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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와 의성 산불 그후, 상실을 덧낸 시간

등록 2025-12-25 21:12 수정 2025-12-31 10:24
2025년 12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서울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25년 12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서울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재난은 총체적인 상실을 일으킨다. 사람, 집, 장소처럼 형태가 있는 것의 상실부터 안전감, 권위에 대한 신뢰처럼 형태가 없는 것의 상실까지. 재난 복구 전문가 루시 이스트호프가 저서 ‘먼지가 가라앉은 뒤’에서 말한 것처럼, 재난 피해자들은 최초의 ‘빅뱅’과도 같았던 참사 이후 지독한 ‘여진’ 같은 상실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2024년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사망한 이후 1년이 흘렀다. 참사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가동됐다. 전남경찰청은 참사 당일부터 수사본부를 꾸려 모두 44명을 입건했다. 안전검사와 관제 관련 업무를 맡은 국토부 전·현직 공무원, 무안공항 시설관리와 조류 충돌 및 예방 업무를 맡은 한국공항공사 직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공사 관계자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러나 참사 유가족은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리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한다. 사조위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이유로 조사 자료 공개를 최소화했고, 경찰도 그런 사조위의 기조를 지난 1년간 따라왔다. 유가족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통받고 있다. 거리로 나와 삭발하고, 언론에 사연을 호소한 뒤에야 정부와 국회는 움직였다. 사조위는 ‘독립성’ 논란으로 사실상 해체 및 전면 재구성 수순에 접어들었고, 12·29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이 12월22일부터 2026년 1월30일까지 총 40일간 이어진다.

2025년 3월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불씨가 경북 북부로 확산돼 ‘역대 최대 산불’을 일으킨 참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산불로 무너진 삶, 정부가 일으켜 세우겠다’며 예산을 1조8809억원으로 확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재민의 현실은 ‘불탄 삶’을 증빙하는 데 매몰돼 있다.

재난 피해 보상에조차 계급이 있었다. 경북 안동에서 1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다가 젓가락 하나까지 잿더미로 모두 잃은 피해자에겐 1천만원의 위로금만 주어졌지만, 서울에 사는 식당 건물주에게는 1억여원이 주어졌다.

한겨레21이 ‘재난 그 후’의 삶을 취재했다. 무안국제공항 텐트에 남아 있는 유가족들, 생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목구멍이 조이는 듯하다는 의성·안동의 산불 피해 주민을 만나, 그간의 경과를 분석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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