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작전 목표 “MBC 파괴”…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프로젝트형’ 지명

윤석열 대통령, 세 번째 ‘프로젝트형 방통위원장’ 지명… 극우적 세계관 장착하고 ‘시시한 사장’ 임명 수순
등록 2024-07-13 15:47 수정 2024-07-15 09:2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4년 7월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한겨레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4년 7월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한겨레 기자


“공영방송·공영언론이 노동권력과 노동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7월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기자회견에 나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독기 어린 눈으로 미리 적어온 지명 소감문을 읽어 내려갔다. “제4부라고 불리는 언론은 말 그대로 공기다. ‘공적인 그릇’이 되기도 하고,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공기’이기도 하다. 그런 방송이 지금은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 불리기도 한다.”

언론 보도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공영언론의 다수 구성원이 민주노총 조직원이다. 정치권력과 상업권력의 압력에서 (언론이)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공영방송들이 노동권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독립시켜야 한다.”

이례적으로 6분이 넘는 분량으로 길게 이어진 이 후보자 지명 소감문의 핵심은 ‘문화방송(MBC) 장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선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이뤄진 한국방송(KBS)과 와이티엔(YTN) 장악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프로젝트형 방통위원장’ 지명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2023년 12월1일 사퇴하기 며칠 전인 11월27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예언이 착착 현실화하고 있다.

이진숙 지명 소감 “방송은 흉기”

최초의 ‘프로젝트형 방통위원장’인 이동관 전 위원장은 2023년 8월1일 후보자 신분인 상태에서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해 언론의 강한 반발을 샀다.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지상파 방송을 보지 않느냐”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근래 편향된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에 문제 보도라고 생각하는 걸 보는 것 외에는 잘 안 봅니다”라고 말해 국민을 당황케 했다. 언론에 대한 이런 강한 적개심이 낳은 후속 조처는 무엇이었을까.

8월25일 임명된 이 전 위원장은 3일 뒤인 8월28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정미정 이사 해임으로 생긴 빈자리에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과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한 달 뒤인 9월18일에는 방문진 김기중 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공영방송에 대한 이런 중요한 결정을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관 전 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2명 체제’ 방통위라는 기형적 구조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대통령·여당이 추천하는 세 명의 위원(위원장 포함)과 야당이 추천하는 두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대통령·여당이 추천한 다수 위원 중심으로 안건 의결이 이뤄졌지만, 야당 추천 위원이 아예 공석인 상황에서 안건 의결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2명 체제’ 방통위는 기본값이 됐다.

‘2명 체제’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입맛대로 고쳐나갔다. 2023년 11월16일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보도채널의 민영화를 밀어붙였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이 이동관 탄핵안을 들고나오자, 이동관은 스스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즉시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6개월 동안 방통위의 업무도 중단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제2 이동관’으로는 김홍일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언론이나 방송과 관련한 경력이 없음에도 윤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뒤 전임자 이동관이 완수하지 못한 방송장악 프로젝트를 이어서 진행해갔다. 2024년 1월31일에는 YTN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안건을 역시 이상인 위원과 둘이서 통과시켰다. YTN 구성원들은 사실상 보도채널의 민영화인 유진그룹 인수를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4월 총선이 끝나고 민주당은 6월27일 다른 야당과 함께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 발의 이튿날인 6월28일 김 전 위원장은 방문진과 KBS, EBS의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했다. 역시 이상인 위원과 단둘이서였다. 7월2일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기 전 김 전 위원장은 탄핵 심판으로 인한 방통위 업무 중단을 피하기 위해 이동관 전 위원장과 같은 이유로 방통위원장직을 자진사퇴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7월4일 이진숙 후보자가 지명됐다.

2019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방통위원을 지냈던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 석좌교수는 <한겨레21>에 “이런 일은 없었다. 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독임제(한 명의 책임과 결정으로 이뤄지는) 부처처럼 운영한다는 것인데, 합의제 기구의 헌법정신 취지를 아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1992년 10월, 이진숙 전 문화방송(MBC) 기자가 서울시내 거리에서 <언론노보> 170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 제공

1992년 10월, 이진숙 전 문화방송(MBC) 기자가 서울시내 거리에서 <언론노보> 170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 제공


거침없는 ‘2명 체제’ 방통위

2023년 11월13일, 국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KBS 신임 사장으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임명한 윤석열 정부는 같은 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하면서 MBC도 장악하려 했지만 법원이 ‘해임 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불발됐다.

