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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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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기 위한 극강의 가성비, 혐오

33. ‘혐오관종’ 시대의 개막
‘명성’이란 자원 없어도 폭발적 트래픽 유도… 유튜브 등 통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아
등록 2026-08-27 21:53 수정 2026-08-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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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에 ‘젊은 남성이 일베에서 혐오 놀이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고 하는 모습을 연필 스케치로 그려달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만든 일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에 ‘젊은 남성이 일베에서 혐오 놀이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고 하는 모습을 연필 스케치로 그려달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만든 일러스트.


2026년 5월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이벤트, 그리고 뒤이은 배재고 야구부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사태는 온라인에 만연한 혐오 밈과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문화의 연장선에 있었다. 청소년 매체 ‘토끼풀’의 문성호 편집장은 “2026년 현재 일베는 교실 안 주류 문화”라며 “이제 게임이나 공부를 잘하는, 선망의 대상이 영위하는 문화가 됐다”고 증언한다.1

2011년 이후 수년간 일베는 온라인 극우를 넘어 한국 극우 담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2 2020년대 들어 사이트 규모는 크게 위축됐지만 일베의 영향력은 사라졌다기보다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었다. 요컨대 ‘일베 문화’는 세대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편재한다.

 

일베는 ‘아방가르드’ 아닌 ‘브리콜라주’

 

일베에 관한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고 여전히 나오고 있다. 다만 학술논문도 아닌 이 글에서 선행 연구를 열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 글 역시 어느 정도 개괄적 서술은 피할 수 없겠지만 되도록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다. 논의의 출발점은 필자가 2014년 8개월간 일베를 참여 관찰하여 쓴 글, ‘공백을 들여다보는 어떤 방식: 넷우익이라는 ‘보편증상’’이다.3 출간된 대중서 기준으로 그 글은 ‘능력주의’ 이념으로 일베를 해명한 최초의 분석이다. 아쉬운 점은, 당시에는 능력주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 전이어서 밀도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향후 논의는 ‘한국의 능력주의’에 관한 필자의 연구 성과를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그동안 간과되거나 체계화되지 못했던 점을 중심으로 일베의 사회적 의미를 설명해보려 한다.

일베는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이름에도 드러나듯이 다른 커뮤니티의 베스트 게시물을 모은 ‘2차 커뮤니티’다. 초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뿌리를 두었기에 ‘갤러리’라고 부르는 주제별 게시판의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홍어”나 “전라디언” 같은 말은 ‘야구 갤러리’에서 시작됐고, 패륜적 댓글 문화는 ‘막장사건사고 갤러리’의 특성이었다. ‘○○녀’ 같은 명명이나 여성혐오 발언이 가장 많이 유통되던 곳은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였다. ‘병신’을 자처하며 타인을 비방하는 걸 정당화하는 일베의 독특한 자의식도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에서 계승됐다. 2000년대 등장한 ‘안티디제이(DJ)’이나 ‘안티노무현’ 등의 사이트는 진보 정치인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만들어 조롱했는데, 이런 특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에 코알라를 합성한 ‘노알라’ 같은 밈들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일베는 고유하고 아방가르드(avant-garde·전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태생부터 혼종적이고 브리콜라주(bricolage·짜깁기)적인 공간이다. 비유컨대 그것은 물이 시작된 수원(水源)이 아니라 수많은 물줄기가 형성한 합수부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일베만 없애면 혐오나 온라인 극우가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으리란 믿음이 얼마나 헛된 망상인지 알 수 있다.

 

일베의 4요소: 혐오, 주목, 능력주의, 남성계

 

일베의 특징은 크게 4요소로 나눌 수 있다. 혐오(Hate), 주목(Attention), 능력주의(Meritocracy), 남성계(Manosphere)가 그것이다. 즉 일베란, ‘능력주의적 혐오의 분출을 통해 관심을 추구하는 남성들의 커뮤니티’다. 혐오는 감정의 층위에서, 주목은 인지의 층위에서, 능력주의는 이념의 층위에서, 남성계는 주체·젠더의 층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혐오·주목·남성계, 이 세 요소는 일베만의 고유성이라기보다 온라인 극우 또는 온라인 서브컬처 상당수의 공통점이다. 2010년대 미국의 밈을 주도한 ‘포챈’(4chan)이나 세계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차이점도 존재한다. 다른 나라들에선 많은 경우 인종(race) 또는 특권의식(entitlement)이 핵심 쟁점이지만, 한국에서 유독 현저한 특징으로 나타나는 것이 능력주의적 혐오다. 능력주의는 일베뿐 아니라 한국 극우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 중 하나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할 것이다.

개념상 구별되기는 하지만, 일베의 4요소는 제각각 작동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정체성 서사의 순환 고리를 이룬다. 이를테면 주목받으려는 욕망은 주목을 끌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인 혐오를 동원하게 한다. 그런 혐오가 사회적 지탄을 받기 때문에 ‘내 혐오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변명으로서 공정의 윤리이자 논리인 능력주의가 호출된다. 이러한 주목-혐오-능력주의적 정당화는 ‘우리’가 누구이며 누가 ‘우리’의 정당한 지위와 권리를 위협하고 박탈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로써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적 고통의 원인과 대안을 모두 제시해주는 대안 서사가 완성된다. 남은 것은 계속 업데이트되는 ‘피해 사례 모음’일 따름이다.

