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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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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여의도의 거리를 좁히려면

등록 2025-04-25 16:20 수정 2025-05-01 07:51
윤석열 내란 이후 광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한 시민들. 권미리씨(왼쪽 위), 조용화씨(오른쪽 위), 김서희씨(왼쪽 아래), 박수홍씨(오른쪽 아래).

윤석열 내란 이후 광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한 시민들. 권미리씨(왼쪽 위), 조용화씨(오른쪽 위), 김서희씨(왼쪽 아래), 박수홍씨(오른쪽 아래).


2025년 4월4일 내란범 피의자 윤석열의 탄핵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저도 서울 안국역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죠. 마침내 독재의 위험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되찾았다는 안도감에 사람들과 얼싸안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그토록 바라던 탄핵이 되고 새 지도자를 뽑는데 왜인지 이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윤석열을 1호 당원으로 둔 국민의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대통령 후보를 냅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경제적 양극화의 구체적 해법을 내기보다 ‘국민소득 5만불 달성’ ‘2주택 감세’ 등을 화두에 올립니다. 광장 시민들이 외쳤던 민생 의제, 즉 비정규직 노동 처우 개선과 소수자 인권 보장, 여성이 안전한 사회, 다양한 구성원의 정치 참여 등은 경선 토론 주제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그나마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경선주자들(권영국 정의당 대표·한상균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대표)과 진보당이 이런 의제를 외치고 있지요.

탄핵의 주역이었던 광장이 왜 며칠 만에 정치 무대에서 급격히 소외됐을까요? 광장을 지켰던 시민 6명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며 조금이나마 의문이 풀렸습니다. 기성 정치인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낡은 것은 갔지만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안토니오 그람시) 거지요.

광장이 우리 사회에 준 교훈이 있다면 ‘민주주의=다수결’로 치환하던 기존 질서를 깼다는 점일 겁니다. 광장은 중산층·아파트·대졸자 등으로 표상되는 ‘다수’만이 아니라 ‘소수’여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재건하자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대선은 정확히 과거의 셈법으로 되돌아가 자산 증식과 기업 경쟁 강화를 말합니다.

한겨레21과 만난 시민들은 다양한 사회대개혁 의제를 꺼내놓았습니다. 기업 유치에만 목매고 노동정책은 나 몰라라 하는 지방정부, 토목사업 한다며 버드나무를 하루아침에 베는 포클레인 행정, 전력 수급 계획조차 공개하지 않는 폐쇄적 일처리, 장애인을 ‘효율적이지 않은 몸을 가진 사람들’로 평가하고 시설로 보내려는 정부의 도구적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정치인은 이런 걸 공약은커녕 정치 의제로도 여기지 않을 거”라고 한숨 쉬었습니다. 그저 기업을 잘살게 해서 그 과실을 나눠 먹자는 낡은 논리만 되풀이할 거라고 비관했습니다.

시민의 언어와 정치의 언어가 분리될수록 시민들의 정치 혐오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열악한 현실을 바꾸기 어려울수록 개인이 능력껏 탈피하는 각자도생이 심화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즐겨 쓰는 말 중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시민들이 광장에서 쏟아낸 이야기가 이미 가득 쌓여 있습니다. 한겨레21은 그 목소리를 모아낸 제1560호 표지이야기(‘광장이 대선에게’) 이후에도 ‘한겨레21 오픈마이크’ 연재를 이어갑니다. 대선의 시간은 짧지만, 시민의 시간은 계속됩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1560호 ‘광장이 대선에게’ 관련 기사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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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1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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