이동관 방통위에서 KBS를 장악하고, 김홍일 방통위에서 YTN을 민영화한 윤석열 정부의 다음 프로젝트인 ‘MBC 장악’의 총대는 이진숙 후보자가 멨다. 제3의 이동관이자 세 번째 ‘프로젝트형 방통위원장’인 셈이다.

이진숙은 이동관과 많이 닮았다. 기자 출신이고,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 탄압에 조력한 점이 그렇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방송 뉴스를 잘 보지 않는 점도 비슷하다.

이진숙은 2021년 1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기자가 “요즘 MBC 뉴스 보느냐”고 묻자 “안 본 지 몇 년 된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허망한 뉴스를 보도한 후로 굳이 안 보게 된 거죠. 시대 자체가 굳이 정해진 시각이 아니라도 24시간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라고 부연했다.

이진숙은 유독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워싱턴 특파원, MBC 임원, 지역 MBC 사장 등이다. 남성적인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20세기 말 MBC에 입사한 이진숙을 동료들은 직업정신이 투철한 기자였다고 회상했다. 1992년 최창봉 전 MBC 사장의 보도 통제에 반발해 파업할 시기에는 단식농성 최후의 3명에 포함될 정도로 노조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991년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시작된 중동 지역의 분쟁을 미국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스스로 아랍어를 공부할 정도로 중동 정세 보도에 진심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1991년 걸프전쟁과 2004년 이라크 전쟁에 종군기자로 뛰어들어 취재하고 보도했다. 이진숙은 2020년 2월28일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기자로서 현장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미국 통신사 등 서방의 시각으로 쓴 기사를 받아서 써왔다. 나는 다만 ‘다른 사람의 기사를 베끼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종군기자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랬던 이진숙이 2010년 김재철 사장 체제 MBC에서 홍보국장으로 임명되면서 과거의 이진숙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2010년 2월 이명박 정부는 방문진을 압박해 엄기영 사장을 내보낸 뒤 이명박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재철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하고 MBC 길들이기에 나섰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진숙은 정부와 김재철 사장의 보도통제에는 눈감고, 김재철 사장을 향한 노조의 폭로와 저항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노조를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김재철 사장이 임명된 직후인 2010년 3월2일,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13쪽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 문건에는 MBC를 정상화하는 3단계 전략이 담겼다. 국정원의 구상은 1단계로 간부진 인적 쇄신-편파 프로그램 퇴출하고, 2단계에서 노조 무력화 및 조직개편으로 체질 변화를 유도한 뒤, 최종적으로 MBC의 소유구조 개편 논의로 언론 선진화에 동참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검찰의 2017년 수사에서 밝혀졌다. 또 김재철 사장이 개인적으로 회사 자금을 유용해 호텔 투숙 등에 사용했다고 노조가 주장했지만, 이진숙은 사실이 아니라며 맞섰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횡령 사건은 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선고받았다.


세계관 바꾼 이진숙… 정치에 뛰어들다

이진숙이 기획홍보본부장을 지냈던 2012년 파업 사태 때, 회사 쪽이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구성원의 동의 없이 설치해 ‘직원 사찰’ 논란이 빚어졌다. 2016년 대법원은 이를 불법으로 인정해 이진숙과 김재철 사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법원에서 불법성이 인정된 사실만 이 정도다. 사법적 책임을 묻진 못했으나 2012년 10월 방문진에 보고하지 않고 비밀리에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MBC 민영화를 논의하고 추진한 사실도 있다.

