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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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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시간에 쫓기는 발달장애 가족…오가거나, 포기하거나, 떠나거나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지역 재활서비스 여건… 영월에서 제천까지 치료 위해 장시간 이동해야
등록 2026-10-30 13:02수정 2026-10-31 08:44
발달장애를 겪는 이수연(가명)씨의 딸(6)이 발달재활서비스 기관을 찾은 모습. 이수연 제공

발달장애를 겪는 이수연(가명)씨의 딸(6)이 발달재활서비스 기관을 찾은 모습. 이수연 제공


강원도 영월군에 사는 이수연(가명·49)씨는 4년 전, 당시 두 살이던 딸(6)의 행동과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느리다고 느꼈다. 찾아간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자폐성 장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수연씨는 딸에게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언어치료 등 발달재활서비스를 권했다. 성장기 장애아동의 인지·의사소통·감각·운동 등 기능 향상을 돕는 재활서비스다. 정부는 바우처 형태로 비용 일부를 지원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서비스 제공 기관과 인력이 대도시 위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수연씨가 영월의 언어치료 기관에 문의했을 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영월에서 제천까지… 치료 위해 먼 길

수소문 끝에 충북 제천시의 기관에서 딸의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딸이 여섯 살이 된 지금도 토요일마다 제천으로 간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딸이 언어·미술치료를 받는 동안 수연씨는 장을 본다. 집에서 기관까지는 차로 왕복 한 시간 거리다. 치료비는 보건복지부 바우처와 교육청 지원 등을 활용하고도 한 달에 약 20만원을 추가로 부담한다.

수연씨는 주 1회 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군 내 다른 기관을 찾아도 방법은 없었다. 그는 평일 이틀간 딸과 함께 강원도 원주의 기관을 찾아 응용행동분석(ABA) 서비스를 받는다. 행동을 관찰·분석해 의사소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 등을 익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딸이 받는 치료는 바우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서비스다. 이곳에 내는 비용만 월 80만∼120만원이다. 수연씨는 지역에서 바우처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다리는 대신 비용을 내고라도 다른 도시에서 더 나은 재활치료를 받기로 한 셈이다.

원주에 가는 날엔 아침 8시40분 집을 나선다. 딸이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가량 수업을 받고 상담을 마친 뒤 다시 영월로 돌아온다. 식사하고 오후 2시께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면, 수연씨가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2시30분이다. 회사에서 사정을 이해해주지만 눈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 3회 원주와 제천을 오가며 겪는 어려움이 크다. 운전 중 뒷좌석의 딸이 장난감이나 과자를 떨어뜨리면 곧바로 주워줄 수도 없다. 아이를 달래려고 휴게소에 들르면 수업에 늦을까 걱정해야 한다. 수연씨는 “치료 한 번을 위해 가족이 감당해야 할 노동과 비용이 너무 많다. 고속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커지는 이용자·제공인력 간극

 

수연씨 가족 이야기처럼 지역별 발달재활서비스 제공 격차가 커 이동과 돌봄 부담이 커지고, 사설 기관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바우처로 비용을 지원해도 거주지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없으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비수도권·지역 발달장애아동 가족의 현실이다.

발달재활서비스 이용 규모가 커지는 동안 이를 제공하는 인력의 증가는 더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발달재활서비스 이용자는 2022년 9만1044명에서 2025년 11만7182명으로 28.7% 늘었다. 같은 기간 제공 인력은 1만3248명에서 1만4183명으로 7.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역별 격차가 컸다. 전남의 경우 이용자가 60.6% 증가했지만, 제공 인력은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용자 증가율과 제공 인력 증가율 격차가 53.7%포인트(전국 기준 21.7%포인트)로 전국에서 가장 크다. 수연씨 가족이 사는 강원도도 이용자 증가와 인력 확충 사이의 간극이 큰 지역이다. 이용자는 2022년 3084명에서 2025년 4471명으로 45.0% 늘었지만, 제공 인력은 494명에서 528명으로 6.9% 증가했다. 3년 사이 이용자가 1387명 늘어나는 동안 인력은 34명 늘었다. 이용자와 인력의 증가율 차이는 38.1%포인트였다.

이용 규모 대비 공급 여건에도 차이가 있었다. 2025년 제공 인력 1명당 이용자는 제주 10.2명, 광주 8.6명, 강원 8.5명, 전북 8.4명, 전남 7.8명, 부산 7.7명, 울산 7.6명, 대전·세종 6.5명, 경북 6.4명, 대구·충북 각 6.3명, 경기 6.2명, 인천 5.3명, 서울 5.2명, 충남 5.1명 순이었다. 특히 제주, 광주, 강원, 전북, 전남 등은 서울과 견줘 서비스 인력 1명당 이용자가 1.5∼2배 많을 정도로 격차가 있었다.

