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 계명대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뒤 학위증을 들어 보이고 있는 뚜안. 유가족 제공
“숨 쉬기가 힘들어. 너무 무섭다.”(뚜안)
“아직 안 끝났어.”(동료)
“응.”(뚜안)
“힘내. 조금만 기다려.”(동료)
“….”
“어디야? 다 갔어. 너 어디야?”(동료)
“….”
2025년 10월28일 오후 6시40분. 대구 성서공단 내 한 공장에서 뚜안(25·가명)이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6시27분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를 끝으로 그는 말이 없었다. 법무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출입국)에선 이날 오후 3시부터 뚜안이 일하던 공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을 준비하고 있던 뚜안은 체류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취직 준비를 위해 받아놓은 구직 비자(D-10)로는 제조업 공장에서 일할 수 없었다. 그가 이 공장에서 일한 기간은 불과 2주였다. 뚜안은 출입국 직원들이 공장을 샅샅이 뒤지는 3시간 동안 공장 구석에서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숨어 있다가 추락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무역을 잇는 가교를 꿈꾸며 한국에 온 스물다섯 베트남 청년은 그렇게 세상과 등졌다.
뚜안의 부모는 한국에 산다. 아버지 부반숭(48)이 2017년 가장 먼저 한국에 와 자리를 잡았다. 2018년 어머니도 한국에 왔다. 부모가 먼저 한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뚜안이 유학을 오기 전 터를 닦기 위해서였다. “생활적인 면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지, 어떤 대학이 좋은지도 알아보기도 했고요.” 2025년 11월7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만난 부반숭이 말했다.
뚜안은 2019년 만 19살의 나이로 한국에 들어왔다. 고등학교까지 베트남에서 졸업한 그는 한국에서 무역을 공부하고 싶었다. 입국 직후 계명문화대 어학당을 수료하고 같은 학교에서 글로벌한국어문화과를 졸업한 뒤 본격적인 무역 공부를 위해 계명대 국제통상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많은 유학생이 시험기간에 벼락치기를 하거나 아예 공부를 하지 않거든요. 뚜안은 시험장에서도 늘 마지막까지 남아서 빽빽하게 답안지를 채우는 친구였어요. 한국어도 되게 잘했어요. 문법 공부도 엄청 꼼꼼하게 했고요.” 뚜안과 함께 학교를 다닌 왕혜연(24)씨가 말했다.
뚜안은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케이팝(K-Pop)을 즐겨 들었고, 2024년 방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팬이었다. 취미도 한국 화장품을 모으는 것이었다. 특히 볼터치 관련 제품을 좋아해 신상품이 나오면 구매해 상자까지 보관하곤 했다.
하지만 취업은 녹록지 않았다. 2025년 2월 졸업한 뒤 무역회사에 취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더 이상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던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식당에서 일하고, 공장에서도 1~2주씩 단기로 일했다. D-10 비자로는 제조업 취업이 불가능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원하는 직장 취업이 어렵다보니 뚜안이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에 다시 직장을 찾겠다고. 2025년 11월에 대학원 원서를 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어요.” 부반숭이 말했다.
사고 발생 사흘 전인 10월25일에도 부모와 대학원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대학원 진학 전까지 쉬라는 부반숭의 말에 뚜안은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많이 챙겨주셨으니 이젠 제가 부모님과 동생을 챙기고 싶어요. 그리고 나 착하잖아요, 아빠. 착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 미워하지도 않아요. 이번 달엔 동생 대학 학비도 보탤게요.” 그게 딸이 부모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됐다.

2025년 11월7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뚜안의 아버지 부반숭(왼쪽 가운데)과 뚜안의 친구 왕혜연(왼쪽 끝)씨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사고 당일 저녁, 부반숭이 전화를 받은 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 막 씻고 나왔을 때다. 뚜안의 남자 친구였다. “뚜안에게 일이 생겼다”고만 했다. 서둘러 공장으로 향했다. 가면서 뚜안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딸의 것이 아니었다. 뚜안의 동료가 떨리는 목소리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부모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공장에 도착했을 때 뚜안의 몸 위엔 하얀 천이 덮여 있었다.
“현장에 가면, 공장에 가면 내 딸이 살아 있을 것만 같았어요. 딸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어요. (그런데 공장에 도착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머리가 텅 비었어요.” 부반숭이 말했다.
장례 기간엔 뚜안이 속해 있던 파견업체에서만 조문을 왔다. 뚜안이 일한 공장이나 무리한 단속 책임이 있는 출입국에선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출입국은 회피성 입장만 냈다. 법무부는 10월29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은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한 후 해당 사업장에 대해 단속을 실시했다”며 “고인의 사망시간은 18:30분 이후로 단속이 종료된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반숭은 이렇게 말한다. “베트남에 이런 말이 있어요. ‘불이 없으면 연기가 안 난다’고. 출입국에서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으면 뚜안도 심리적 압박을 이렇게 많이 느끼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이런 일이 발생했겠어요?” 실제 당시 뚜안이 동료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현장에 있던 동료들의 증언을 보면 출입국은 한 시간 동안 단속을 진행해 34명을 잡았지만, 미리 확보한 명단보다 수가 부족하다며 계속 남아 수색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뚜안이 사고 당일 동료와 나눈 대화에도 이러한 정황이 드러난다.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동료는 오후 4시51분 뚜안에게 “밖에 출입국 차가 2대 더 왔다”고 했고, 오후 5시19분엔 “40명 잡았는데 아직 단속 중, 단속차 3대 아직 철수하지 않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오후 6시26분엔 “출입국이 명단을 가지고 있다”며 “아직 못 찾은 사람 찾고 있다”고 상황을 알렸다. 뚜안은 오후 6시27분 “응”이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답이 없었다.
“뚜안이 체류 비자는 있지만 이번에 잡히면 대학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향후 비자 발급에도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했던 것 같아요. 정말 심리적으로 무서웠을 텐데 그렇게 3시간 넘게 쪼그려서 숨어 있던 게 용감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 국적이 있지만 베트남 친구들이랑 함께 있을 때 출입국 직원들을 보거나 경찰을 보면 긴장해요. (베트남 친구들이) 정말 무서워하고 긴장하는 걸 알거든요. 저도 그렇게 압박을 느끼는데 뚜안은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왕혜연씨가 말했다.

2025년 11월7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만난 뚜안의 아버지 부반숭이 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류석우 기자
부반숭이 원하는 것은 하루빨리 뚜안의 유골함을 들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례식은 끝났지만, 아직 서류 절차가 끝나지 않아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 한국은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을까. “한국은 여전히 예뻐요, 제게. 그렇지만 이제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나 유학생을 위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출입국 사람들에게 겁먹지 않도록, 도망가지 않도록, 사람이 죽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구=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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