일베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대표적 단어가 ‘혐오’다. 그런데 이 감정은 부패했거나 독이 있는 음식을 피하려는 생물학적 본능으로서의 혐오(disgust)가 아니라 사회적 감정이다. 그래서 혐오는 특정 속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모욕·멸시·위협을 가하거나 차별·폭력을 선동하는 언행, 즉 혐오표현(hate speech)과 밀접히 관련된다. 예컨대 ‘보지’와 ‘벼슬아치’의 합성어인 ‘보슬아치’, ‘된장녀’와 유사한 의미의 ‘김치녀’ 등은 일베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여성혐오적 언어다. ‘좌좀’ ‘홍어’ ‘홍어택배’ 같은 말은 이념, 지역,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담았다. 이 언어들은 무임승차 혐오 같은 능력주의적 이념에 의해 추동되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주목을 끌기 위해 생산된다.

 

‘주목’ 자체가 가치인 시대

 

‘주목’(관심)은 일베를 추동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동기다. 그것은 디지털 세계의 섭리이자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퍼스널컴퓨터가 보급되기 훨씬 전인 1971년에 이렇게 예견한 바 있다. “정보가 풍족한 세계(information-rich world)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바로 주목(attention)이 될 것이다.”4 오늘의 현실은 정확히 그가 예견한 대로다. 물론 과거라고 주목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힘들게 노력하고 탐욕과 야망을 품고 부를 추구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생활필수품을 얻으려는 것인가? 그거라면 노동자 최저임금으로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인간 삶의 위대한 목적이라고 하는 이른바 삶의 조건의 개선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이 주목하고, 관심을 쏟고, 아는 척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5

속된 말로,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관종’(관심종자)이었다. 관심을 끌고 싶다는 욕망은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성격과 양상은 꽤 달라졌다. 스미스의 글을 다시 보자. 그는 ‘명성’과 ‘관심’을 구별하면서 ‘명성의 목적’이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 관심은 아무래도 긍정적 뉘앙스다. 그것은 무차별적 관심이라기보다 곧 철학자 헤겔이 말하고 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현대화한 ‘인정투쟁’ 개념 속의 인정(recognition)에 가깝다. 인정은 단순한 주목이나 관심과 다른데, 단순히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치와 존엄을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이먼이 말하는 주목은 단순한 인지에 더 가깝다. 기본적으로 가치판단이 없는, 글자 그대로 주의력이 쏠린 상태다.

온라인 상용어 ‘어그로’(aggro)는 영어 ‘aggravation’(도발)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롤플레잉게임에서 ‘탱커’ 역할을 맡은 이가 몬스터의 주의를 끌고 공격을 감당해 다른 아군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 의미가 확장돼 어그로는 디지털 공론장에서 다수의 주목을 끄는 행위를 의미하게 됐다. 사이먼이 말한 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희소자원이 바로 주목이며 그렇기에 관심과 이목을 끄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흔한 온라인 격언처럼 “최악은 악플이 아니라 무플”인 것이다.

설령 그것이 혐오이거나 패륜이라 하더라도 관심을 끌어 폭발적 트래픽(데이터와 방문자의 양적 규모)만 나온다면 ‘성공한 어그로’이자 ‘유능한 어그로꾼’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금기시된 상징일수록, 표현이 극단적일수록 주목을 끌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그로는 점점 자극적인 형태가 되기 쉽다. 이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색하며 문제를 제기하거나 규범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는 커뮤니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 없이 잘난 척하는 사람, 곧 ‘씹선비’가 되어 조롱받는다.

 

혐오는 주목을, 주목은 돈을

 

오늘날 유튜브 등의 디지털 미디어는 이런 어그로 문화를 넘어 본격적인 ‘혐오 비즈니스'의 장이 되었다. 혐오 비즈니스의 목적은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를 수단으로 삼아 최대한의 주목을 획득하는 것이다. 혐오는 가장 적은 자원을 투여해 가장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고, 그래서 명성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여성,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무슬림 등 ‘밟아도 될 만한 집단’을 향해서 최대한의 모욕적 언설을 쏟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적잖은 수익이 발생한다.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이 정도로 큰 비즈니스도 드물다. 유튜브·아프리카티브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혐오 발언이 어떻게 경제적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혐오 발언 맥락이 등장할 때 후원액이 107% 증가했고, 여성혐오 발언이 공격적이지 않을 때보다 공격적일 때 평균 104.1% 더 많은 후원액이 발생했다.6

혐오는 주목을, 주목은 돈을 만든다. 이런 사회에서 혐오는 쉽게 마케팅 수단이 되고 응원과 놀이가 된다. 이른바 ‘포스트 일베’ 시대의 일상 풍경이다.

 

1. 박상혁, ‘“이제 일베는 교실 안 주류 문화” 청소년 기자들이 전하는 학교 현실’, 프레시안 2026년 7월8일

2. 일베의 명명적 계기는 2007년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 내 추천글인 ‘일간베스트뉴스’다. 2010년 추천글만 따로 모은 ‘일베개러지’라는 사이트가 생겼는데 이것이 일베의 프로토타입으로 간주된다. 지금 형태의 일베로 리뉴얼된 것은 2011년이다.

3. 이택광·박권일 외,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자음과모음, 2014

4. Simon, H. A. ‘Designing Organizations for an Information-Rich World’, ‘Computers, communications, and the public interest’, The Johns Hopkins Press, 1971

5. 애덤 스미스 지음, 박세일·민경국 옮김, ‘도덕감정론', 비봉출판사, 101쪽, 1996

6. 김지수,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혐오발언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학위 논문, 73~75쪽, 2019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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