2014년 3월 MBC 보도본부장이 된 그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정권의 언론탄압에 부역했다. 경력 기자 채용 면접에서 이진숙은 “당신의 이념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다음 대통령은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던져 논란이 일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MBC의 ‘전원 구조’ 오보 논란과 유가족 조롱 보도 등에 대해선 당시 보도본부장이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앞서 인용한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2014년) 4월16일 바그다드에 있었다. 시차가 있으니 일어났을 때 이미 배는 다 가라앉아 있었다. 참담했다. 귀국했을 때 이미 오보 사태는 일어났던 건데…. 지금도 어떻게 해야 올바른 것이었을까 물음표로 남아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진숙은 자신의 변신 이유를 ‘세계관’에서 찾는다. 그는 2014년 5월2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 본부장 등 집행부의 업무방해 형사재판에서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해 “1992년 MBC 파업 당시에 당신은 공정방송을 외치며 사장을 물러가라고 했다”는 변호사 반대신문에 “그때와 지금은 내 세계관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노조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장을 그만두고 나가자마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한 김재철 전 사장과 노조 중 어느 쪽이 더 정치적인가”라는 질문에는 “회사를 나간 다음에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직 언론인들과 MBC 노조원들은 당시 재판을 지켜보면서 탄식했다고 한다. MBC노조는 대법원에서 2022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5년 3월 대전MBC 사장으로 임명돼 2018년 1월 사퇴할 때까지도 이진숙은 노조와 불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사장직을 내려놓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인 2019년 10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인재영입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함께 선정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공관 갑질’ 논란으로 영입이 취소되자 함께 언론 보도에서 지워졌다.

‘공영방송 파괴’ 그 자체가 목표?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그는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더욱더 수구적인 방향으로 자신의 정치 지향을 가져가면서, 노골적으로 노조를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영언론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노골적으로 왜곡한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한 MBC 노조원은 <한겨레21>에 “언론사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적절한 상급 단체를 선택할 자유가 있는 건데 이진숙 후보자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삼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며 “이진숙 후보자는 과거에 어떻게 언론노조 조합원을 했나. 결국 이 후보자의 적은 과거의 이진숙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시대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MBC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한 기자는 “노조가 (MBC를) 지배한다면 노조가 정하는 방향에 따라 보도하고 토론이 없어야 하지 않느냐”며 “MBC는 어느 회사보다 토론이 활발한 조직인데, 엠제트(MZ)세대 노동자가 그런 노조 방침을 따를지 의문이다. 이진숙의 주장은 팩트가 하나도 안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진숙의 인식은 MBC 내부의 이런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 이진숙은 2024년 7월8일 경기 과천 방통위원장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시급한 방통위 현안은 무엇’인지 묻는 말에 “공영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와 이 후보자가 말하는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는 결국 ‘MBC 장악’으로 귀결될 것으로 언론계 안팎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국회에서 임명 동의가 무산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면 김홍일 방통위에서 승인한 방문진 이사진 선임 계획에 따라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방문진 이사장에 임명하고, 나아가 MBC 사장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에서 다시 한번 반발해 위원장 탄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지만, 인사 교체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란 게 대통령과 측근들의 시각이다.

여기까지는 14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행했던 방송장악과 비슷하다. 그런데 과연 2024년 오늘에도 이러한 방송장악이 보수 정권 지지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2023년 2명 체제 방통위로 무리하게 안건들을 통과시키고도 2024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08석 의석 확보로 참패했다.

이에 대해 방송계 안팎에선 공영언론 구성원과 보도를 바꿔 유리한 여론지형을 형성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공영방송 파괴’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언론장악과 다른 지점이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박성제 전 MBC 사장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KBS·YTN에 이어 MBC에 감도는 불안

박성제 전 MBC 사장은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는 MBC에 일말의 애정이 남아 있는 사람은 사장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인을 사장으로 앉혀서 보도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스포츠 중계까지 힘없고 시시한 방송으로 만드는 게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사례를 보더라도, 윤 정부는 KBS 대표로 친윤인사인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임명했고, 수신료 분리징수를 밀어붙여 재정적인 토대를 약화시켰다. KBS 구성원들은 정권에 따라 대표가 바뀌더라도 ‘집권 세력과 가까운 인사가 오면 어쨌든 회사 경영에는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정부의 낙하산 임명에 큰 저항을 하지 않았다. KBS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YTN을 민영화한 뒤, MBC를 장악하게 될 윤석열 정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국민은 혼란스럽다. 모래바람이 부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바그다드에서 MBC 뉴~스, 이진숙이었습니다”라고 클로징멘트를 하던 이진숙과 사실상 ‘MBC를 장악하기 위해 돌아온 방통위원장 후보자’라고 외치는 이진숙 사이에 간극이 아득하게 넓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서혜미 기자 ham@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4년 7월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처음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한겨레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4년 7월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처음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한겨레 기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