타는 단연 민주노동당이었다. 진보정당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으니, “거대한 소수의 탄생”(제506호 ‘민노당 승리 10가지 비밀’)이라고 할 만했다. “당내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운동권 정당에서 탈피”했다고 은 평했다. 그 10년 만에 진보정치가 처참하게 무너질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분당과 합당을 거치는 가운데 10년 전 원내에 진입했던 10명 중 5명은 현재 당적이 없는 상태다.

<font size="4"><font color="#C21A1A">과거 청산 없는 민주화의 위기 </font></font>

한나라당을 향한 낙관도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서청원 의원 석방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던 한나라당에 은 “합리적 보수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주문했다(제497호 ‘한나라당 최후예감!’). 이어 제498호에서도 당내 소장파였던 남경필·오세훈·원희룡 의원을 표지이야기로 다루며, “당 지도부의 자기희생적 결단을 촉구”한 소장파 3인방을 ‘독수리 3형제’ ‘신보수 신상품’으로 평가했다. 박근혜 대표 체제의 등장으로 당이 ‘우향우’를 거듭하며 ‘신상품’은 곧 진열대에서 폐기됐다.

최후를 앞둔 한나라당의 선택은 발악에 가까웠다. 그해 3월12일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몸싸움 끝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곧바로 서울에서만 7만여 명의 시민이 광장으로 쏟아져나왔다(제501호 ‘분노를 희망으로’). 이어 4월1일에는 서울 광화문 집회에 20만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수십만 시민을 모이게 한 분노는 간데없이 사라졌지만, 증거는 아직 남아 역사를 고발한다. 헌법재판소에 탄핵결정서를 제출하는 장면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등장한다. 이 사진을 두고 한홍구 교수는 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역사학도로서 나는 감히 이 한 장의 사진이 바로 온 나라를 뒤흔든 탄핵 사태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과거 청산 없는 민주화가 초래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

끝 모르고 부풀다 까마득히 추락한 기대도 있었다. ‘황우석’이다. ‘세계 최초’라는 성과 앞에 도 여타의 ‘애국주의 언론’과 다르지 않았다. 검증의 저널리즘에 소홀했다. 당대의 ‘스타 과학자’에 대해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재생의학’의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 교수이고 “인간 배아복제 연구를 통해 불치·난치성 질환 치료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상찬했다(제535호 ‘줄기세포, 성서의 기적을 향해’). 이듬해 MBC <pd>이 ‘매국노’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황 교수의 신화를 벗긴 뒤에야 “한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라고 자조했다.

<font size="4"><font color="#C21A1A">500호 넘긴 시사주간지 관성인지</font></font>

2004년, 에는 새로움이 없었다. 소재도, 시각도, 작법도, 기왕의 보도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발행 500호(2004년 3월18일 발행)를 넘긴 시사주간지의 관성인지, ‘민주정부’ 7년을 ‘동거’한 진보언론의 비애인지 쉬 가늠하기 어렵다. 오늘 진보 진영이 처한 낭패에 은 거든 바가 없는지 돌아볼 수밖에 없다. “변화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변화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적었다. 1000호(2014년 2월24일) 발행을 앞둔 의 고민이 무거운 이유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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