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9월,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남편은 3년 동안 아내의 죽음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2026년 10월16일 충북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편 박민우(가명)씨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겨레 류석우 기자
밤 10시가 넘은 시각. 지이이잉. 휴대전화가 울린다. 검은 양복을 입은 박민우(가명)씨가 힘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교육청에서 사안을 좀 파악해보라고 해서…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관계자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되레 그가 묻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그즈음 아내는 말수가 점차 줄었다. 병가를 냈고 휴직도 했다. 다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였다. 유서는 없었다. 2023년 9월 초의 일이다.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2023년에만 교사 25명이 자살했다. 어떤 죽음은 대서특필됐지만, 어떤 죽음은 조용히 지나간다. 초등학교 교사인 민우씨는 아내의 죽음이 조용히 넘어가길 원했다.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두려웠다. 그러나 학교나 교육청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외면하길 원한 건 아니었다. 스스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아내가 교사로서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일하다가 죽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유가족과 동료 교사 인터뷰, 교육청이 작성한 사실조사 보고서, 의무기록 등을 토대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이윤정(가명)씨의 마지막을 다시 들여다봤다.
이윤정씨가 충북의 ㄱ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은 건 2023년 초다. ㄱ학교는 충북 안에서도 학생 수가 많고 학부모의 민원이 잦기로 유명한 곳이다. 당시 학급당 학생 수는 30.7명이었는데, 그해 전국 초등학교의 평균이 20.7명이었다. 전국 최고 수준인 경기도 과천시 평균(25.3명)을 훨씬 웃돌 정도로 초과밀 학교였다.
윤정씨는 저학년 담임을 희망했다. 주어진 자리는 5학년 담임이었다. ㄱ학교에 재직하던 교사 대부분은 그 학년을 피했다. 과격한 행동을 하는 학생이 많았다. 전년도엔 학교폭력과 수업 거부 등으로 한 학급이 붕괴 수준까지 갔을 정도다. 학교도 이런 점을 고려해 그해부터 성과상여금 정량평가에서 5학년을 ‘담임 학년 곤란도’ 항목에 포함했다. 발령받아 새롭게 온 교사들이 대거 5학년 담임으로 배정됐다. 그해 2월, 5학년 담임교사들이 모였다. 부장을 맡은 교사가 말했다. “힘드시겠지만, 각 반 선생님께서는 웬만하면 교실을 비우지 말아주세요.”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제일 큰 스트레스는 시간 압박이었다. “(반별로) 1분 단위로 (급식실에) 밥을 먹으러 갔어요.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전체가 꼬여버려요. 교사 간 다툼도 벌어지고요. 너무나 (학생 수가) 과밀이기 때문에….” 당시 5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 ㄴ씨의 말이다. 윤정씨는 학교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아이피(IP) 관리도 맡았다. 학기 시작 이후 3개월 동안 6~7㎏이 빠졌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병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그 일이 터졌다. ‘ㄱ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윤정씨 반 학생의 이름이 언급됐다. ‘○○○ 오타쿠’라고 쓴 글이었다. 게시자는 익명이었다. 이틀 뒤, 지목된 학생의 부모가 학교로 찾아왔다. 교실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3년 뒤에야 교육청이 진행한 사실조사 과정에서 복수의 교사가 ‘학부모가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윤정씨는 그날 집에 돌아와 몸을 계속 떨었다. 고개를 떨군 채 눈물만 흘렀다. 민우씨는 자세히 묻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해서 뭘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어요. 진정부터 시켰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 학부모가 한 학생을 지목하며 사과를 받으라고 했대요. 그런데 게시물을 누가 올렸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이날 이후 윤정씨는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일은 멈추지 않았다. 병가와 휴직 기간에 성적을 처리했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했다. 출결을 확인하고 공지사항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그 고통이 기록에 남았다.
“이번주부터 쉬는데, 직장에서 연락이 올 때면 힘들다.”(6월23일 진료기록)
“직장에서 아직도 연락이 와서 힘들기도 하고….”(7월21일 진료기록)
그즈음 전국에서 교사의 죽음이 이어졌다. 7월19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터졌다. 8월23일 서울 양천구에서, 9월1일엔 전북 군산에서 교사가 숨졌다. 서이초 사건 사십구재 하루 전인 9월3일, 경기도 용인에서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9월5일엔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자살을 시도해, 이틀 뒤 끝내 숨졌다. 윤정씨도 참여한 대학 동기 단체대화방에는 교사들의 죽음을 전하는 기사가 매일같이 올라왔다. 윤정씨는 말이 없었다.
민우씨는 아내의 죽음이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교육청에서 소개해준 변호사는 두어 번 만났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직접 찾은 노무사와 함께 순직 신청을 준비했다. 행정은 유가족 편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사용한 업무용 메신저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보공개가 거부됐다. 수소문해서 접촉한 ㄱ학교 교사들은 말을 아꼈다.
교육청이 처음으로 ‘경위 조사’를 한 건, 민우씨가 2025년 초 순직 신청을 하고 나서다. 그 전까지는 “선생님들에게 심리상담을 해준 것이 전부”(교사 ㄴ씨)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경위 조사서엔 윤정씨가 구체적으로 일과 관련해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도 담기지 않았다. 병가·휴직의 직접적 원인이 된 학부모 방문 사건은 언급조차 없었다.
‘불승인 통보’. 2025년 9월 인사혁신처로부터 처음 순직 신청의 결과를 받았을 때 민우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해주기 싫은 거구나.’ 심의 의견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것도 아니고, 병가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조퇴를 34회나 했고 과거 병력도 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민우씨는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도움으로 2천여 명의 탄원서를 받고 나서야 충북교육감과 만날 수 있었다. 그제야 교육청에 ‘사실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는 3개월간 조사를 거쳐 2026년 8월 사실조사 보고서를 냈다.
한겨레가 확보한 보고서엔 당시 학교에서 교권보호위를 활용하거나 개최하는 것을 검토·논의한 구체적 사례가 없는 등 제도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과 조퇴는 학급 운영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명시됐다. 사실조사위는 6월 학부모 방문에 대해서도 “누적된 업무상 어려움 속에서 병가에 이르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판단했다. 과거 병력과 관련해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자문을 참고해 “기존 질환의 재발이 아닌 별개의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날 아침, 민우씨는 평소보다 늦게 집에서 나왔다. 급하게 나오느라 아내를 안아주지 못했다. 마지막 기억이다. 사건 이후 기억이 점차 흐려진다. 그러나 순직이 인정될 때까지 계속 떠올려야 하는 기억도 있다. 3년째 기억과 망각 속에서 헤매고 있다. 그는 순직 신청 과정이 마무리되면 교사를 그만두려 한다. 일하다 ㄱ학교 이름만 들려도 고통스럽다. 학교에 있으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민우씨는 생각한다. 이젠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다.
류석우 한겨레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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