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개의 매들린호’ 구호선단에 탑승해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로 향하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 해초(27·김아연)의 항해 모습. 강정친구들 인스타그램
2200여 가구의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죽임을 당했다는 뜻이다. 5120여 가구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단 1명만 살아남았다. 전쟁 발발 이전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주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75.5살이었다. 전쟁 1년 만에 40.5살까지 떨어졌다. 2025년 10월7일로 가자 전쟁 발발 2년째가 됐고 그동안 6만7천여 명이 숨졌으니, 기대수명은 더욱 추락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절멸이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노사이드’(집단살해)를 저지른 후과다. 이 정도라면 나치가 유대인에게 쓴 표현을 다시 꺼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던져도 무방할 듯하다. ‘운터멘슈’, ‘인간 이하’라는 뜻이다.(이번호 표지이야기)
대부분의 세계인은 무력하게 이 참극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직접 행동에 나선 사람도 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굶주리고 공습과 포격으로 16만9천여 명이 부상한 가자 주민들을 위해 물과 식량, 의약품을 싣고 가는 구호선단이다. 세계 곳곳에서 온 활동가들이 구호선단을 타고 가자지구로 향하는 건 총칼과 포탄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멸을 원하는 이스라엘군의 폭력에 맞서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려는 연대의식을 보여주고 이스라엘군의 봉쇄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돌파하기 위함이다. 국제인도법과 1949년 제네바협약은 인도주의 목적의 구호선단은 합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한국인 활동가 ‘해초’(27·김아현)도 ‘천 개의 매들린호’ 구호선단 가운데 하나인 ‘알라 알나자르호’에 탑승했다. 2022년부터 제주 강정과 일본 오키나와, 대만의 군사 관련 지역을 항해하며 평화운동을 한 해초가 한국을 떠나기 전 남긴 편지에는 이런 글이 담겨 있다. “2022년부터 항해를 하면서 국경 없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봉쇄를 부수고 연대와 연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가로막힌 우리들이 만나는 것, 봉쇄를 깨부수는 것이 이번 항해의 목적입니다. (…) 제주, 새만금, 오키나와, 대만, 홍콩, 팔레스타인과 수많은 민중의 연대로 자본과 군사가 만든 봉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항해의 목적이 세계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연결돼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 편지에 담긴 문장이 가자 전쟁 2년 동안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이며 항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여섯 번이나 실패한 국제사회의 무능, 세계 각국 정상이 “가자 전쟁을 멈추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쓴소리한 유엔총회에서 가자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한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연설보다 힘이 크다.
해초를 비롯한 천 개의 매들린호 구호선단 활동가들은 2025년 10월8일(현지시각) 정오께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해초는 10월10일 오전 석방됐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구금된 활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민간인을 굶게 하고 인공지능(AI)으로 추적해 표적 살상을 하며 포탄을 쏟아붓는 이들과 물과 식량, 의약품을 배에 싣고 간 활동가들 가운데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한겨레21은 가자 전쟁 2년을 맞아 기사 23쪽을 펼치고 이스라엘에 요구한다. 당장 집단살해와 폭력, 봉쇄를 멈춰라.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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