 

서비스 찾아 삶의 터전 떠나기도

 

인력과 기관 부족으로 발달장애 가족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재활서비스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등록도 어렵다는 점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한다. 2026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장애아동을 키우는 김지희(가명·45)씨 가족은 그해 1월 경북 영양군에서 경북 안동시로 이사했다. 지희씨 부부는 평생 영양에서 살았고, 배우자 직장도 영양에 있었다. 하지만 삼 남매 중 막내아들이 발달장애를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의 언어재활치료를 위해 왕복 2시간 거리인 안동의 서비스 기관을 매주 오갔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되자, 이사밖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느꼈다. 아이가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참여할 수 있는 발달재활서비스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워서다. 결국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 안동으로 이사했다. 막내를 위해 두 누나도 학교를 옮겼다. 배우자는 영양으로 출퇴근한다. 지희씨는 “쭉 영양에서 살려고 했다. 막내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사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에서 7살 발달장애아동을 키우는 김신애씨도 이용 가능한 서비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의 행동중재(문제행동을 줄이고 적응행동을 늘리는 지원)를 위해 경북 포항의 기관을 다녔지만, 아이에게 맞는 개별 수업을 구하기 어렵고 이동과 대기에 따른 부담도 컸다. 김씨는 “지역사회에 센터가 없다보니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결국 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고 책을 사서 공부하며 직접 아이를 돕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한다고 해도 어렵다”고 했다. 감각발달 등을 돕는 기구와 공간이 필요한 서비스는 지역에서 구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지역으로 찾아오는 교사에게 일부 서비스를 받더라도 전용 공간이 없어 학교 등의 장소를 빌려야 했다. 김씨는 “아이가 아파서 빠지면 보강이 어렵다. 그 장소 자체가 우리 아이를 위한 센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지역에서 가능한 일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겨레21과 인터뷰한 가족이 지내는 강원·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언어치료·행동발달(문제행동 수정 및 긍정적 행동 지원)·운동발달(신체 기능 향상 등으로 신체적 자립을 돕는 서비스) 등 서비스에서 수도권과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2025년 서비스 단가를 공개한 제공 기관 가운데 언어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경기 647곳, 서울 293곳인데 강원은 80곳, 경북은 142곳이었다. 행동발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경기 99곳, 서울 43곳이지만 강원은 10곳, 경북은 32곳이었다. 운동발달은 경기 100곳, 서울 37곳이 있는 것에 견줘 강원 7곳, 경북 13곳이었다.

발달장애를 겪는 이수연씨의 딸(6)이 발달재활서비스 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수연 제공

발달장애를 겪는 이수연씨의 딸(6)이 발달재활서비스 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수연 제공


 

유명무실한 바우처 제도… “지역 맞춤형 대책 필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발달장애지원서비스 바우처 대상이어도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대기 시간이 길거나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이도 적지 않다. 군 단위 지역일수록 상황은 더 나빴다. 2025년 시군구별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도에서 이런 상황을 추정해볼 수 있다. 바우처가 생성된 사람 가운데 결제 내역이 있는 이용자의 비율은 안산시 91.9%, 시흥시 91.4%로 높았지만, 군 단위로 보면 양평군 62.5%, 연천군 65.5%, 가평군 76.3%였다. 양평은 456명 가운데 171명, 연천은 145명 가운데 5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바우처 생성액 대비 실제 결제액 비율도 안산은 85.5%였지만 연천은 44.2%, 양평은 51.0%에 머물렀다.

최진희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장은 “부모가 직접 아이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보고 찾아야 하는 구조”라며 “2026년부터 설치되는 지역 장애아동지원센터가 아이의 발달 상태를 살피고 적합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미 대한감각발달재활협회 회장은 발달재활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줄이려면 정보 안내와 인력 확보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부모가 직접 서비스를 찾아가야 하는 구조인데, 지역에선 정보를 얻을 통로도 적다”며 “치료사가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수와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다양한 교육과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공 인력의 자격 요건과 서비스 관리는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 운영의 유연성은 확대되지 않고 있다”며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서비스 운영 방식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은 “특히 바우처가 생성되고도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해 예산 잔액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발달재활서비스가 필요한 때를 놓치지 않도록, 지역별 수요와 공급 여건을 점검하고 전문 인력 양성과 서비스 제공 체계 확충 등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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