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던’(DAWN)의 ‘내던내산: 마이 홈 투어(MY HOME TOUR)’ 편 갈무리
‘못생기면 죽는 집’이란 말이 있다. 백덕수 작가의 인기 판타지 웹소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을 패러디한 이 말은, 가구부터 작은 오브제 하나까지도 전체적인 조화를 깨뜨리지 않으려 노력한 누군가의 의지가 엿보이는 공간을 일컫는다. 예로부터 어떤 세입자는 자신이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집주인이 고른 체리색 몰딩이나 꽃무늬 벽지를 참아야만 했다. 한 사람을 이루는 모든 취향 중에서도 집을 이루는 취향은 늘 가장자리로 유예됐다. 그 모든 건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났고, 그러는 동안 못생긴 집(에 사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지난여름, 던의 공식 유튜브 ‘던’(DAWN)에 ‘내던내산: 마이 홈 투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남성 아이돌 그룹 펜타곤을 거쳐 혼성 유닛, 그리고 솔로 싱어송라이터 활동까지 던을 수식하는 핵심어는 줄곧 ‘병약미’였다. 갸름한 얼굴선, 초점 잃은 눈빛, 툭 치면 쓰러져버릴 듯한 골격이 모여 그렇게 그의 캐릭터를 병약한 예술가로 규정했다. 그래서 한동안 신곡 발표 소식이 뜸하던 던이 유튜브에서 최초로 자기 집을 공개하며 나왔을 때 댓글에 달린 반응이 단숨에 이해됐다. “암막 커튼 치고 세상 컴컴하게 살 것 같았는데 채광을 되게 중시하는 사람이었어.”
던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충실한 이용자로서 신혼부부가 처치 곤란이라며 내놓은 뿌리 테이블을 단돈 5만원에 샀다며 뿌듯해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로 침수된 집을 빠져나오는 틈에 관상용 수석을 소중히 챙기던 ‘기우’(최우식)라면 껌뻑 죽을 것처럼 생긴 테이블이 던의 집에 있다. 또한 거기에는 그가 직접 한지를 덧대어 만든,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조명이 있다. 첫 영상에서 조명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그는 바로 조명 제작기를 찍어서 올린다. 두께 2.5㎜의 등나무(래탠) 줄기로 뼈대를 만들고, 한지를 덕지덕지 붙이고, 전구 소켓을 연결한 뒤, 작은 톱으로 자른 대나무에 매달면 완성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던이 이렇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는 생활인일 거라고. 유튜브로 돌아온 그를 보는 내내 미국의 작가이자 평론가 카일 차이카의 저서 ‘단순한 열망’이 겹쳐졌다. 그는 줄임·비움·침묵·그늘까지 네 가지 핵심어를 중심으로 ‘미니멀리즘’을 살펴보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대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유하느라 ‘맥시멀리스트’가 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던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댓글들을 보면 너무 많은 걸 가진 사람들이 쏟아내는 메시지 속에 지친 이들이 마치 자기 영혼을 햇볕에 말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에는 완벽해 보이는 집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널려 있다.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의 상향 평준화된 집 평수는 오랜 시청자에게 알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겨준다. 그 와중에 가진 것을 과시하지 않고, 그 물건을 선택한 이유와 그 물건을 그 자리에 놓은 이유를 담담히 말하는 던에게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던은 그저 감각 좋은 청년이 아니다. 대중은 그가 아이돌로서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가십 뉴스에 휘말리며 쌓아온 이미지를 기억한다. 그 이미지가 보기 좋게 전복되는 순간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보이는 만큼만 믿었던 이들은 자신의 오해를 교정할 기회를 얻는다. 그제야 던이라는 인간을 처음 알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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