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3일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에서 경찰관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2025년 9월4일 국회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가맹 본사 임원, 이 가게 인테리어 작업을 한 업체 사장과 직원을 살해했다. 이 점주는 아침부터 새벽 한두 시까지 홀로 피자가게를 운영했지만, 최근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게에 누수가 생기고 타일이 깨졌다.
가맹점은 개업 때 대부분 본사 협력업체를 소개받아 인테리어를 한다. 이때 본사는 감리비 명목으로 비용의 일부를 떼어가고, 협력업체는 이 비용을 메우기 위해 값싼 자재 등으로 공사하는 경우가 많다.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자가 자주 발생하는 까닭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점주는 이렇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하자 문제를 담판 짓겠다고 했다가 억눌린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건 본사 대표의 말이었다. 그는 “평소 점주와 사이가 좋았던 임원이 중재하러 간 것”이라며 “우리는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만 할 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사는 가맹점이 꼭 사야 하는 원·부재료를 비싸게 팔거나 배달 플랫폼의 요구에 따라 ‘1인분 배달’을 강요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윤을 가져간다. 그런데도 “점주와 사이가 좋았다”는 생각은 갑의 자리에서나 가능한 시선임을 본사 대표는 모르는 걸까.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자 고발자인 강미정 대변인이 탈당했다. 그는 혁신당에서 당직자 간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그사이 가해자들은 여전하고, 피해자들과 이들의 조력자들만 하나둘 당을 떠났다. 그는 “정의는 왜 이렇게 더디고 불의는 왜 이렇게 신속한가”라고 외쳤다.
피해자들을 특히 괴롭힌 건 당 안팎의 2차 가해였다.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은 피해자들과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이라고 매도했다. 이 당의 상징인 조국 전 대표는 사면·복권된 이후 3주 동안 이 사건에 대해 침묵했다. 조 전 대표와 함께 사면·복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한 발짝 떨어져 보는 사람으로서 (혁신당 성비위 사건이)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비판자들이 “남 얘기 다 주워듣고서 떠드는 것”이라며 “그건 개돼지의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비위 사건은 피해자들의 존엄을 해치고 “‘나는 잘못되었다’는 수치심”(이번호 출판)을 느끼게 하며 불안과 우울, 분노의 감정을 교차해가며 일으킨다는 사실을 최 원장을 비롯한 2차 가해자들은 모르는 걸까.
가맹 본사 대표나 최 원장을 비롯한 2차 가해자들이 가맹점주나 성비위 피해자들의 처지를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맹점주의 피 말리는 사정이나 성비위 피해자들의 고통에 무감한 건 위계적 권력구조에서 상위에 있는 이들에게 하위에 있는 이들의 사정과 고통에 공감하는 일은 이해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이 이번호에서 ‘보도 그 뒤’로 잇달아 전하는 천안 북일고 교장과 야구부 코치의 2차 가해, 전남 영암 돼지축사 사장과 팀장의 가혹 행위, 아리셀 참사 회사 쪽 노무사의 희생자를 탓하는 발언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그리고 이 사건들이 바로 한국의 민낯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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