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학교 운동부의 불투명한 금전 거래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수문화방송(MBC)은 2026년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한 여자고등학교 축구부 전 감독이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두 차례 보도했다. 감독이 재임 시절 학부모들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을 요구하고, 회비 일부를 정기 월급처럼 챙겼다는 내용이다. 성적에 따른 성과금을 따로 걷어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주영 강원도립대 여자축구부 감독이 대경대 여자축구부를 이끌던 시절의 일과 닮았다.
불법찬조금 비위는 학교 운동부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전국 초중고에서 적발된 불법찬조금 63건 가운데 학교 운동부 관련 사례가 53건(84.1%)이었다.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학부모가 운동부 지도자에게 줄 돈을 갹출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그나마 초중고는 감시망 안에 있다. 학교체육진흥법은 학부모가 모은 돈이라도 학교 운동부 후원금이라면 학교 회계에 넣어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어, 교육청 감사 대상이 된다. 대학 운동부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공립대학이라도 운동부 회비를 학교 회계로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법 조항은 없다. 현재 김 감독이 소속된 강원도립대 관계자는 한겨레21에 “학부모 회비는 대학 예산과 완전히 분리돼 학부모회가 자율 계좌로 관리하는 사적 경비”라며 “대학은 징수액과 지출 항목 결정, 계좌 관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지출 내역이나 영수증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 운동부의 비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요구할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세워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비리 신고를 받아 조사한다. 대학 운동부도 대상이다. 센터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체육단체에 지도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체육단체는 조치 결과를 120일 안에 센터에 알려야 하고, 센터는 징계 수위가 현저히 낮거나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재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문체부가 재정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센터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지도자로 등록돼 있으면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고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기관이 아닌 센터가 비리를 밝혀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센터 관계자는 “경찰과 달리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신고인이나 피신고인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한다”며 “계좌 거래 내역처럼 강제적 확인이 필요한 경우엔 별도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징계 집행도 체육단체 몫이다.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신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도 어렵다. 센터의 ‘2025 체육인 인권침해·비리 실태조사’를 보면 대학생 선수의 84.9%가 센터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 신고나 상담을 해본 비율은 2.5%에 그쳤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한겨레21에 “최근 학부모 찬조금이나 팀 운영비 유용을 사유로 한 지도자 징계 제보나 접수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 관련한 제보나 신고·민원도 연맹 접수 기록에는 없었다.
특히 판이 좁은 여자축구계에선 신원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한겨레21이 여자축구연맹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대학부 참가팀은 2018년 10개였지만, 2026년 기준 7개로 줄었다. 참가 선수도 같은 기간 227명에서 161명으로 29.1% 감소했다. 졸업 뒤 갈 수 있는 여자축구리그(WK리그) 구단도 8개뿐이다.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는 “체육계 특성상 선수와 지도자, 학교 및 관계 기관들이 밀접히 연결돼 있어 피해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용기 내어 신고해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청탁금지법은 학교 교직원이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지만, 김 감독은 대경대와 1년 단위로 계약한 ‘초빙교원’이었다. 초빙교원을 청탁금지법 대상으로 볼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등교육법은 초빙교원을 정규 교원과 구분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 ㄴ씨는 “선수 선발·평가 권한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초빙교원을 교직원으로 넓혀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런 권한이 있는 운동지도자는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감독이 회비를 보관·관리하며 약정 범위를 넘어 임의 소비했다면 업무상 횡령이, 출전이나 진학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갈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사회적으로는 갈취에 가깝지만,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입증돼야 한다”며 “‘(회비를) 내기 싫으면 내지 마라’는 식의 우회적 압박은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 역시 학부모회의 형식적 합의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양 변호사는 학부모와 지도자 사이에 학교를 끼워넣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가 모은 회비를 학부모 대표 개인 통장이 아닌 학교에 맡겨 위탁 관리하고, 지도자는 체크카드를 사용해 증빙을 남기게 하는 방식이다. 양 변호사는 “갑을관계가 분명한 학부모와 감독 사이에서 학교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학교가 돈을 관리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횡령으로 처벌하거나 계약을 바로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여자축구뿐 아니라 체육계 전반에서 회비 운영과 후원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도자뿐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병행돼야 하며, 신고자가 안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사 및 보호 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정은, 오늘 방중…신압록강대교 통해 단둥 도착

‘명량’ 김한민 감독 결혼…“판소리 명창 이소영과 백년가약”

프랑스서 주말에만 700여건 시위 예고…파리 지하철역 24곳 폐쇄

‘2심 무죄’ 오세훈, 민주 ‘조희대 탄핵’ 추진에 “자제 촉구”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에 “140㎏대 초고도 비만…이상 징후는 없어”

오세훈 무죄 선고 구회근 판사 누구?…과거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도 맡아
![조희대는 어떻게 오세훈을 구했나 [논썰] 조희대는 어떻게 오세훈을 구했나 [논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24/53_17928011833024_20261023502567.jpg)
조희대는 어떻게 오세훈을 구했나 [논썰]

명태균, 오세훈 무죄에 “사실관계는 판결과 달라…내 진술에 거짓 없다”
![[단독] “회비 40만원이면 된다”더니…빚더미 부모, 축구화 벗은 딸 [단독] “회비 40만원이면 된다”더니…빚더미 부모, 축구화 벗은 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24/53_17928004280924_20261023502553.jpg)
[단독] “회비 40만원이면 된다”더니…빚더미 부모, 축구화 벗은 딸

트럼프 “‘장대한 분노’ 작전 한번 더”…이란 “해저케이블 자를 것”

![[단독] 학부모에게 월 수백만원씩 ‘제2월급’ 받은 여자축구 감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6/1023/53_17927283699523_20261022503801.jpg)













![[단독] 학부모에게 월 수백만원씩 ‘제2월급’ 받은 여자축구 감독 [단독] 학부모에게 월 수백만원씩 ‘제2월급’ 받은 여자축구 감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23/53_17927283699523_20261022503801.jpg)
![[단독] 대학 운동부는 ‘감독님 찬조금’ 감시 사각지대 [단독] 대학 운동부는 ‘감독님 찬조금’ 감시 사각지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23/53_17927282456637_2026102250380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