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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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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과 사드 사태 이후 혐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 안의 극우 31. ‘다문화정책반대’ 카페 담론
‘우한폐렴’ 논란, 12·3 계엄 거치며 ‘중국’ 키워드 폭발적 증가… ‘반다문화’ →‘혐중’으로 중심 이동
등록 2026-07-30 21:11 수정 2026-08-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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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25일 서울 구로구 대림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초결사대 등 극단적 보수 성향 단체가 개최한 시위의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겨레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025년 9월25일 서울 구로구 대림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초결사대 등 극단적 보수 성향 단체가 개최한 시위의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겨레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이제 중심담론인 경제, 치안, 민족을 살펴본다. ‘다문화정책반대’ 카페 1차 분석 시점인 2010년 12월4일 기준으로 가장 빈도수 높은 키워드는 ‘경제’로 1422건이었다. 근접 키워드인 ‘일자리’는 1005건이었다. 다소 중복이 있지만 다른 키워드에 비해 ‘경제’ 관련 게시글의 양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는 전체 기간, 그러니까 2026년 7월14일 현재까지의 검색량으로 봐도 마찬가지여서, ‘경제’로 검색된 게시물 수는 1만3381건으로 다른 주요 키워드를 압도한다.

그나마 ‘경제’ 검색량에 근접한 건 ‘중국’ 키워드다. 전체 기간 중 9043건이다. 하지만 ‘중국’ 키워드는 최초 분석 시점인 2010년 12월4일 기준으로는 1215건으로, 치안 담론(‘범죄’ 등)이나 민족 담론(‘후진국’ ‘이슬람’ ‘조선족’ ‘방글라데시’ 등)에 비해 특별히 많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터지며 ‘중국’ 키워드 검색이 급격히 늘어났고, 2020년 시작된 이른바 ‘우한 폐렴’ 논란과 코로나19 대유행, 2024년 12·3 계엄 사태 등을 거치며 게시글 규모가 지금처럼 커졌다.

이 글에서는 우선 1차 분석 당시의 키워드로 추출됐던 경제·범죄·민족, 즉 경제 담론, 치안 담론, 민족 담론을 살핀 다음, 그 뒤 급증한 ‘중국’ 키워드, 즉 혐중 담론을 짚어본다.

 

경제 담론 : 일자리와 임금 우려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변주되는 레퍼토리로서 ‘다문화정책반대’ 카페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내국인 노동자 임금 하방 압력에 대한 논의다. 다음은 ‘다문화는 우리 국민들을 기만하기 위해 만든 허상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글 일부다.

 

다문화 정책의 이면엔 저가의 인력을 계속 붙들어주고 아울러 임금동결 상태 계속 유지하려는 더러운 기득권 놈들의 술수가 담겨 있죠. 인권은 그걸 가리기 위한 위장일 뿐입니다. 맨날 자본가와 투쟁할 것인 양 굴던 사이비 진보들이 여기 같이 닐리리 하고 있는 것도 웃기는 현실입니다. 다문화와 불체자(불법체류자) 추방 문제를 논할 때는 단순한 애국심이나 민족의식에 호소하는 거보다 저런 이면의 기득권들의 목적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게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특히 다문화 거품 무는 사이비 진보들에게 “자본가들의 임금동결” 논제를 던져주면 100% 쥐약 먹은 쥐새끼처럼 비실거립니다.

 

그러나 경제 및 일자리 글에서 정책상 딜레마에 대한 숙의는 발견하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을 전면 금지하더라도 해당 저임금 노동에 내국인이 유입되지 않고, 내국인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경우 오히려 자본이 국외로 탈출할 가능성 등은 별로 논의되지 않는다.

 

치안 담론 : 야만적 범죄 주범 낙인

 

치안 담론은 경제 담론만큼은 아니지만 1차 분석 시점에서 ‘범죄’ 키워드로만 1592건이 검색돼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많은 범죄를 저지르며 치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많은 한국 여성이 서남아시아 남성 이주노동자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는 루머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치안 담론은 한국 남성의 관점에서 철저히 성별화됐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경우 한국 여성이 외국인 노동자의 야만적 범죄(주로 성범죄)에 희생되거나 성적 유혹에 굴복한다는 식의 서사다.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 강간을 해서라도 한국 여자 무조건 임신시켜라’라는 글은 이태원에 산다는 익명 외국인의 말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그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 사이에 한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돌고 있다”고 했다. “매뉴얼에 ‘한국 여자를 무조건 임신시켜야 한다’고 돼 있어요. 임신을 빌미로 한국 여자와 결혼한 후 2년이 지나면 한국 영주권이 나오고, 영주권이 나온 후에 이혼하면 된다는 것이죠. ‘정신지체장애 여성이나 미성년자, 이혼녀 등을 노려야 후환이 없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내국인의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은 3524명이고 외국인은 1591명으로,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2.2배 정도 많았다.1 또한 경찰청이 매년 취합하는 ‘범죄통계’와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검찰연감’ 자료를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보다 낮다. 외국인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1500명 수준으로 약 1.5%이고, 내국인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3200명 수준으로 내국인 범죄율이 두 배 이상 높다.2 그러나 반다문화 담론은 이런 통계를 무시하거나 정부·언론·기업이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국학원, 국학운동시민연합 등의 주최로 2006년 9월6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대국민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중국은 동북공정을 중단하고, 모든 역사왜곡을 중단하라, 남북한 및 해외동포에게 공식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학원, 국학운동시민연합 등의 주최로 2006년 9월6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대국민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중국은 동북공정을 중단하고, 모든 역사왜곡을 중단하라, 남북한 및 해외동포에게 공식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족 담론 : 국가경쟁력과 국익으로 우회

 

민족 담론은 1차 분석 시점에 ‘민족’ 키워드로 1046건이 검색돼 중심담론 가운데 세 번째였다. 하지만 민족과 직접 관련된 키워드, 예컨대 ‘후진국’이나 ‘중국’ ‘조선족’ ‘방글라데시’ 등으로 확장하면 추가로 최소 수백 건에서 1천 건 이상 검색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민족 담론의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게시글 상당수가 ‘인종차별’ ‘순혈주의’ 같은 비판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1차 분석 시점에서 ‘다문화정책반대’ 카페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이나 혈통중심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 주장은 삼가는 분위기였고, 회원 간에도 서로 주의를 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이후 혐중 담론이 완전히 주류가 되고부터 다시 분위기가 바뀐다.)

