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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강릉 절친’의 ‘교통올림픽’ 끼어들기, 손 안 대고 수십억 챙겼다

‘지능형교통체계’ 하도급 따낸 뒤 구두로 재하도급… 원청 엘지유플러스, 하도급 신고도 안 해
등록 2026-01-23 07:01 수정 2026-01-27 07:54
2022년 9월26일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2026 ITS 세계총회 강릉 유치 성공’ 시민 환영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26일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2026 ITS 세계총회 강릉 유치 성공’ 시민 환영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막대한 중앙·지방 정부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에서 한 지역 기업이 발주처의 허가도 없이 하도급 업자가 됐다. 이 기업은 실무에도 참여하지 않고 재하청을 줘서 수십억원을 벌어갔다. 알고 보니 이 기업 사장은 지역 유력 인사일 뿐 아니라 유력 대권주자와 지역구 국회의원의 ‘절친’이었다. 업계 관행과도 동떨어진 이례적인 사건을 일으킨 이 기업은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ㅈ사다. 전 대통령 윤석열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친구 우아무개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하도급 뒤 재하도급… ‘통행세’ 챙긴 셈

문제의 사건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정부와 강릉시 예산 총 820억원을 투입한 ‘지능형교통체계’(ITS) 기반 구축 용역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능형교통체계란 자동차·열차·비행기·선박 등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교통시설과 교통수단의 실시간 관리·제어, 교통정보의 실시간 수집·활용을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강릉을 ‘스마트 교통 도시’로 만들고, 지능형교통체계를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2026 지능형교통체계 세계총회’ 유치도 추진했다. 지능형교통체계 세계총회는 90여 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통 관련 전시·학술 대회로 ‘교통올림픽’이라고 불린다. 2022년 9월 정부는 지능형교통체계 세계총회 유치에 성공했고, 2026월 10월 강릉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다.

강릉시는 ‘교통올림픽’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비를 지원받았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강릉시에 지원된 국비 예산은 1410억원에 이른다. 이 시기 국고에서 보조한 전국의 지능형교통체계 사업 가운데 34.6%에 달하는 예산이다.

강릉시는 이 국비 예산 294억원을 포함한 예산 450억원을 투입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강릉시 지능형교통체계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공개입찰 끝에 최종적으로 엘지유플러스(LG U+)를 비롯한 공동도급사인 엘지유플러스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이 수주 과정에 우씨의 ㅈ사가 등장한다. 한겨레21이 입수한 ㅈ사 내부 문건을 보면, 이 회사는 도로 바닥 깊숙한 곳에 관로를 매설하고, 그 관로를 지나는 자가통신망(자가전기통신설비) 구축 등을 하는 명목으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82억원을 엘지유플러스 등에서 받았다고 돼 있다. 자가통신망 전체 공사 기간은 18개월인데, ㅈ사는 이 가운데 6개월 동안에만 82억원을 가져간 것이다. 공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ㅈ사는 자가통신망 전체 공사 하도급으로 100억원대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문제는 ㅈ사가 이 공사를 또다시 재하청을 줬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ㅈ사는 이 공사에서 아무런 실질적 역할 없이 ‘통행세’ 명목으로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이다.

윤석열의 40년 지기… 대통령실에 아들 앉혀

엘지유플러스-ㅈ사-재하청사로 이어지는 도급 구조는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우선 엘지유플러스 등이 ㅈ사에 하도급을 맡기려면, 발주처인 강릉시에 신고해야 한다. 공공기관 발주의 하도급은 신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릉시청 계약정보시스템상 하도급 내역을 보면, ㅈ사의 하도급 금액은 100억원대 계약 중에서 6억원어치만 신고됐다.

ㅈ사가 하도급받은 업무를 재하청으로 맡긴 것도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 김한나 변호사는 “엘지유플러스 컨소시엄이 강릉시의 서면 승낙 없이 ㅈ사에 하도급을 준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 제31조 3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ㅈ사가 하도급받은 공사의 대부분을 재하도급한 것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가 금지하는 일괄하도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대금의 2배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처벌도 가능하다”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가운데)이 2021년 5월29일 강원도 강릉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오른쪽)과 김홍규 강릉시장(왼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가운데)이 2021년 5월29일 강원도 강릉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오른쪽)과 김홍규 강릉시장(왼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엘지유플러스 같은 대기업이 법 위반 소지가 큰 도급 구조를 만들어 ㅈ사에 일을 맡긴 이유에는 우씨와 윤석열, 권 의원의 오랜 인연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씨는 윤석열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고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저울질하던 2021년 5월 권 의원과 강릉에서 만났을 때 우씨가 이 자리에 동석했고, 심지어 윤석열이 우씨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윤석열은 2021년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같은 달 26일 우씨의 아들은 윤석열에게 1천만원을 후원했다. 우씨의 아들은 2022년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채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우씨 아들을 이 자리에 추천한 인물이 권 의원이다. 우씨는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2025년 2월 윤석열에게 200만원의 영치금을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ㅈ사가 엘지유플러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자가통신망 관로 공사를 하도급으로 받은 시점은 윤석열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2021년 7월이다. 권 의원은 강릉 지역구에서 5선을 했다.

