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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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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50만원 아끼려다 양팔 잃은 이주노동자, 뜨거운 공분

오기나의 딸이 말했다 “아빠가 손이 없어서 슬퍼.”
등록 2025-09-25 20:57 수정 2025-09-27 08:40
중증 화상 산업재해로 양팔을 절단한 이주노동자 오기나가 충북의 한 도시 자택에서 인터뷰 도중 땀을 흘리자 배우자가 닦아주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중증 화상 산업재해로 양팔을 절단한 이주노동자 오기나가 충북의 한 도시 자택에서 인터뷰 도중 땀을 흘리자 배우자가 닦아주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초등학교 1학년 첫째 딸(6)이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나 너무 슬퍼.”

“왜 슬퍼?”

“아빠가 손이 없어서 슬퍼.”

딸은 그 말과 함께 아빠 품으로 와서 울음을 터뜨렸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오기나(37)는 2019년 12월 태양광 패널 설치 작업 중 2만2900V의 고압 전류에 감전되는 중증 화상으로 양팔을 잃었다. 회사 대표와 현장 팀장이 한국전력에 50여만원을 치르고 전기 흐름을 차단하지 않아서 벌어진 산업재해다.

오기나는 배우자인 어요나와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딸, 3살인 둘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오기나의 사고는 그의 가족에게도 큰 후유증을 남겼고, 간병과 돌봄을 나눠 맡은 어요나와 오기나의 어머니 건강도 나빠졌다.“(오기나가) 학교에 딸을 데려다주는데, 친구들이 딸한테도 ‘네 아빠가 손이 없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돼요.”(어요나) “딸들이 저에게 옛날 사진을 보지 말라고 해요. 팔이 있는 모습을 보면 제가 슬플 거라고요.”(오기나)

사고 뒤 6년, 피해는 온전히 오기나의 책임으로 남았다. 오기나는 여전히 화상 후유증으로 여러 치료를 받는다. 치료비 부담이 크다. 오기나가 일하지 못하는 상태라 가족 생계도 걱정이다. 법원이 2억1천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회사는 오기나에게 배상금을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오기나는 언젠가 한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가진 비자가 치료 중에만 연장되기 때문이다.

이런 오기나의 이야기가 한겨레21에 보도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뜨거운 공분이 일었다. 특히 엑스(옛 트위터)에선 한겨레21 게시글이 2025년 9월24일 오후 4시 현재 102만 회나 노출됐고, 5329회의 재게시, 389회의 인용 게시 등으로 널리 공유됐다. 엑스 이용자들은 “농구를 취미로 하셨다는데 마음이 찢어진다. 두 팔로 딸 안고 있는 사진도.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 이후 한국 사회가 너무 가혹하다” “어찌 글을 읽는다는 행위만으로 이리도 괴로울 수 있는가” “사람이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잔인하고 치졸하게 굴 수가 있나” “글을 읽고 정신적으로 파괴된 기분이 들었다. 산재 이후 받았을 고통이 상상이 안 되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후원 행렬도 이어졌다. “읽다가 속 터지고 내가 다 억울해서 소액이나마 이체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괴롭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후원금을 보냅니다. 통증 치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등과 같은 글이 후원 인증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오기나에 따르면, 그의 계좌에 찍힌 입금자 이름에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등 응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렇게 9월24일 오전 기준 900여만원이 모였다. 300명 이상이 5천원부터 50만원까지 십시일반으로 모은 금액이다. 오기나는 계좌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원래 이번달 월세가 걱정됐어요. 앞으로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이렇게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마음이 조금 풀렸네요. 모든 분께 감사하고, 앞으로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산재 피해 입은 오기나 후원해주실 곳

하나은행 153-910561-30607

예금주(오기나 본인): MUNKHERDENE UUGANBAY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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