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 청년노동자 강태완씨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1주기를 맞아 유족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이 2025년 11월11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주민을 둘러싼 갈등과 혐오가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가 “외국인 젊은 처녀를 수입하자”고 발언하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외국인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등 일부 정치인마저 공개적으로 이주민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은 2010년 약 100만 명에서 2025년 216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농어촌과 건설업, 소규모 제조업이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의 역할은 이미 한국 사회의 중요한 축이 됐다. 그럼에도 이들을 향한 혐오와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왜 한국 사회는 이주민을 이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들여오고 필요 없으면 교체할 수 있는 ‘부품’처럼 바라보게 됐을까. 그 답은 한국의 이민정책이 만들어진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이민정책은 오랫동안 사람을 받아들이는 정책이라기보다 필요한 노동력을 관리하는 제도로 설계돼왔다. 1980년대 말 한국이 이주노동자를 보내는 국가에서 받아들이는 국가로 전환됐을 때 정부는 별도의 이민정책을 준비하지 못했다. 제조업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자연스럽게 유입됐지만 이를 관리할 제도는 부재했다. 그 결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했고 정부는 뒤늦게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했다.
산업연수생제도는 외국인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 ‘연수생’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술연수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소 제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값싼 노동력 공급에 가까웠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 역시 구조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 이주노동자의 체류자격은 단기순환의 원칙 아래 여전히 고용주에게 종속됐고 사업장 이동도 제한된다. 이후 계절노동자제도와 지역특화비자 등 다양한 정책이 도입됐지만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인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라기보다 부족한 노동력을 일시적으로 보충하는 존재로 설명됐고 사회통합 정책은 외국인력 활용 정책의 뒤에 놓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관리하기 쉬운 노동력’으로 만들어진다. 체류자격이 고용주에게 종속되고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거나 직장을 바꾸는 선택은 곧 체류자격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체류와 노동이 강하게 결합한 구조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시장 안에서 취약한 위치에 묶어두는 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문제는 일부 사업주의 착취가 아니라 그러한 착취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도 자체에 있다.
이 지점에서 ‘현대판 노예제’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현대판 노예제는 법 밖의 범죄가 아니라 제도 안에서 재생산된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사망, 열악한 숙소와 노동착취는 몇몇 사업주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주당 노동시간은 내국인보다 약 7시간 더 길지만 평균임금은 더 낮다. 또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노동자의 임금체불 경험 비율은 1.11%였지만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경험 비율은 3.53%로 세 배 이상 높았다. 산재 사망 사고 발생률 역시 내국인보다 약 세 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위험한 노동이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이다.
또 다른 특징은 미등록 이주민이 일정 규모로 유지되는 구조다. 현재 한국의 미등록 이주민은 40만 명 내외로 추정된다. 많은 경우 이들은 처음부터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이 아니라 체류 기간을 넘기거나 사업장을 이탈하면서 미등록 상태로 밀려난 사람이다. 그러나 제도는 이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단속과 추방의 대상으로 관리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이주민은 권리를 요구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하게 되고 취약한 노동조건은 더 강화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어 강사 비자인 E-2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이 비자는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국가 국적자에게만 허용된다. 반면 내국인이 기피하는 단순노무직 비자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등 특정 국가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는 ‘외노자’(외국인노동자)라는 말처럼 특정 인종과 국적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러한 위계는 누구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지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의 체류자격은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문직과 연구자에게 부여되는 비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체류와 정주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단순노무직 비자는 철저히 순환노동을 전제로 한다. 이 비자는 최장 10년 가까이 체류할 수 있음에도 영주권이나 시민권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사실상 열려 있지 않다.
정주로 이어지는 통로 역시 극도로 좁다.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국민총소득(GNI)의 두 배 수준에 해당하는 높은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의 필수노동을 담당하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실상 도달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가장 젊고 건강한 시기를 노동에 바친 뒤 나이가 들면 더는 머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은 받아들이지만, 그 노동을 수행한 사람의 삶은 공동체 안에 포함하지 않는 구조다.
그사이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땅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사망한 유학생이자 이주노동자 뚜안씨의 사건(제1589호 참조)은, 체류자격이 있는 이주민조차 추방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뒤 계속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안고 ‘거주비자’를 받기 위해 지역으로 간 이주배경 청년 강태완씨 역시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다. 그 밖에도 한국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해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유골로 국적국으로 송환되는 이주노동자가 반복해서 생기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한 사고로만 볼 수 없다. 노동은 필요로 하면서 정주는 허용하지 않는 제도, 체류자격을 통제와 단속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정책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캐나다 등 주요 이민국가들은 노동 이주자에게도 일정 기간 이후 정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도적으로 열어두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고용허가제(E-9)는 최장 10년 가까이 체류할 수 있음에도 영주권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고, 다른 비자로 변경한 뒤 신청해야 하는데 그 경로도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은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 강화하는 방향에 가깝다. 첨단산업 인재는 정착시키고 저숙련 노동은 순환시키는 이중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수백만 명의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몇 개의 비자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책의 철학을 바꾸는 일이다. 이주민을 관리해야 할 노동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다영 용산나눔의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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