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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역차별론과 무임승차론… 능력 없는 능력주의자의 ‘도덕 과잉’

35. 일베의 역차별론과 무임승차론
약자에게 억울함 투사하며 동시에 자기 비하… 본질은 엘리트주의 아닌 착종된 공정의식
등록 2026-10-01 21:56수정 2026-10-08 17:09
2025년 9월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열린 반중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겨레 정인선 기자

2025년 9월2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열린 반중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겨레 정인선 기자


 

사회학자 김창환·최성수는 청년 남성 극우화를 분석한 논문에서 청년 남성의 극우화가 분명히 관찰되고 있다고 밝힌다.1 그에 따르면 청년 남성은 보수 비율도 극우 비율도 전 세대 통틀어 가장 높았다. 또한 청년 남성은 다른 집단에 비해 ‘약자 배제’와 ‘폭력 수용성’이 강했다. 논문은 청년 남성들이 높은 극우적 성향에도 계엄에 반대했던 점을 들어 “청년 남성의 극우 비율이 높은 이유가 다른 집단 대비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이 더 심해서가 아님”을 지적한다. 폭력 수용성은 진보 성향 청년 남성도 공유하는 특성이었지만 약자 배제, 즉 약자 포용 정책 반대에서 청년 남성이 특히 도드라졌다.

극우 청년 남성의 특성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곳이 바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부터 2025년 12월4일까지, 약 1년간 윤석열 계엄에 대한 일베의 여론은 예상만큼 동질적이지 않았다. 일베 정치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게시글을 보면, 계엄 직후 며칠간 계엄에 대한 반대(‘아무리 생각해도 계엄을 왜 그렇게 했지???’, 2024년 12월4일)와 조건부 찬성(‘윤석열이 천재인 이유 feat 계엄령 진짜 목적 추측’, 2024년 12월5일)으로 양분되는 모습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수용

 

그러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2025년 4~6월,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급전직하한다.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에 근거한 계엄 옹호 게시글이 다수 존재하지만, “자폭 계엄”을 비판하는 여론이 점차 일베 게시판의 주류가 되어간다. ‘윤석열 이 개새×는 계엄 왜 한 거냐’(2025년 6월4일) 게시글이 대표적이다. 이 글은 “문재인 깜방도 못 보내, 이재명 대통령 만들어줘 천하의 개새×”라고 윤석열을 맹비난하며 많은 추천을 받았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수용하지만 약자를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극우 청년 남성들의 존재는, 민주주의 제도의 한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이 탈규범적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낸다. 이는 곧 민주주의 제도 내부에 구성원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그게 바로 ‘역차별’과 ‘무임승차’ 논리다. 일베는 이 논리를 온라인에서 가장 능숙하게 활용해온 주체였다.

일베의 주요 타깃은 정해져 있다. 여성(‘김치녀’ ‘페미니스트’), 진보 진영(‘기득권 86세대’), 호남 사람(‘5·18 유공자’)이다. 수천에 이르는 관련 게시글의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서사는 놀랍도록 천편일률적이다. 부당한 특혜를 받는 집단 때문에 역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013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올라온 이미지. 1980년 5·18 당시 광주 상무관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관 사진을 끌어다가 ‘배달될 홍어들 포장 완료’라고 비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2013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올라온 이미지. 1980년 5·18 당시 광주 상무관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관 사진을 끌어다가 ‘배달될 홍어들 포장 완료’라고 비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특히 일베 초기,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희생자·유공자에 대한 사실 날조와 왜곡이 집요하게 이어졌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가능한 국가폭력 희생자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해악은 심각했다. 예컨대 추천 708개를 받은 게시글 ‘독립군 후손, 6·25 참전용사, 베트남 파병 장병, 5·18 유공자 현재 모습.jpg’(2013년 5월25일, 원본 소실)를 보면, “광주 폭동 주도자 자녀들 전부 대학 특례입학에 가산점 10%를 받고 호의호식”하는 반면, 독립군 후손과 6·25 참전용사, 베트남 파병 용사들은 폐지를 줍는 노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일베가 주장한 5·18 유공자와 다른 유공자의 보상 불균형은 공정 감각을 자극함과 동시에 5·18을 특권화하는 진보 진영을 때리는 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글이 끊임없이 생산됐다. 하지만 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 꾸준히 나오고, 결정적으로는 2021년 개정 시행된 5·18 특별법에 따라 5·18 왜곡·폄훼를 형사 처벌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게시물 상당수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진보, 호남에서 혐중으로

