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여명의 황새울’. 1만 명이 넘는 훈련된 전경이 1천여 명의 주민을 침탈했다. “젊은 학생들이 방패에 머리를 찍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2006년 5월4일 새벽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서 벌어진 야만의 풍경은 1980년 광주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은 적었다(제609호 ‘대추리와 거짓말, 누가 대한민국을 속이는가’). 다시는 그처럼 몰인정한 국가폭력이 재연되지 않으리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2006년 한 해 의 질문은 집요했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font size="4"><font color="#C21A8D">대추리 캠페인, 1억원 성금 모여</font></font>2002년 한-일 월드컵의 붉은 물결로부터 시작돼 2004년 독도 영유권 분쟁, 2005년 황우석 사태 등을 거치며 부푼 국가주의는 대추리에서 폭발했다. 미군 때문에 국민을 내모는 정부의 매질을 대추리 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방부에서 전화 오면 내가 막 욕하지. 우리가 뭐 지들이 하라는 대로 하나.” “지금 그렇게 전경들 배치하고 학생들 통학하는 버스까지 못 다니게 하는 정치가 과연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정부인가, 의심을 안 할 수 없어.”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제593호(2006년 1월17일)부터 시작된 의 캠페인 ‘대추리를 평화촌으로’는 이듬해까지 만 1년간 이어졌다. 매주 질기게 평택 대추리·도두리 소식을 전했다. 셀 수 없는 이들이 대추리를 찾아 ‘평택 지킴이’를 자처했고 1억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국익우선론’을 앞세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도 국민의 이해를 모으기 어려웠다. 중·장기 과제였던 한-미 FTA가 “왜 갑자기 우선 과제가 되고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공개되지 않았다”며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한-미 FTA의 저격수 구실을 자임하고 나섰다(제606호 ‘한-미 FTA의 저격수 정태인의 투쟁’). 그예 은 “한-미 FTA에 관해 뽕을 빼기로” 작정한다. 어렵기만 한 FTA의 쟁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제620호(‘한-미 FTA, 당신의 운명’)에서는 광고를 제외한 모든 지면을 한-미 FTA에 내줬다. 국민 이익을 도외시한 국가 이익의 모순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자’는 문제의식(제592호)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빛난다. 모든 성역을 해체해온 의 초창기 정신에 걸맞은 의제 설정이었다. 은 ‘국기에 대한 맹세’ 내용 일부가 1972년 유신정권 초기에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원작자를 알 순 없지만 충남 지역의 각급 학교에 보급됐던 원문에선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고 있다.
<font size="4"><font color="#C21A8D">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맹세, 최초 확인</font></font>이후에도 은 지속적으로 국기 경례 거부 피해 사례를 모으고 보도하며 국민국가의 허상을 조각냈다. 박정희 정권이 ‘병영국가’로 전환하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진실보다 애국이 앞서는 시절은 계속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거리마다 나붙은 대자보는 어쩌면 오래 ‘정의와 진실’에 목말랐던 이들의, 조금 늦게 도착한 메아리인지도 모르겠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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