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 뽑은 올해의 인물은 효순이와 미선이였다. 그해 12월26일 서울시청 앞에서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박승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한 해. 2002년을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무엇이었을까? 그해 우리는 ‘낯선 경험’을 많이 했다. 낯섦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은 그 변화의 조짐을 읽어내고, 변화의 이면을 들쑤셨다.
“네티즌 20만~30만 명이 그룹화한다면 대선의 당락을 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올 대선은 네티즌과 인터넷으로 인해 아주 낯선, 새로운 선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새해 특집호(제390호) 표지는 그해 말 대선 결과를 예고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매체 환경의 혁명으로 “전혀 낯선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노무현은 낯선 정치인이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그를 통해 폭발했다. 제398호 ‘노무현은 대안인가’라는 특집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으로 지면에 등장한 그는 연말까지 표지 주인공으로 8번 나왔다. 당시의 그는 이회창,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제398호), 월드컵 열풍에 고무된 정몽준(제423호)보다는 지구 반대편에서 당선된 룰라(제430호)에 비견할 만했다.
낯설기는 ‘붉은 악마’도 마찬가지였다. 제410호 표지(‘그라운드 밖에서도 신나게’)는 “집단으로 응원하라.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라”고 권했는데, 그 규모와 열기가 상상을 넘어섰다. 히딩크 전사들과 붉은 악마들의 ‘위대한 승리’를 4회 연속 표지로 다뤘던 의 열광은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일대를 광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제416호)으로 이어졌다.
촛불집회라는 낯선 시위가 등장한 것도 2002년이다. 은 월드컵 열기 속에 파묻혔던 두 소녀의 죽음에 대한 뒤늦은 원통함을 ‘부시는 사과하라’는 표지(제421호)에 담았다. ‘만리재에서’(‘부시 대통령은 사과해야’)를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실었다. 촛불이 본격적으로 타오른 건 14살 동갑내기 소녀들을 장갑차로 치어 죽였던 미군 병사들이 미군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11월 이후다. 촛불시위의 주역으로 떠오른 10대 말~20대 초 젊은이들, 그러니까 ‘월드컵 세대’의 “반미야 놀~자”(제437호)라는 외침은 불평등한 한-미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분노의 함성이었다.
2002년은 ‘욕망’이 노골화한 해이기도 했다. 새해 벽두부터 “부자 되세요~ 꼭이오”라는 광고 카피가 주술처럼 사회를 휘감았다. 제398호 표지는 “부자는 80년대 이래 한국 경제를 역동적으로 이끌어온 중산층의 21세기형 버전이기도 하고, 구제금융기의 쓴맛을 본 서민들에게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벤처로 대박을 터뜨린 소수의 사람들을 향한 부러움이자, 밤낮 없는 노동에 대한 지겨움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그해 말 입주를 시작한 타워팰리스가 소수 부자들의 배타적 욕망을 상징했다면(제434호), 입시 뺨치는 직장인 자격증 열풍(제394호)은 부러운 미래를 향한 부질없는 욕망이었다. 그리고 ‘제3계급 비정규직’(제408호)은 “거대한 시스템으로 정착되는 차별의 구조” 속에서 욕망마저 품지 못했다. 몸에 밧줄을 묶은 채 빌딩에 매달려 있는 노동자들의 사진 ‘고공의 절규’(395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당연시되는 것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 문제제기도 계속됐다.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한 달 월급 1만6500원의 고통’(제427호·사진)이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사병 월급의 현실화를 촉구했다. ‘게임세대와 소통하라!’(제397호)는 중독된 신세대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지각 방식을 가진 게임세대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술 강권은 폭력’(제391호)이라고 규정한 기사는 송년회 약속을 잡고 있는 요즈음 다시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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