 

그러나 ‘역차별’론 자체가 사라진 건 결코 아니었다. 혐중 담론이 본격화한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인과 화교에 대한 특혜가 인기 주제가 된다. 360개의 추천을 받은 ‘화교들 의대 프리패스 맞았네 ㄷㄷㄷ’(2025년 1월30일)는 “화교들만 대상으로 하는 한 학원에서만 의대 수십 명이 합격”했고 “한의대 약대들 화교 특례입학 수두룩”하다고 주장한다.

일베가 혐오를 죄의식 없이 분출할 수 있는 이유는 도덕이 결여돼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일베는 ‘도덕 과잉’이어서 혐오한다. 이들이 과도하게 내면화한 도덕은 바로 한국 사회의 지배규범인 능력주의, 곧 ‘능력과 자격에 따른 불평등’과 ‘형식적 공정성’이다. 한국의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는 모두 공정성 가치에 동의한다. 하지만 진보좌파가 ‘공정한 평등’을 지향하는 반면 보수우파는 ‘불평등한 공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내용과 강조점이 완전히 다르다. 이에 더해 ‘우승열패’와 ‘약육강식’이 자연적 섭리이자 사회적 당위로 수용되면, 능력주의는 최소한의 진보성마저 거세돼 철저한 위계서열 규범이 된다. 이제 약자 돕기는 ‘역차별’을 만들 뿐 아니라 자연질서와 사회규범을 어그러뜨리는 악행이나 다름없어진다. 즉, 약자 포용 정책에 대한 혐오는 저들에게 일종의 도덕적 분노이자 정의감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일베는 ‘신성한 도덕’을 훼손한 자들을 마음껏 혐오할 수 있었다.

이 도덕률에 따라 성매매 여성도 재평가된다. 399개의 추천을 받고 일베 게시글로 올라간 ‘다들 창녀 욕하지 마라’(2014년 9월11일)는, “화류계가 철저하고 칼 같은 능력주의 체계를 어느 다른 직업군에 비해 잘 갖추”고 있다며 “한마디로 천조국에서 지향하는 정확한 피라미드 구조 체계”라고 설명한다. “근속연수라고 해서 경력이 길어지면 짬 대우해주는데 이 업계는 그런 거 없이 철저하게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매력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근거다.

반면 연고주의와 파벌주의는 절대악으로 묘사되며 일베는 이걸 호남 혐오와 연결해 또 하나의 혐오 서사를 만들어낸다. 879개라는 엄청난 추천수를 기록한 글 ‘회사 입사 후 3년 정도 지나면 알게 되는 비밀’(2015년 9월29일)은, 회사 내에서 처음엔 서울 사람으로 위장하던 호남인들이 알고 보니 자기들끼리 파벌을 만들어 회사를 망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전라도 것들끼리 개인적 친분으로 위장한 채, 연고 중심으로 똘똘 뭉쳐 사조직, 파벌 같은 그룹을 만드는 순간 회사의 업무 흐름은 능력주의, 성과주의와 관계없이 사내 정치로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한탄한다. 글에 따르면 “전라도 깽깽이들의 무서운 점”이 그것이고, “회사에서도 노조 선봉에 선 것들 80%가 전라도 출신인 것도 같은 이유”다.

 

생리적 혐오가 아닌 도덕적 혐오

 

초창기부터 일베는 여성 혐오, 특히 ‘김치녀’ 담론의 중심이었다. ‘김치녀’란 ‘남녀평등 외치면서 호구가 될 남자를 찾는 여자’를 가리킨다. 또한 이른바 ‘어장관리’를 하며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는 ‘문란한 여자’이기도 하다. 추천 922개를 기록하며 ‘김치녀’ 관련 글 중 가장 반응이 컸던 글은 ‘오늘자 김치녀’(2013년 6월6일)다. 한 남성이 소개팅에서 자신을 ‘레스토랑에서 서빙부터 배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여성이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그 남자가 사장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태도가 돌변했다는 내용이다. ‘김치녀’ 서사 속에서 여성의 선택은 인간적 관계보다 경제적 지위에 의해 좌우되며 ‘더치페이’보다 ‘무임승차’를 선호한다는 식으로 일반화된다.

