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명은 ‘불도저’였다. 경부운하에 ‘삽질’을 시작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고, 이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장’하는 공영방송을 잡도리했다. ‘괴담’을 퍼뜨리는 포털 업체에는 세무조사라는 칼을 들이밀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방송 기자들은 TV 화면 대신 거리에 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8년은 그렇게 숨 가쁘게 흘러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5차례나 표지로 다룬 거대한 촛불의 행렬 </font></font>은 이명박 전 대통령 옆에 히틀러를 세운 표지(제725호)를 선보였다. ‘파시즘의 전주곡’이라 이름 붙였다. 정권과 사정기관, 보수언론이 촛불집회로 일어나는 여론을 향해 총공세를 펴던 때였다. ‘짐이 곧 국가다’(제986호)라고 쓰고 박근혜 대통령을 세웠던 2013년 데자뷔의 정체가 이거였나.
신년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3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BBK 의혹과 총선, 인사”라고 경고한 뒤로, 의 비판은 정확히 대통령을 겨냥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대표되는 ‘고·소·영의 나라’(제699호)가 어떻게 구축됐는지를 파워 엘리트 분석을 통해 숫자로 증명했다. 경부운하의 ‘삽질’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제693호)임을 경고한 데 이어, 한반도 대운하 전 구간을 현장 답사해 다리 83개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사실 등을 고발하는 초대형 기획 ‘강은 복수한다’(제703호)를 펴냈다. 상수도 민간위탁을 둘러싼 중소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이 상수도 민영화 논란으로 확장돼 ‘물 전쟁’(제698호)으로 이어질 것도 우려했다.
거대한 촛불의 행렬은 표지에서도 확인된다. ‘민주주의의 새날’(제713호) 이후, 하이힐과 유모차가 거리를 점령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조항은 모두의 언어가 됐다. 촛불은 6~7월에 자그마치 5차례나 표지를 장식했다. 집권 석 달 만에 국정운영 지지도가 36%까지 떨어진 이명박 정부는 공안몰이로 돌아섰다. 공영방송도 포위(제716호)됐다. KBS에서는 바른 목소리를 내던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테러에 가까운 좌천 인사를 당했다. MBC는 <pd>의 광우병 방송이 논란을 빚자, 경영진이 사과방송을 하며 꼬리를 내렸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 사장 취임을 반대하던 YTN 기자·PD들은 대규모 징계를 당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굵직한 사건도 많았다. 비자금 수사로 코너에 몰린 삼성그룹은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이 뼈대였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불과 2년 만에 복귀했다. ‘종북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민주노동당은 분당의 아픔을 겪었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탈당 선언 뒤 평등파가 연쇄 탈당했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은 어이없는 화재로 소실됐다. 미국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인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퇴임 직후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직행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고 ‘노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 OTL 시리즈 시작된 해</font></font>
OTL 시리즈의 시작도 2008년이었다. 일터로 내몰린 이주노동자의 아이들, 현대판 노예가 되어버린 전·의경, 무한노동에 시달리는 방송계 막내작가 등 ‘인권’이라는 주제로 무려 30차례의 기획 기사가 연재됐다.
대통령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불통’이고, 민영화 괴담은 그때나 지금이나 잡도리 대상이다. 그래서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영화 을 보며 ‘노간지’를 떠올리고 촛불의 등장을 기다리는 이들은 2008년의 추억을 먹고 산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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