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엄마, 나 축구 그만하고 싶어. 돈 벌래.”
2024년, 대학교 졸업을 앞둔 딸 ㄱ씨가 입을 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축구공을 놓지 않았던 딸이었다. 맞벌이로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딸이 좋아하는 축구만큼은 포기시키고 싶지 않았다.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도 딸이 뛰는 경기는 빠짐없이 보러 갔다. 공을 찰 때 행복해하는 딸의 얼굴이 좋았다.
엄마 ㄴ씨는 딸이 축구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로 경북 대경대 여자축구부의 ‘과도한 회비 부담’을 꼽았다. 2022년 고3이던 ㄱ씨에게 김주영 당시 감독은 ‘월 40만원 회비 말고는 낼 돈이 없다’ ‘뛸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며 입학을 권했다. 가고 싶은 대학이 따로 있었지만 모녀는 그 말을 믿었다.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자축구부 학부모 밴드’에는 추가 비용 공지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다. ㄴ씨는 아르바이트를 대여섯 개씩 하며 그 돈을 맞췄다. ㄴ씨는 “회비에 대회비는 기본이고 입학하자마자 동계훈련비, 친선경기비, 버스 교체비까지 눈만 뜨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김주영 감독이 부임한 기간 중 1년도 안 돼 1천만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초등학교 때부터 쭉 해왔지만,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도 점점 줄었다. 추가 비용에 허덕이는 엄마를 지켜보던 ㄱ씨는 결국 축구를 그만뒀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났지만 ㄴ씨는 그때 진 빚을 아직 갚고 있다. “순수하게 축구를 즐기던 아이가 어른들의 돈 욕심과 불공정한 기회 차별을 겪으며 깊은 상처를 받았어요. 지도자에 대한 깊은 환멸을 느끼고 어른들에 대한 신뢰와 꿈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죠.” ㄴ씨의 말이다.
김주영 감독이 대경대 여자축구부를 이끌던 시기, 학부모들이 낸 회비는 어디에 쓰였을까. 한겨레21은 김 감독이 재임하던 대경대 여자축구부의 회비 운영과 금전 수수 의혹 등을 취재하기 위해 당시 대경대 선수와 학부모, 여자 대학축구 전현직 감독 등 10명을 인터뷰했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대경대 여자축구부 학부모 네이버 밴드’에 게시된 월별 결산자료와 공지사항 일부도 입수해 분석했다. 취재 결과 김 감독 재임 기간 일부 학부모와 학생이 회비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런 행위가 과도하고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대경대 여자축구부를 이끌었다. 전남 세한대 여자축구부가 해체되면서 당시 세한대에 있던 김 감독과 선수 20여 명이 함께 대경대로 넘어왔다. 학부모 밴드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대경대 여자축구부 학부모들은 2023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선수 1명당 매달 40만원의 정기회비를 냈다. 8월부터는 45만원을 냈다.
회비 대부분은 감독과 코치 월급으로 쓰였다. 2023년 7∼9월 결산에는 매달 감독 급여 400만원, 코치 급여 250만원이 지출됐다. 2024년 4월 결산 내역에도 감독 급여 400만원과 코치 급여 200만원이 기록됐다. 김주영 감독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대경대 감독으로 재임한 기간 매달 400만원의 월급을 학부모들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 감독이 대경대에서 별도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경대 관계자는 “김 감독은 초빙교수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여자축구부 감독으로 일했다”며 “연봉 3500만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감독이 학부모에게 따로 월급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월급을 받고도 학부모들에게 별도로 ‘제2의 월급’을 받은 셈이다.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학부모들은 고정 회비 외에 대회나 훈련을 앞두고 1명당 10만∼20만원의 ‘대회비’를 따로 내야 했다. 선수들의 숙박비와 식비, 버스 주유비 명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선수와 무관한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감독 활동비가 대표적이다. 2023년 6월 여왕기 대회 예산 200만원 가운데 절반인 100만원이 감독 활동비로 잡혔고, 7월9일 ‘감독님 대회활동비’ 100만원이 실제로 지출됐다. 같은 해 9월 회장배 대회 때는 한국여자축구연맹에서 숙박비와 식대 약 5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도 학부모들이 1명당 20만원을 더 냈고, 그중 감독 활동비 100만원이 지출됐다. 8월에는 ‘선수권대회 고등부 활동비’ 명목으로 100만원이, 2024년 4월에도 ‘감독님 활동비’ 100만원이 각각 나갔다.
