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병 아동 치료 위한… 생계·돌봄·주거 등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을

시각장애를 포함한 소아 희귀 질환을 갖고 있는 유지민(가명·10) 어린이가 2026년 8월4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아이가 장기간 아프면 가족은 치료뿐 아니라 생계와 돌봄, 주거 문제를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제도는 이 가정의 위기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암 진단 뒤 받은 보험금이 재산에 반영되면서 받던 복지급여가 중단되거나, 아이의 휠체어를 싣기 위해 산 차의 배기량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위기 가구를 종합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복지‘신청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내고 자격이 있는지 입증하는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있다. 장기투병 가정의 경우에도 아이를 치료하고 돌보느라 시간과 소득이 줄어든 상황임에도 직접 지원 제도를 찾고 각각의 기관에 걸맞은 지원을 신청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급여 신청주의 개선을 위한 연구’(2025)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 사례를 분석하며 극심한 돌봄·의료·빈곤 상황에서는 “신청 행위 자체가 높은 비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사각지대 발생 요인으로 “복잡한 선정·신청 절차, 여러 기관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구조”를 꼽았다.

골육종암과 망막모세포종을 진단 받은 김나윤 어린이(가명·11)와 아버지 김태훈씨가 2026년 8월3일 경기 시흥시 자택에서 인터뷰 중 손을 포개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복지급여를 결정하는 행정 기준 자체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 기준도 필요하지만, 실제 생계나 돌봄에 필요한 재산까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정작 지원이 절실한 사람이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생계와 직접 연결된 경우에는 소득환산으로부터 제외하는 등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면 오남용에 대한 우려보다 제도의 기본적 목적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투병 아동 가정에서는 의료·소득·돌봄·주거·교육의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가정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김진석 교수는 “복합위기이기 때문에 하나로 유형화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이 경험하는 다양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며 “그 사람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서비스 플랜을 짜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복합위기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사례관리 체계는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 통합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도 의료·요양·돌봄 등을 지역에서 연계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복합위기 가정에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사례에 적합하게 조직해서 제공하도록 하는 게 사례관리인데,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재산 기준이 초과했다고 곧바로 (수급자에서) 탈락시키기보다는 시군구 생활보장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받거나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구는 희망복지지원단 사례관리를 통해 생계급여나 돌봄서비스 등을 연계하는 제도가 있다”면서도 “2026년부터 다자녀 가구 기준이 3명에서 2명으로 완화되는 등 기초생활보장 지원 기준이 복잡하고 자주 바뀌다보니 한정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지침을 일일이 숙지해 개별 상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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