그래서 민족 담론 상당수는 인종차별로 비치지 않기 위해 일종의 ‘우회 전술’을 택한다. ‘국가경쟁력’이나 ‘국익’ 같은 경제적 이익 차원에서 민족을 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문화는 망국의 지름길’이란 글은 이렇게 주장한다. “이민 선진국들조차 받지 않는 입국이 금지된 단순노동인력을 받는다는 것은 산업의 질적 후퇴와 더불어 서민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해외로 그들이 받는 월급의 상당수가 빠져나가 외화 유출로 이어져 수출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전혀 득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반다문화 담론이 결국 순혈주의나 단일민족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진족과 몽골족의 차이점, 다문화가 민족말살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외국인이 한국에 귀화하여 한국말을 하고 한국 풍습을 따르면 그 사람을 한국인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엄청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그저 한국인의 탈을 쓴 외국인일 뿐 핏줄까지 한국인은 아니다. (…) 청은 자본과 부국강병을 민족보다 중요시 여겨 민족성을 무시한 채 부국강병만을 추구한 결과 그들은 민족을 상실했고 그들의 나라 또한 역사에서 지워져버렸다. 만약 여진족이 원나라를 본떠서 한족을 통치했더라면 그들은 지금까지도 생존해 있을 것이고 지금 독립국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혐중 담론 핵심, 중국의 한반도 편입 야욕

 

‘다문화정책반대’ 카페가 만들어진 2008년 6월과 2026년 7월 현재 사이에는 18년의 격차가 있다. 1차 분석 시점인 2010년 12월과 비교해도 16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에 반다문화 담론은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1차 분석 때 민족 담론의 하위였던 반중·혐중 담론은, 2026년 현재 경제 담론 다음으로 검색량이 많은 키워드가 됐다. ‘중국’ 키워드 게시물은 전체 기간 중 9043건이고 ‘중국’과 ‘경제’ 키워드가 동시에 들어간 게시물은 3037건으로 ‘중국’을 제외한 다른 중심 키워드, 예컨대 ‘경제’와 ‘민족’(1182건), ‘경제’와 ‘범죄’(1785건), ‘범죄’와 ‘민족’(778건)의 두세 배에 달했다.

덧붙이자면 최근 혐중 담론의 부상을 새로운 적대, 혹은 새로운 타자의 등장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에서의 중공군 참전이나 19세기 개항기와도 닿아 있다.3 한마디로 반중·혐중의 역사는 거의 한 세기를 넘어선다. 그러나 오늘날 반다문화 담론, 나아가 극우 담론에서 논의되는 혐중 정서나 혐중 담론의 직접적 계기로 볼 만한 사건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동북공정과 사드 사태라 할 수 있고, 따라서 혐중 담론의 통시적 분석 범위도 이 기간으로 한정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2010년 1차 분석 때는 동북공정 사태 이후라서 반중·혐중 담론 비중이 작았다고 하긴 어렵다. 내용도 2020년대 혐중 담론과 대동소이했다. 예를 들면 ‘중국의 한반도 병합 시나리오: 이것이 다문화의 원인?’이란 제목의 글은 2010년 5월에 쓰였지만 오늘날 극우 혐중 담론의 핵심 주장 대부분이 담겨 있다.

 

왜 한반도를 중국령으로 편입시키려 하는가. 중국의 한반도 편입 야욕은 중국의 힘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목적뿐 아니라 조선족이 남북한, 혹은 통일 한국과 연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며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권을 축소시키기 위해 이러한 계획을 실행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한국인 행세하며 분열 책동을 하고, 대남 간첩 산업스파이로 기술을 유출하고, 유학생과 교수 등 사회 곳곳에 직업군을 형성하여 중공 대남 적화를 용이하게 한다. 현재도 인터넷에선 좌빨 중공넘들이 인터넷 여론 공작을 부단히 하고 있다. 

 

이렇듯 2010년이나 2026년이나 혐중 담론의 대략적 내용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달라진 것은 ‘위상’이다. 바꿔 말하면 반다문화 담론의 중심이 혐중으로 이동한 것이다. 따라서 그 중심 이동의 배경과 사회적 의의를 밝혀내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를 통해 극우 담론 내에서 사회적 적대가 어떻게 재배치되는지, 나아가 극우 담론의 발화 주체가 어떻게 구성되고 갱신되는지도 보여줄 수 있다.

다음회에선 반다문화 담론의 전반적인 특성과 더불어 혐중 담론이 어떻게 다문화 반대 담론의 중심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고, 2010년대 초중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급부상으로 딜레마에 처한 다문화 반대 담론의 상황과 그 의미를 살펴보자.

 

1. 최영신, 이슈통계 ‘외국인과 내국인 범죄율’,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7년 5월3일

2. 임주현,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범죄를 많이 저지를까?’, 한국방송, 2023년 6월18일

3. 백영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한국인의 중국 인식의 변화: 대중과 역사학계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중국근현대사연구, 58권, 55~85쪽, 2013년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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