활동비와 별개로 외부 감독 접대비도 회비에서 나갔다. 2024년 4월23일 결산을 보면 ‘실업감독님 식사’ 38만5천원이 기록됐다. 같은 해 7월 결산표에도 ‘고등학교 감독님들 접대’ 항목으로 두 차례(48만원, 12만4천원) 비용이 적혀 있다.
감독 개인 자동차의 주유비도 자주 지출됐다. 2023년 5월 약 70만원, 7월 약 53만원, 8월 약 43만원, 9월 약 63만원, 2024년 4월 약 39만원 등이다. 결산표로 확인된 다섯 달치만 약 268만원, 한 달 평균 54만원꼴이다. 선수단이 단체 버스로 움직이는데 감독 개인 차 기름값까지 낼 이유가 없다는 게 학부모들 얘기다. 2024년 4월 결산만 보면 급여 400만원에 활동비와 주유비, 식사비를 더해 한 달에 약 578만원이 감독과 관련한 비용으로 나갔다.
감독 성과금도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왔다. 대경대 여자축구부 학부모 회칙 중 ‘학부모 자부담금’ 항목을 보면 전국대회 준우승 이상이면 선수 1명당 20만원, 한 해 6명 이상이 WK리그(여자 실업축구)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면 선수 1명당 100만원을 지도자에게 준다고 돼 있다. 2023년 5월 결산표에는 4월29일 ‘3위 달성’ 명목으로 감독 포상 150만원, 코치 포상 50만원이 지출됐다고 적혀 있다. 회칙이 정한 ‘준우승 이상’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현직 여자 대학축구 감독 ㄷ씨는 “감독과 코치가 성과금을 받으면 선수들에겐 성과를 내는 일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며 “지도자는 순위가 아니라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고 졸업 후 어떤 진로를 열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마다 지원 수준이 달라 학부모 회비를 거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감독의 별도 급여와 활동비·접대비까지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여자 대학축구 감독 ㄹ씨는 “보통 선수들 간식비 등으로 한 달에 5만~10만원 정도 걷는다”며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버티는 지도자가 많은데, 학부모들에게 큰돈을 걷고 실업팀 감독 접대까지 다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직 감독 ㅁ씨는 “회비 운영 방침에 관해 매년 학부모와 확약서를 작성해 예산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며 “감독 개인 주유비나 출장비는 따로 받지 않고, 판공비 역시 대회 참가시 제한적으로만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학부모들은 김 감독이 다른 팀과의 경기를 무리하게 잡고 통보 방식으로 회비 운영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학부모 ㅂ씨는 “감독이 전지훈련 간다고 하면 회장·총무가 숙소 잡고 금액을 엔(n)분의 1로 나눠 밴드에 공표하면 끝이었다”며 “한 달에 200만원 이상 회비를 내야 하는 경우에 부담돼서 (경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업팀 감독과 약속했으니 맞추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선수 출전의 전권을 지닌 감독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칫 자녀가 불이익을 받으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ㄷ씨는 “선수 목줄을 쥔 건 감독이니까 학부모들은 알아도 모른 척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감독은 부업으로 충남 당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대경대 감독 당시 일하지 않은 대경대 선수 약 5명의 이름을 제대로 된 동의 절차 없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종합소득세 부담을 줄이고(인건비 경비 처리), 4대 보험 가입이나 정직원 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선수들에게 명확한 동의를 구하지 않고 명의를 올린 건 불찰이자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감독은 현재 여자 대학축구 ‘U리그’ 7개 팀 가운데 유일한 공립대인 강원도립대 여자축구부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2024년 7월께 버스비, 구입비 등 회비 유용 의혹을 둘러싸고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자 김 감독은 9월1일 대경대에서 강원도립대로 자리를 옮겼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공립대 특성상 여자축구부 운영비 대부분을 학교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받음에도 강원도립대 여자축구부 학부모들은 매달 15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감독의 금전 수수에 대해 “학부모들이 자녀의 출전 불이익을 우려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면 사실상 공갈에 가깝다”면서도 “다만 공갈죄는 구체적인 협박 사실을 입증해야 해 처벌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 명의를 이용해 인건비를 비용 처리했다면 탈세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고, 통장까지 사용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김 감독은 학부모 회비에서 매달 400만원의 급여와 활동비 등 각종 비용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유용은 부인했다. 그는 “그 돈을 제 통장에 쌓아놓고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 선수 모집과 팀 운영에 사용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게끔 행동한 것은 저의 불찰이 될 수 있겠지만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돈을 더 냈는지에 따라 출전 기회를 달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강원도립대는 “김 감독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임용됐으며, 채용 당시 대경대에서의 학부모 회비 운영 실태는 알지 못했다”며 “지도자가 학부모 회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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