여경 무능·무용론도 일베에서 인기 높다. 신체적 강인함이 요구된다고 여겨지는 직업인 경찰과 소방 분야에서 여성이 무능함에도 과한 대우와 혜택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777개의 추천을 받은 ‘여군 여경 여소방관 특징.real fact’(2016년 6월12일) 글은 여군에 대해 “힘들면 빠지고 부대 물을 흐린다” “셋 중 가장 무쓸모”하다고 비난한다. 또 여경은 “셋 중 외모를 가장 많이 꾸미”는 한편 “페이스북 관리, 노숙자 옷 덮어주기, 경찰서 잡일을 맡아서 한”다고 묘사된다. 여소방관에 대해서는 “여소방관이 관창 잡고 불 끄는 것 본 적 있냐”고 묻고 “사망이 확실시되는 현장엔 출동 안 한다”고 주장한다.

일베의 혐오는 생리적 혐오(disgust)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감정이며, 엄밀히 말해 그것은 도덕적 혐오(abhorrence)나 경멸(contempt)에 가깝다. 이 감정의 원천 감정은 따로 있다. 바로 ‘억울함’, 울분(embitterment)이다.

울분이란 나의 ‘중심기본가정’, 즉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해 가진 가장 중요한 믿음의 위반에서 비롯한다.(제1590호, 제1591호 참고) 이를테면 ‘세상은 마땅히 이래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 느끼는 쓰디쓴(bitter) 감정’이다. 그리고 이 억울함이 신체적 질환으로 나타나면 외상후울분장애(PTED)로 진단할 수 있다.2 한국인 중에서 중증도 이상 울분을 겪는 사람이 울분 연구 발상지인 독일의 6배에 달할 정도로, ‘억울함’은 한국인의 일상감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베의 울분은 자기 몸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혐오로 분출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연애하고 싶지만 여성들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고 억울해하는 일베 유저들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대신에 한국 여자들이 얼마나 교활한 무임승차자인지에 관한 ‘썰’을 확대재생산한다.

 

능력주의, 연대로 나아가는 길 차단

 

사실 능력주의 규범은 진보, 호남인, 여성만이 아니라 당연히 일베 남성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이 능력주의 체제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일베는 피해자끼리의 연대 대신 다른 피해자를 향한 경멸·혐오를 택했을까? 단순히 자기 객관화 능력이 떨어져서라고 보긴 어렵다. 이른바 ‘인증 대란’을 벌이며 ‘루저’가 아님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일베 게시판의 기본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은 “너도 병신, 나도 병신”이다. 이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약자의 냉소’다. 예를 들어 ‘여군 여경 여소방관 특징’ 글은 세 집단을 싸잡아 혐오하면서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맺는다. “결론: 다 무쓸모. 사실은 내가 더 무쓸모 ㅎㅎ”

이들은 울분을 타자에게 투사하고 약자의 냉소를 공유하지만, 끝내 연대로 나아가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일베의 도덕에 충실할수록 강자에 대한 저항은 논리적·수행적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당연한데 왜 쓸데없이 저항한단 말인가? 능력주의가 정의(justice)와 동의어가 되고 불평등이 보편타당한 질서가 될 때, 약자가 연대한 항의는 “무능한 다수의 떼쓰기”에 불과해진다.

이러한 일베적 세계관에서 정체성을 인정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나라는 개인이 명실상부한 강자가 되거나, 아니면 사이비 피해자들 때문에 역차별받는 ‘진짜 피해자’임을 강자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일베가 다른 약자·피해자에 대한 평가절하를 통해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유다.

 

1. 김창환·최성수, ‘한국 청년 남성 극우 성향의 구조와 분포: 성·연령 인구 집단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60(3), 53~111쪽, 2026

2. 미하엘 린덴·김종진·채정호·민성길·정찬승, ‘한국인의 울분과 외상후울분장애’, 군자출판사, 2021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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