회의록에 ‘유령 직원’ 기재한 이유는

엘지유플러스와 ㅈ사가 이 입찰과 계약 상황에서 보인 모습도 특혜 수주 의혹을 키운다. 엘지유플러스는 발주처인 강릉시에 제출한 제안서에 ㅈ사와 그 자회사와 함께 사업을 하겠다고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ㅈ사로부터 업무를 재하청받은 ㄷ사의 대표는 “엘지유플러스와는 사전에 하도급 형태로 일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입찰 며칠 전까지만 해도 ㅈ사를 거쳐서 재하도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이후 엘지 쪽 소개로 ㅈ사를 통해 재하청받는 계약을 맺게 됐다. ㅈ사와 구두계약으로 일괄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ㅈ사는 불법 하도급이 논란이 되자 재하청사 등에 “실제로 직원을 투입해 업무를 했다”고 주장한다. 강릉시에 하도급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사 전체를 재하도급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당시 계약 자료는 ㅈ사의 해명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지능형교통체계 구축 용역의 업무 대화방을 보면, 엘지유플러스 담당자들은 재하청사 직원들에게 직접 공사 관련 지시를 했다. 이 업무 대화방에 ㅈ사 직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엘지유플러스 또한 ㅈ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도급 차익을 벌어가는 상황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에 참여한 ㄷ사 대표는 “엘지유플러스 쪽은 각종 회의 당시 ㅈ사 직원이 실제로는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ㅈ사 직원이 마치 참석한 것처럼 회의록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ㅈ사는 이후 지능형교통체계 관련 사업에서 지분을 가진 공동도급업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강릉 계약정보시스템을 보면, ㅈ사는 2024년 65억8천만원의 전체 도급액 가운데 8억8500만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지능형교통체계 사업 관계자는 “지능형교통체계 기반을 구축한 회사가 계속해서 사업을 수주하기 유리한 구조이고, 이 때문에 ㅈ사가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엘지유플러스 자회사도 ‘통행세’ 의혹

지능형교통체계 강릉 사업에서 ㅈ사처럼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채 ‘통행세’만 걷어간 기업은 또 있다. 앞선 자가통신망 공사의 ‘물품 계약’ 부문에서다. 이 공사 지출 문건을 보면, 엘지유플러스는 공사에 필요한 물품대금 20여억원을 ㅈ사에 지급했다. ㅈ사는 이후 엘지유플러스의 자회사인 엘지헬로비전에 일부 마진을 남기고 이 물품대금을 건넸고, 엘지헬로비전 역시 일부 마진을 남기고 물품대금을 재하청사인 ㄷ사에 지급했다. 물품 계약에서 ㄷ사는 ‘3차 하청’사가 된 것이다.

ㄷ사는 엘지헬로비전 역시 ㅈ사처럼 이 사업에서 아무런 역할 없이 수익만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ㄷ사 쪽은 “엘지유플러스의 요구에 따라 엘지헬로비전과 물품 부문 계약을 체결했다. ㅈ사와 엘지헬로비전, 두 업체가 중간 마진을 남기면서 재하청사들은 물품 부문 계약에서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부당한 경영간섭을 금지하는 하도급법(제18조 2항 2호) 위반 소지가 있다.

자가통신망 재하청사 중 한 곳은 이런 내용을 2023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해당 재하청사는 ㅈ사가 약속한 공사대금 가운데 12억원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공사대금 미지급과 불법 하도급 혐의를 함께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024년 5월 하도급 계약서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별다른 제재 없이 ‘심사절차 종료’ 처분을 했다. 이후 이 재하청사는 자료를 보완해 ㅈ사와 엘지유플러스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우씨는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한 한겨레21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 쪽은 “공정위가 한 차례 하도급 관련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ㅈ사가 지역에서 관련 일을 해온 기업이기에 믿고 하도급을 맡겼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어 “ㅈ사가 일괄하도급을 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ㅈ사가 엘지헬로비전과 물품 공급 계약을 맺은 것 또한 ㅈ사의 의사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릉시청 쪽은 “ㅈ사가 하도급을 한 사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과 윤석열 쪽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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