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26일 오후 전북 진안군 주천면 산제마을 버스정류장. 이 마을에는 하루 두 번 버스가 다닌다. 김명진 기자
다른 마을에 사는 친구와 저녁을 먹는 일, 퇴근 뒤 병원에 잠시 다녀오는 일…. 도시에서는 쉬운 일이겠지만, 인구 2만4천 명의 전북 진안군에서는 차가 없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는 한겨레21이 2025년 5월26일 찾은 진안군 주민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어려움이다. 진안군 주천면에 사는 주민이 대중교통으로 진안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려면, 저녁 7시 막차를 반드시 타야 한다. 특히 직접 운전하기 힘든 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등이 읍내에서 저녁 활동을 하기란 쉽게 꿈꾸기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있는 버스를 타고 싶어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주천면 중심부에서 읍내로 향하는 버스의 배차 간격은 두 시간 안팎이고, 작은 마을은 하루 두 번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이곳 버스는 왜 배차 간격이 길고 일찍 끊길까. 지역 주민들과 버스회사 관계자 등의 말을 들어보면, 진안군의 일반 버스는 그 수가 적은데 작은 마을까지 모두 들러야 하다보니 배차 간격은 길고 일찍 운행이 종료된다. 농어촌 버스회사는 주로 군의 보조금에 의지해 운영되는데 비효율적인 긴 노선과 배차 간격, 운행 시간을 좀처럼 개선하지 않는다.
군은 일반 버스가 읍·면 중심 거점만 돌아 배차 간격을 줄이고, 주민들이 거점에서 작은 마을까지 ‘수요응답형’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지·간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거점과 거점 사이만 이동하는 일반 버스의 배차 간격이 지금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늦은 시각까지도 운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진안군의 교통 약자 문제가 예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지·간선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수요응답형’ 버스의 국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진안군 관계자는 “현재 진안군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에 드는 예산은 약 20억원인데, 국비 지원 예산이 7억원에 불과하다. 또 본격적으로 지·간선제를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두 배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안군 외에 많은 읍면 단위 지역이 중앙정부의 무관심 속에 교통권 사각지대로 남고 있다.
제21대 대선 과정에서도 지역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안은 잘 보이지 않았다. 거대 양당은 ‘메가시티’ ‘광역급행철도 확충’ 등 대도시나 수도권 중심 개발 공약을 내놓는다. ‘성장’ ‘개발’ 중심 공약 속에 소외된 목소리는 지역 교통권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변하는 지역, 안전망도 없이 방치된 임신중지권, 인공지능·플랫폼 탓에 해고된 노동자나 위기를 맞은 자영업자 등의 이야기는 대선 과정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힘 있는 사람들이 불편을 매일 겪으면 당장 바뀌었을지도 모르죠.” 26년째 진안군에 거주하는 이규홍(57)씨는 약자의 이야기를 ‘내 일’처럼 생각해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6월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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