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해였다. 승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은 선거 중반부터 그의 BBK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제688호(7월17일)의 ‘이명박의 거짓말’이라는 표지 기사가 시작이었다. 이명박 당시 후보는 “BBK와는 직간접적인 관련이 없다. 주식 1주도 가져본 일이 없다”고 했다. 김경준씨는 제673호(8월21일)와 제674호(8월28일)에 실린 단독 인터뷰에서 BBK의 자금은 이명박 당시 후보가 만든 것이라고 했고, 그가 “정치하겠다고 떠들면서 망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가볍게 묻힌 ‘두 발의 총성’</font></font>11월16일 김경준씨의 귀국을 계기로 제686호(11월27일)에서는 ‘이명박과 김경준의 질긴 8년’이라는 기사로 두 사람의 인연을 짚었다. 선거 직전 검찰의 ‘무혐의’ 발표가 나오자, 은 ‘미완의 진실’이라는 표지로 ‘답변’을 보냈다. 지금도 미완인 부분이 없지 않다.
선거 자체는 싱거웠다. 여권 지지층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이명박 정부 들어 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주목했다. 은 ‘두 발의 총성, 대선 정국의 새로운 변수’(제653호, 4월3일)로 그들을 다뤘다. 그러나 결국 여당 후보로 낙점된 것은 정동영 후보였다. 8월23일 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고,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온 권영길 전 대표는 ‘사표 심리’의 덫(제679호)에 걸려 지지층 표도 모두 얻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11월7일에야 출마 선언을 하며 뛰어든 이회창 후보가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이명박 대 이회창’의 보수 주도 선거가 됐다. 20~30대는 “맘에 드는 인물이 없다면 투표를 안 하겠다”고 했다(제652호, 3월27일).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은 서해에 주목했다. 두 정상이 맞잡은 손을 표지에 싣고, ‘서해는 한반도의 미래다’라는 기사를 실었다(제680호, 10월16일). 두 정상의 8개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결국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열쇠가 될 것으로 봤다. “서해는 평화경제 시대의 입구다.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며 낙관과 희망을 담은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때 협상이 5년 뒤 대선과 이후 정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한나라당 쪽은 ‘퍼주기’라는 전가의 보도 같은 비판을 내놓으며 ‘대선에 정략적으로 악용한다’고 반발했다. ‘북풍’이란 얘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북풍’은, 남북 사이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선거가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일컬었다. 그 이전이나 이후에 북한의 위협이 보수 진영을 유리하게 한다는 ‘북풍’의 뜻과는 정반대다.
‘종북’이란 단어도 명확히 ‘발견’되지 않은 시대였다. 그해 초 정진권 염창교회 목사는 자신이 책임편집장을 맡은 이란 책 탓에 ‘친북반미’ 목사로 비판받으며 퇴진을 요구받았다(제643호, 1월12일). 교회의 보수화 경향 속에서 일부 교인들은 이 책이 ‘무능력한 이승만 정권’이라고 표현하고, 김일성을 ‘김일성 주석’으로 표기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font></font>제683호(11월6일)엔 “삼성이 내 계좌에 50억 이상의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표지에 실렸다. 이 기사로 촉발된 삼성 비자금 스캔들은 특검으로까지 이어졌고,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장악한 이재용 당시 전무의 경영권 승계가 타당한지 물음표를 제기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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