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우리는 세계사에서 백인종이 유색인종을 어떻게 억압하고 차별했는지, 또 일본 제국주의가 ‘조센징’과 다른 아시아 민족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잘 알고 있다. 여러 번의 외침과 싸워야 했던 역사적 경험 때문에 우리 민족은 ‘피해자’, 다른 민족은 ‘가해자’ 또는 민족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자라는 관념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방어적 민족주의’나 ‘반만년 단일민족론’은 민족해방투쟁을 위한 사상적 기초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인종차별주의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냈다.
재일동포가 받는 차별에는 분노하면서 우리 사회에 사는 ‘화교’들의 처지는 외면했다. 백인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자신이 마치 백인종인 양 검은 피부의 인종을 ‘깜둥이’로 비하했다. 외국 남성과 연애·결혼하는 여자는 ‘양갈보’라고 불렀다. 타 인종과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더럽혀진 피’ 취급을 받았다.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자 인종차별주의는 더 심해졌다.
2007년 8월18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인종차별철폐조약’과 관련한 이행보고서를 심사한 뒤, “외국인과 혼혈을 차별하는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는 권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우려했고, ‘순혈’과 ‘혼혈’ 같은 용어도 인종적 우월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운동감독이나 선수, 혼혈 연예인이 인기를 끌고 가 시청률이 높다고 하여 우리 속에 똬리 틀고 있는 인종차별주의가 증발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 구조는 동남아 여성과 한국인 농촌 남성의 결혼, 동남아 남성 노동자와 한국 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이들의 아들딸이 ‘혼혈’의 딱지로 이중의 고통을 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인종차별주의를 막는 법과 제도, 그리고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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